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이광좌와 최창대와 박태한은 가깝게 지내던 벗이었다. 세 사람 모두 똑똑했고, 진지했으며 미래가 창창한 젊은 선비였다. 그랬기에 셋은 이후 과거에 급제해 관원이 되면 면신례를 거부하기로 다 같이 뜻을 모았다. 면신례(免新禮)는 조선시대 내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신참 관원 신고식이다. 정약용이 판서 권엄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이 악습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
야구규칙 4조 3항 경기 시작 때 또는 경기 중 볼 인 플레이가 될 때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는 페어지역 안에 있어야 한다.(c)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는 페어지역 안이라면 어느 곳에 있어도 된다. 내야수 4명, 외야수 3명은 야구에서 이어져 온 수비의 정석이다. 1루와 3루 베이스 근처에 1루수와 3루수가 서고, 2루 베이스 양쪽에 유격수와 2루수가 선다. ...
스웨덴에 처음 왔을 때 문화 차이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곳은 화장실이었다. 스웨덴에서는 남녀가 구분되는 화장실을 없애고, 성별과 성 정체성을 고려해 모두 동일한 남녀공용(unisex)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었다. 여자와 남자가 함께 이야기하며 화장실 앞에 한줄로 서 있는 모습은 나에게 정말 낯선 풍경이었다. 남녀공용 화장실은 스웨덴의 문화를 잘 보여...
태산 아래 긴 골짜기 사이에 괴물이 살고 있었다. 그것은 꿈틀꿈틀 기어 다니면서 날개가 없으나 날 수 있고 발굽이 없으나 달릴 수 있었다. 그것은 조그만 연못에 깃들거나 한 됫박 되는 작은 웅덩이에 잠겨 살면서 숱한 세월 동안 까치나 두더지의 놀림감이 되었다. 그래서 이 괴물은 늘 울적하고 마음이 괴로워 슬퍼하며 이렇게 탄식하였다.“하늘이 이 세상 이 많은 것들을 만들어내면...
‘부아아앙.’ 묵직한 진동음이 거리에 넓게 퍼지며 한참이나 지속됐다. 무슨 소린가 싶어 창문 밖을 내다보면 오토바이 한 대가 연통 모양의 분무기로 연기를 뿜으며 동네를 돌고 있었다. 2020년은 이 광경이 여름을 지나 겨울까지 이어진 한 해였다. 오랫동안 잊고 지내온 그 풍물은 기억 저편에 묻혀 있던 풍경 하나를 순식간에 불러낸다. 1960년대와 70년대 거리를 뒤덮었던 연...
그림·김희현 요즘 나는 탁상달력을 다이어리로 쓴다. 회사에 다닐 때는 매년 ‘몰스킨(moleskine)’ 브랜드의 데일리 다이어리를 구매해 꾸준히 스케줄을 기입했는데 깔끔한 까만 커버에 내지도 심플한 디자인이어서 메모하기가 편했다. 보다 젊은 나이였을 때는 시중에 나온 각양각색의 다이어리 중에 내 것을 고르는 재미를 느끼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항상 써온 다이어리를 별...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지금과 다른 세상이 온다 해도 사람의 온기만은 늘 곁에 남아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길 소망합니다. 01 정이 넘치는 텃밭의 이웃들 아내와 나는 13년째 집 근처에 분양받은 작은 텃밭을 일구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가는 텃밭에서 철따라 맛있는 먹을거리를 얻고 있으며 건강한 유기농 채소를 수확할 때마다 노동의 값진 땀을 확인하...
[배우 김재원]배우 김재원이 살고 싶은 세상을 함께 그려보다가 유토피아를 떠올렸다.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화합하여 사는 꿈의 세상. 적어도 포용심 깊은 그의 마음속에서만큼은 그 세계가 펼쳐지고 있을 것 같았다. 음식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삶의 태도를 알 수 있다. 배우 김재원(41)의 경우가 딱 그러하다. 최근 TV예능프로 편스토랑에 출연해 데뷔 20년 만에 처음 공개한 일상 속 그의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여덟 살 난 아들 이준이와 친구처럼 즐겁게 요리하며 아이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다정히 답하는 ‘아빠 김재원’으로서의 모습은 그가 이제껏 연기해온 온화한 캐릭터들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톱배우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벗고 아들을 위해 앞치마를 두른 표정에 삶의 여유와 행복이 묻어나 보는 ...
그림· 동그란씨 겨울은 해가 짧아 일찍 진다. 해가 지는 곳은 앞산 능선. 봉긋 솟은 능선이라 더 일찍 지는 것 같다. 해를 볼 때마다 움푹 파인 능선이라면 조금이나마 해가 더 길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삽 들고 올라가서 솟은 능선을 파내야지, 벼른 지가 삼십 년째. 올해는 기필코 그러고 싶지만 세상일은 뭐든 장담하기 힘들다. 해는 참 정확하다. 에누리가 ...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 임 떠난다고 울지 마라봄 간다고 아쉬워 마라절집에 남은 것은탑 하나와 당간지주돌 하나바다에 던져그 깊이를 잰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골짜기에 우뚝 서있는 보원사지 당간지주 앞에 서면 오층석탑이 눈에 들어온다. 아래층 기단 옆면에는 열두 마리의 사자상이 새겨져 있고, 위층 기단 옆면에는 팔부중상(八部衆像)이 2구씩 새겨져 노련한 석공의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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