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며느리로 시집와 철철이 제사며 집안 대소사를 도맡아온 심재옥 할머니. 손수 제사상을 차리고 대식구의 삼시 세 끼를 챙겨 온 솜씨는 두 딸의 간식에도 발휘되었다.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들어간 수제간식을 어찌 사 먹는 것과 비교할 수 있으랴. 특히나 동태살을 섞어 담백하고 영양만점인 동태감자고로케를 앉은자리에서 몇 개나 해치우던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나를 먹어도...
사람들은 이십대를 어떻게 기억할까? 어느 날 은사시나무 아래 있을 때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을 보면서 내 이십대가 꼭 저러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순간순간 보송한 솜털이 햇살을 머금어 반짝이듯 푸르르고, 또 어느 순간엔 닳고 닳아서 양말 끝에 비치는 엄지발가락처럼 군색한…. 이십대 초반의 겨울날, 나는 순천행 밤기차에 타고 있었다. 그날 내가 야반도주하듯 밤기차를 타게 된...
그림·용소라 ○ 파랑새의 희망수기‘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없이 겪은 우여곡절, 기가 막힌 인연 등 우리 인생이 바로 한 편의 소설이고, 드라마입니다. ‘파랑새의 희망수기’에서는 2020년 샘터상 생활수기 부문 최종심에 올랐던 원고를 필자 동의 아래 소개하고 있습니다. 시끄러운 엔진소리를 내며 구덩이를 파던 포클레인이 잠시 멈춘다. 흙속에 숨어...
공백은 늘 서먹하다. 침범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서먹함이 있다. 번역을 하거나 글을 쓸 때면 필연적으로 공백과 마주해야 한다. 먼 곳에서 출발한 언어들이 내 몸을 통과해 모국의 언어로 도착할 때도, 일관성 없이 먼지처럼 떠돌던 관념들이 더듬더듬 문장으로 모일 때도 반드시 이 공백을 지나야 한다. 모니터 흰 화면에서 깜박이는 커서는 활자가 지나갈 때마다 얌전한 학생처럼 ...
2019년 12월 통계에 따르면 국내 총인구의 4.9%가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다. 통상 5%가 넘으면 다문화사회로 분류할 때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은 약 30만 명. 비록 피부색도,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지만 모두 우리와 같은 일상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인 건 분명하다. 흔히 ‘경단녀’로 대변되는...
창간 50주년을 맞아 지난 반세기 동안 샘터 지면을 통해 소개되었던 정겨운 독자 투고 글을 매달 한 편씩 소개합니다. 지면에 다시 소개되는 글은 가능한 당시의 한글맞춤법과 표기법을 따랐습니다. 1990년 12월호 ‘ 연중기획 샘터 가족실’ 코너에 실렸던 독자 박은수 님의 글입니다. “아주머니, 잘 부탁합니다. 전주에 도착하면 이 할머니를 시외버스터미널로 모시고 가서 진안 가...
그림·지은아 1990년대 중반, 어학연수와 배낭여행이 크게 유행했다. 남들 다 가는 어학연수 행렬에 동참하고 싶었던 난 하루에 과외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 하면서 비용을 마련했다. 마침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품에 안은 채 시드니 공항에 내렸을 때만 해도 불과 몇 달 후 IMF 금융위기라는 사건이 나를 강타할 거라고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한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
장계향(1598~1680)은 ‘정부인 안동 장씨’라는 호칭으로 더 유명한 인물이다. 장계향은 어린 시절부터 한시(漢詩)를 지었을 만큼 학식이 풍부했고, 요리서 《음식디미방》을 직접 집필했으며, 이조판서를 역임한 이현일 같은 훌륭한 아들을 둘 만큼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하지만 정작 장계향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결과물에 큰 가치를 두지 않았다. 장계향이 평생 관심을 가졌던 ...
야구규칙 8조 2항 투수는 다음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d) 고의적으로 타자를 맞히려고 투구하는 것. 이 같은 반칙행위가 생겼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때는 다음 중 택일할 수 있다. 1.그 투수 또는 그 투수와 감독을 한꺼번에 경기에서 퇴장시킨다.(중략) 원주 : 타자의 머리를 향해 투구하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고 대단히 위험하다. 심판원은 곧바로 ...
지난 5월 18일, 모처럼 가족이 함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와 사망자 수치가 절정에 이르자 이탈리아 정부가 가족 1인의 약국과 슈퍼 방문을 제외한 모든 외출을 금지시킨 3월 14일 이후 거의 두 달만의 가족 외출이었다. 두 달간의 격리 기간 동안 가장 그리웠던 건 동네 바(이탈리아는 카페 를 바라고 부른다)에서 돈을 내고 사마시는 에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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