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애초에 지역의 차이나 신분에 차이를 두지 않고 고르게 인재를 내는데 누구는 성취하고 누구는 성취하지 못하는 것은 어째서인가?김정희, 《완당집(阮堂集)》, 권1 〈설(說)〉, ‘인재설(人才說)’ 중에서. 작년에 좀 특이한 일이 있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교전상태에 돌입하자 두 나라 청년들이 종전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한글로 적어 세계에 알린 것이다. ‘전쟁을 멈...
지난 1년만큼 ‘아파트’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린 적이 있었나 싶다. ‘코로나19’에 버금갈 정도로 뉴스와 일상생활에서 최대 화두가 되어버린 아파트는 주식 열풍과 쌍생아처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요동쳤다. 변종 바이러스 유행만으로도 힘겨운 사람들은 주거와 자산의 버팀목인 아파트와 주식까지 이변을 일으키는 삼각파도에 휩싸인 채 힘겹게 사계절을 넘겼다. 언제부터 아파트...
그림·김희현 지난주는 무척 바쁘게 보냈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통해 오랜만에 온라인 카피라이팅 강연을 진행했고 고정적으로 작업하는 텍스트 컨설팅 작업이 몰려 몇 날 며칠을 밤늦게까지 일했다.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을 때 나는 ‘이 일만 끝나면!’ 하면서 맡은 일을 모두 마무리하고 좋아하는 것을 누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힘을 내곤 한다. 좋아하는 일이란...
01 반백 년 친구의 암 검사 “체중이 줄어 병원에 갔더니 암일 수도 있다고 하네. 정밀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는데 자네가 보호자로 같이 가주지 않겠어?” 친구의 전화에 가슴이 철렁했다. 다른 일 다 제쳐 두고라도 시간 맞춰 가겠다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정작 아내나 아들딸에겐 내색도 못하고 있을 친구의 마음이 헤아려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내 나이 올해 일흔 일곱. 그...
[K팝 뮤직비디오 감독 이사강]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단 얘기가 있다. K팝 뮤직비디오 이사강 감독을 프로로 인정하게 되는 이유는 15년이란 경력에만 있지 않다. 자신이 나아갈 다음 단계를 부단히 갈고닦는 성실함이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세계 음악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은 K팝의 성장세는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진 지난 2020...
그림· 동그란씨 어머니는 딱 20년 전인 2001년에 돌아가셨다. 나 혼자 산골에 들어온 1992년부터 돌아가시기 전까지 어머니는 10여 년간 거의 매일 전화를 하셨다. 밥은 먹었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명절이 다가오면 이번 명절엔 집에 오는지 궁금해 전화를 놓지 못하셨다. 그때는 지금과 달라 사는 게 더 없이 궁핍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원고료 수입이 한국 1%에 든다...
[양산 통도사 봉발탑] 아하, 이제 보니 석가모니도 사람이셨군밥공양에 남루 걸치고 급히 뒷간도 가는,배고픈 젊은 스님들줄 지어 공양 간다 경남 양산의 통도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을 만큼 큰 규모와 역사를 자랑한다. 넓은 경내에 수많은 문화유산이 줄지어 있지만 미륵불을 모신 용화전 앞에 놓여있는 탑 하나가 유독 눈길을 끈다. 흡사 밥그릇 닮은 탑의 모양이 퍽 이채롭다...
삶의 구심점이 된 엄마의 바느질 《나의 바느질 수다》천승희 글·사진 / 궁리 / 13,000원 첫머리에 적힌 ‘그동안 부러뜨린 숱한 바늘들과 풀어 쓴 무수한 실들에게’란 헌사(獻詞)에서 보듯 이 책은 인형 옷을 만들어 입히느라 아홉 살부터 바느질을 시작해 이제 웬만한 아이들 옷은 직접 만들어 입힐 만큼 내공이 쌓인 알뜰 살림꾼의 바느질·뜨개질 예찬론이다. 두 딸을 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돌아서는데 평소엔 스치듯 무심하게 지나치던 주차장 옹벽에 바싹 마른 담쟁이 가지들이 엉켜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담쟁이는 무성하던 잎을 다 떨구고도 세월에 미련이 남은 양 담장 가득 거미집 짓듯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해 놓고 있었다. 기꺼이 제 몸 내어주어 담쟁이를 받아들인 옹벽이 새삼 대견하게 보였다. 그 덕분에 삭막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회색...
수원 부국원(富國園) 사라진 토종쌀 품종을 되살리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우리가 먹는 쌀 품종은 과거엔 지방마다 특색 있고 다종다양했는데,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토종 품종이 자취를 감추고 그 후로도 통일벼라는 품종으로 단일화되고 말았다고. 커피 원두조차도 산지와 품종을 따지는 마당에 매일 먹는 쌀이 어떤 품종인지 따져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씨앗은 땅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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