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소제동 철도 관사촌] 대전은 철도로 인해 탄생한 도시다. 경부선 기차역이 한적한 마을 대전리에 세워지면서 신도시 건설이 본격화됐다. 일본인 기술자와 노동자들이 정착하여 성장하게 된 도시, 그것이 대전의 시작이었다. 호남선이 통과하면서 철도변 주변은 상업가, 환락가로 은성해졌고 온천개발을 끝낸 유성은 주요 철도 관광지로 등극했다. 철도는 도시의 풍경을 완전히 바꾸었다...
작년 11월 무렵, 미루고 미루었던 여행 계획을 세우고 결심이 흐려질까 일찌감치 비행기표부터 예약했다. 파리와 로마에만 머물며 20일간의 휴가를 보낼 예정이었다. ‘5개월 후면 쌓인 일을 저 멀리 밀어놓고 파리 한가운데를 거닐고 있으리라’. 그렇게 기다리던 봄이 왔건만, 그 봄에 코로나와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전개였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퍼...
아침 일찍 직장에 출근해 업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사무실 바깥이 수선스러웠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 복도로 나가보니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는 여성 미화원이 사색이 된 얼굴로 서있고, 소란을 듣고 달려온 경비원은 그 옆에서 난감한 표정으로 쩔쩔매고 있었다. 소동의 원인은 전혀 일면식도 없는 웬 낯선 여성이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여자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는 것 때문이었다. 낯...
동초 김연수에서 비롯된 ‘동초제’ 판소리의 계승자 이일주(84) 명창의 증조부는 19세기 조선 소리판을 주름잡았던 이날치(1820~1892) 명창이다. 전남 담양의 어름사니 집안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날치처럼 가볍고 날쌔게 줄을 잘 탄다하여 ‘날치’란 예명으로 불렸던 그는 뒤늦게 판소리에 욕심을 내어 서편제 대가인 박유전 문하에 들어가 소리를 배운 당대의 명창이었다. 탁하고 ...
인천에서 40년 넘게 백반집을 운영하여 쌓아온 오랜 경험과 탁월한 손맛으로 한식은 물론 양식, 중식, 일식까지 못하는 요리가 없는 최옥인 할머니. 그녀의 수많은 비법 중 한 가지를 뽑으라고 한다면 그건 바로 정성이다. 감자탕 하나만 보더라도 손수 시래기를 말리고 핏물을 빼기 위해 무거운 등뼈를 몇 차례 씻어내는 등 그녀가 끓인 시래기감자탕은 가히 정성의 결정체라 할 만하다....
힘들고 고단한 일을 끝마쳤을 때나, 사는 게 이게 아닌데 하는 회의가 속에서 치받을 때면 떠오르는 풍경이 하나 있다. 여리고 순한 풀들이 돋아 있는 곳에 탑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는 곳. 멀리서 보면 황무지 같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먼 과거의 삶이 돌이나 도자기 조각 같은 것으로 남아 있는 거기, 전북 익산의 왕궁리 유적지 얘기다. 나에게 그곳은 마음만 먹으면 찾아갈 수...
그림·용소라 ○ 파랑새의 희망수기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없이 겪은 우여곡절, 기가 막힌 인연 등 우리 인생이 바로 한 편의 소설이고, 드라마입니다. ‘파랑새의 희망수기’에서는 2020년 샘터상 생활수기 부문 최종심에 올랐던 원고를 필자 동의 아래 소개하고 있습니다.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던 그날 밤은 참으로 길었다. 내가 대체 뭘 잘...
살면서 배추에게 위안을 받는 일은 흔치 않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배추를 보러 간 것은 아니었다. 태백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마을 이름에 끌려 들른 ‘귀네미 마을’에서 그 배추들을 만나게 되었다. 마을에 들어서자 해발 1,000m의 서늘한 매봉산 등성이에 거대한 배추밭이 보였다. 눈이 닿는 곳 모두 배추였다. 끝도 없이 이어진 배추들이 바다처럼 짙푸르게 넘실거렸다. 흙과 바람과...
잡지나 신문뿐만 아니라 이제는 꽃도 정기구독이 가능한 시대다. 사회적기업 ‘플립플라워’를 통해 정기적으로 집에서 꽃다발을 배송받는 ‘꽃 정기구독’ 서비스 이용자 수는 500여 명. 홈페이지에서 꽃다발 사이즈와 수령기간을 선택하면 전문 플로리스트가 만든 꽃다발이 2주에 한 번씩 배달된다. 예쁜 제철 꽃을 플로리스트가 골라 보내주므로 이용자들은 ‘오늘은 어떤 꽃이 배달됐을까’ ...
창간 50주년을 맞아 지난 반세기 동안 샘터 지면을 통해 소개되었던 정겨운 독자 투고 글을 매달 한 편씩 소개합니다. 지면에 다시 소개되는 글은 가능한 당시의 한글맞춤법과 표기법을 따랐습니다. 1993년 11월호 ‘ 샘터 가족실’ 코너에 실렸던 독자 윤순찬 님의 글입니다. 지난 일요일이었다. 모처럼의 연휴를 맞아 아내와 함께 과일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불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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