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코로나19 이후 여러 곳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식당 같은 서비스업 대부분이 입장인원 제한 등의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반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택배 물류 등 몇몇 산업은 매출이 크게 신장됐다. “이런 와중이라 마냥 좋아할 순 없지만 저희는 작년부터 계속 와인 판매가 늘어나고 있어요. 2018년부터 와이너리 농가의 숙원이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 영향...
맛있는 것에는 때가 있다. 봄의 전령사 참두릅의 첫 순이 나는 시기는 일주일 남짓. 고개를 내민 새순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자 전북 순창의 고재권 농부는 분주한 마음으로 매일 아침 일찍 산으로 향한다. 계절마다 자연스럽게 당기는 식재료가 있다. 더운 여름에는 몸을 차게 하는 오이, 토마토 같은 채소가 당기고, 겨울에는 여름을 지내며 자라 따뜻한 기운을 갖고 있는 귤 등에 ...
“올해의 여왕은 에이미입니다!” 마을 축제에서 여왕 이름이 호명되자 여기저기서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에이미는 여왕보위대를 맡은 남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단상에 올랐고, 중학교 1학년이 된 전년도 여왕이 에이미에게 왕관을 물려주었다. 단상 아래, 우리 집 첫째 딸은 바우어걸이 되어 여왕이 지나가는 아치형 구조물을 들고 있었다. 둘째 딸은 화이트 요정 차림으로 꽃바구니를 ...
5월은 연둣빛 자연의 설렘이 있다. 풋풋하고 향긋한 녹차를 마시면 설레는 마음은 더해진다. 어릴 적에 가족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어느 주말 경남 하동으로 차를 만들러 간 적이 있다. 평소 어머니께서 내려 주셨던 차를 직접 만들어 보았던 경험은 어린 나에게 특별한 일이었다. 푸른 녹색빛 차나무들 사이에서 어린 찻잎을 직접 따서 바구니를 채운 후 그 찻잎을 시들리고, 모양을 만...
[부산 우암동 소막마을] 부산 우암동 내호냉면을 검색하면 길게 줄을 선 손님들과 빨간 양념이 한 숟갈 무심하게 얹힌 국수그릇 사진이 잔뜩 나온다. 냉면집이라 상호가 붙어있지만 부산의 명물 밀면으로 더 유명하다. 이 가게의 처음을 이야기하자면 한국전쟁 시기 흥남 철수까지 올라가야 한다. 흥남 내호리에서 냉면집을 하던 일가족이 부산으로 피난을 왔고,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
‘들꽃처럼 피어나는 집’은 서울 성북동의 오래된 골목 안에 있는 작은 집이다. 마당에서 사람들과 집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아담한 정원은 어느새 점점 넓어진다. 의미를 부여하면 공간은 확장된다. 20여 년 전, 시골 국도를 지나다 길가에 동네 사람들이 편안하게 지어놓은 어느 집 한 채를 보며 길가에 피어난 건강한 들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중에 집을 지...
산수유 마을(전남 구례 산동면)상위마을 ••• 하위마을 ••• 현천마을 내게 산수유는 서늘하고 붉은 이미지였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배운 김종길의 시(詩) 성탄제에서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위해 젊은 아버지가 ‘서느런 옷자락’과 함께 가지고 온 ‘붉은 산수유 열매’가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시에서 만난 산수유의 촉감과 색은 선명했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봄이면 만나는 노란 산수유 꽃에 늘 심드렁했다. 팝콘 부스러기처럼 가볍고 노란 산수유 꽃에서 혈액처럼 붉은 열매가 맺힌다는 사실도 그리 실감나지 않았다. 살다보면 어떤 부분은...
나에게 ‘곰표’는 비 오는 날, 엄마가 만들어주던 부침개로 재현된다. 엄마 옆에서 따뜻한 부침개를 날름 받아 베어 물던 그 장면에는 항상 투박한 고딕 글씨와 허여멀건 한 곰이 그려져 있는 ‘곰표’ 밀가루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2021년 현재, 곰표는 더 이상 밀가루로만 읽히지 않는다. 누군가는 패딩 점퍼를, 수제 맥주를 먼저 떠올린다. 1952년 설립된 이래 69년의 역사...
Ficus elastica variegata 집 근처 도서관에 가는 길이었다. 판교 공원을 가로질러 걷다 보니 새로 오픈한 한 사무실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 끝에 프랑스 국기를 닮은 어닝이 설치돼 있고, 유리 출입문엔 금색 라인으로 공주 드레스가 그려져 있는 모습이 내 발길을 붙잡았다. 그곳과 나란히 자리한 옆 사무실이 비어있었다. 네모반듯한 모양에 정남향, 괜찮은 자리였...
이웃나라 속담 중에 ‘가볍게 걷는 자가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걷기 마니아로 유명한 배우 황보라의 워킹라이프를 들여다보면 이 말의 진위가 확실히 가려진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 따라 잡념들이 흩어져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녀가 걷는 길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배우 황보라(39)의 일주일은 방송스케줄을 제외하더라도 계획된 일들로 빽빽이 채워진다. 월요일은 등산,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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