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으면 해 보자’라는 좌우명을 가진 이호순 할머니는 매사 거침이 없다. 나이에 상관없이 여행, 그림, 일본어 등 주저하지 않고 도전했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중식, 일식까지 익힌 것은 물론이고 마음먹은 음식은 금세 어렵지 않게 완성한다. 아직 바람이 제법 차가운 오늘도 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콩나물굴밥 한 솥을 역시나 뚝딱 차려낸다. “특별할 거 없어요. 그냥 집에서...
내가 사는 전주에는 날이 어두워지면 사람들이 모여드는 ‘새벽강’이 있다. 그동안 자리를 세 번 옮겨 올해로 30년째 운영 중인 술집이다. 이제 갓 성인이 된 새내기 대학생부터 백발의 원로까지 단골의 연령대도 다양하고 농부, 회사원, 사진작가, 만화가, 시인, 화가 등 손님들의 직업군도 모두 각양각색이다. 단골인지 아닌지 감별하는 방법은 주인을 부르는 호칭에 있다. 이곳에서 ...
○ 파랑새의 희망수기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없이 겪은 우여곡절, 기가 막힌 인연 등 우리 인생이 바로 한 편의 소설이고, 드라마입니다. ‘파랑새의 희망수기’에서는 2020년 샘터상 생활수기 부문 최종심에 올랐던 원고를 필자 동의 아래 소개하고 있습니다. 쌀독이 바닥을 드러냈다. 남편의 사업이 IMF로 인해 파산 위기를 맞았을 무렵, 내 지갑에는...
ⓒ백홍기 나는 함안 조 씨를 알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함안 조 씨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억 때문에 경남 함안을 찾게 되었다. 몇 년 전, 어느 볕 좋은 가을날이었다. 드문드문 황금빛 논이 펼쳐져 있었고 마을마다 붉은 감이 익어가고 있었다. 마을 어귀에 탐스럽게 열린 감을 넋 놓고 바라보며 사진을 찍자 마음씨 좋은 주민 한 분이 감 몇 개를 따서 우리 가방에 ...
전남 강진군 군동면 비파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군동초등학교는 내 소중한 일터이다. 전교생이 42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이지만 여덟 명의 우리 5학년 아이들과 돈독히 지내는 시간 속에서 난 담임교사로서 큰 행복을 느낀다. 군동초등학교 아이들은 도시의 학교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숲길 가꾸기나 승마 같은 재밌는 수업에 참여하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 학원이나 공...
이달에 소개할 샘터 과월호 글은 1993년 3월호 ‘샘터가족실’ 코너에 실렸던 독자 강학석 님의 투고작입니다. 당시 충북 중원군(現 충주시)에서 군복무 중이던 것으로 추정되는 강학석 님은 새 며느리의 키를 못마땅해 하는 어머니에게 키가 작은 게 아니라고 반박하며 형수의 편을 들어줍니다. 알고 보니 노래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는 형수님을 맘에 쏙 들어하는 시동생의 착한 마...
그림·지은아 지성(가명)이를 처음 만난 건 20년 전쯤이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인가 2학년이었던 지성이는 ADHD를 동반한 자폐 증상이 있었고, 투렛증후군도 심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자녀를 데리고 소아정신과에 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성이 엄마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음에도 치료만큼은 정말 꾸준히 임했다. 얼마 전 오랜만에 지성이를 다시 만...
《삼국유사》에는 2인조로 도를 닦는 수행자들의 이야기가 여럿 나온다. 가장 유명한 이들은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이름을 가진 노힐부득(努肸夫得)과 달달박박(怛怛朴朴)일 것이고, 깨달음을 얻어 서방정토로 훨훨 날아갔다는 광덕과 엄장이 그다음일 것이다. 이 두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경쟁하듯 도를 닦았다는 것, 수행을 시험하는 여성이 등장한다는 것, 둘 중 한 사람은 실수를 ...
야구규칙 10조 1항 (a) 총재는 야구조직이 관장하는 모든 경기를 위한 공식기록원을 임명한다. 공식 기록원은 지정된 장소에서 경기를 기록하면서 판단과 관련된 모든 결정권을 갖는다. 어떤 경우에도 기록 규칙에 어긋나는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c) 기록원은 리그의 공식 대표자로서 그 직무에 관한 한 존경을 받고 위엄이 서도록 총재에 의해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 조선왕조...
매년 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도심 곳곳은 흡사 골동품 박물관으로 변한다. 거리마다 폐품더미가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각 구역마다 정해진 날짜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크기와 종류에 상관없이 대문 밖에 내다 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헝가리 정부에서는 이 모든 걸 무료로 수거해 가는데, 이 날을 ‘롬떨러니따쉬(lomtalanítás)’라고 부른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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