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정혜사지 십삼층석탑] 친구여 생의 인연 하나 만나지 못했다면지상에 흔적 하나 남기지 못했다면서라벌 별밭에 숨은미인도(美人圖) 보러가자도덕산 해 기운다고 발길 재촉마라왕조 저문다고 눈물 보이지마라보아라 허리 곧추세우고이승의 강을 건너는 신라 천년의 유서 깊은 문화유적을 품고 있는 경주 도덕산과 자옥산 자락 사이, 국보 제40호 정혜사지 십삼층석탑도 거기 서있다....
초졸 학력 경비원 작가의인생 사자성어 《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홍경석 지음 / 행복에너지 / 25,000원 초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지금껏 대전의 한 빌딩관리원으로 일하고 있는 작가 홍경석(62)은 두 권의 책을 통해 글쓰기 실력을 입증한 재야 저술가이다. 소년가장이 된 10대 시절부터 신문팔이, 구두닦이, 우산장사 등을 전전했던 그는 결혼 후 자녀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
전화조차 금지된 신병훈련소에서 편지는 외부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일일이 이름을 호명해 편지를 나눠주는 저녁점호 시간이 스릴러 영화를 볼 때보다 더 떨렸다. 혹시나 내 앞으로 온 편지가 하나도 없으면 어쩌나, 벌써 몇 통의 편지를 받아들고 싱글벙글하는 동기를 바라보며 얼마나 가슴을 졸였던가. “권혁일 훈련병!”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을 때, 세상을 다 가...
그 집 앞을 지나갈 땐 걸음이 한 박자 느려진다. 맑은 물방울이 하얀 꽃잎 위로 떨어지듯 가슴이 스타카토로 뛴다. 시들한 골목길에 오래된 집 한 채를 고치느라 며칠 뚝딱뚝딱 망치 소리가 들렸다. 별 생각 없이 지나쳤는데 어느 날 목공예 공방이 생기고 외벽에 싱그러운 아이비 화분이 걸렸다. 그 집 앞을 지나는 아침, 푸드덕 잠을 깨는 공기에서 박하향이 났다. 스무 살 무렵, ...
[서울 새문안로 돈의문 박물관 마을] 한양도성의 큰 4개의 문 중 하나인 서대문의 또 다른 이름은 돈의문이다. 안타깝게도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문과 성곽만 흐트러진 게 아니라 성문 안 경희궁도 자취가 묘연해졌다. 1866년 경복궁을 중건하느라 경희궁의 전각들이 옮겨지면서 궁의 역할을 잃어버린 뒤로 1910년 일본인 관료 자제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성중학...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비대면 쇼핑이 늘면서 택배 관련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는 것도 일이 되었다. 박스 겉면에 꼼꼼하게 붙여놓은 비닐 테이프는 물론이고, 재활용을 위해 개인 정보가 담긴 스티커를 제거하는 게 제법 번거롭다. 제품에 돌돌 감긴 에어 완충제, 과대포장이 분명한 플라스틱 패키지까지 내가 주문하지 않았던 ‘쓰레기’의 처리도 내 몫. 비닐에 온몸이 엉킨 바다거북 사진...
집으로 배달되는 종이신문을 끊은 지 아주 오래되었다가 어떤 일로 다시 종이신문을 받아 보게 되었다. 매일 아침 현관문 앞에 다소곳이 놓여있는 신문을 챙길 때마다 특유의 잉크냄새가 물씬 풍긴다. 특히 올해는 장마가 길어 신문에 비닐포장을 씌워 배달되는 경우가 잦은데 비닐봉지를 벗길 때 나는 진한 잉크냄새가 좋아 강아지처럼 코를 킁킁거릴 때가 많았다. 생각해 보니 내가 신문 특...
오늘은 바다가 유난히 더 거칠다. 파도때문에 커다란 경비함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오늘 출항하면 4박 5일 동안은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들을 볼 수가 없다. 한 달 중 보름 정도나 되는 ‘익숙한 이별’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서해5도 특별경비단 501함 승조원인 내 임무는 북한과 인접한 서해5도 인근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외국 어선을 단속하고 우리 영해에서 해양사고가 발생했을...
구순의 오영숙 할머니는 평생 손에 물이 마를 날 없이 오 남매의 끼니를 챙겼다. 삼시세끼 정성이 가득한 음식은 그렇게 자식들의 피와 살이 되었다. 밥상에는 갖가지 찬이 올랐지만 으뜸은 김치였다. 오이소박이, 나박김치 등 철마다 제철김치를 내었고, 매년 200포기나 되는 김장김치를 담갔다. 해마다 김장하는 날이면 보쌈을 삶고 겉절이를 버무려 온 가족이 함께 먹으며 즐거운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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