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것들이 언택트(Untact)를 넘어 온택트(Ontact)로 바뀌고 있다. 온택트로 공부를 하고, 미팅을 하고, 또 문화생활을 한다. 그러면서 점차 실재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관한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도 사실. 팬데믹이 오랫동안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보며 ‘실재’라는 개념이 앞으로는 다르게 정의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디...
내가 다시 글쓰기로 돌아와 사극에 도전한 것은 마흔 살이 되던 2008년 무렵이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어차피 산다는 것 자체가 쉬운 게 하나도 없기에, 차라리 남들이 엄두를 못내는 영역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이 역사 공부였다. 사극은 역사에 대한 충분한 고증과 역사적 틈새를 파고드는 창의적 스토리, 생생하고 입체적인 캐릭터, ...
전쟁이 끝난 후 모두가 넉넉지 못한 시절이었지만 정세영 할머니의 유년은 유독 배고팠다. 전라도 산골의 고향 마을에는 쓸 만한 전답이 부족했고, 일곱 식구가 먹기에는 늘 쌀이 모자랐다. 배고픔을 달래주던 건 아버지가 산비탈에 심어놓은 호박. 가을이 되면 잘 익은 호박 속을 긁어 죽을 끓여 먹었다. 수십 년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세월은 눈 깜짝할 사이...
코끝 찡하게 추운 날이면 마음이 먼저 찾아가는 곳이 있다. 따뜻한 아랫목도 아니고, 그리운 이가 머무는 곳도 아니다. 충남 서천 마량리 바닷가에 있는 작은 동백나무숲이다. 언제 처음 그 숲을 만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10여 년 전쯤이라 어림짐작할 뿐이고 또 혼자가 아니었던 것만은 확실한데, 누구와 동행했는지 좀처럼 기억나지 않는다. 동백나무숲의 첫인상은 그다...
○ 파랑새의 희망수기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없이 겪은 우여곡절, 기가 막힌 인연 등 우리 인생이 바로 한 편의 소설이고, 드라마입니다. ‘파랑새의 희망수기’에서는 2020년 샘터상 생활수기 부문 최종심에 올랐던 원고를 필자 동의 아래 소개하고 있습니다. 알람소리에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치켜올려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새벽 6시 30분. 화장실로...
ⓒ 백홍기 산책을 나가지 못해 냉장고 청소나 하려고 냉장고를 뒤지는데 구석에서 오래된 머핀 한 덩이가 나왔다. 머핀은 검푸른 곰팡이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었다. 곰팡이가 소복한 머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머핀이 되기 전, 한때 푸른 밀이었고 질기고 강인한 사탕수수였으며 어느 소의 몸을 돌던 더운 젖이었던 것들이 우리 집 냉장고 구석에서 다른 미생물들을 무럭무럭 기르고 있었...
119REOwww.119REO.com 열악한 소방관의 처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소방관들이 장갑을 사비로 사서 쓴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2016년 당시 건국대학교 재학생이던 ‘119REO’의 이승우(28) 대표도 이 같은 언론 보도들을 접하며 소방관들의 처우개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동아리 친구들과 소방관들...
이달에 소개할 샘터 과월호 글은 1996년 2월호 ‘샘터가족실’ 코너에 실렸던 독자 최선희 님의 글입니다. 당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주공아파트에 살고 있던 최선희 님은 방 한 칸짜리 셋방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하는 대학 후배를 위로하러 갔다가 뜻밖의 얘기를 듣고 10년 전 자신의 결혼식 때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얼마 전 대학 후배가 늦은 결혼을 했다. 둘 다 집이 시골이...
그림·지은아 “송 약사, 약사 그만두고 인문학 가르치는 강사를 하면 어떤가.” “선생님, 저 아직 졸업도 안했어요!”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오늘처럼 눈 내리던 날 아담한 가옥에서 나는 김천응 선생님과 술잔을 기울이며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선생님은 오랜 시간 인문학을 함께 공부해온 내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인문학 강사를 해볼 것을 권하셨다. 그때는 당연히 약국에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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