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날이 화창하기에 문이란 문은 다 열어젖혀 승용차 내부에 풍욕 일광욕을 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퀴퀴한 냄새가 빠지고 싱그러운 바람과 알싸한 햇볕 냄새가 차 안 가득 들어찼다. 조심스럽게 승용차에 올라 문을 닫고 의자를 뒤로 젖히니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가 되었다. 그렇게 살포시 낮잠에 빠지려던 참이었다. 귓가를 긋고 가는 곤충의 날갯짓을 느끼고 소스라치게 놀라...
아빠가 하늘나라로 떠난 지 벌써 8년이나 됐네. 잘 지내고 있지, 아빠? 난 지금 학교를 휴학하고 해외인턴 중이야.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지금 해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도전을 택한 딸을 아빠도 많이 응원해줄 거라 믿어. 이왕 마음먹은 거, 외국 나와서도 이렇게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내 걱정 너무 하지 마. 하늘에서 보니 어때? 나 제법 잘 하고 있는 것 같...
부산에서 나고 자란 이금순 할머니는 건강한 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장본인이다. 매일 운동을 빼놓지 않으며 음식도 깐깐히 따져 먹는다. 그래서인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탱탱한 피부, 군살 없는 몸매, 튼튼한 체력을 자랑한다. 특별히 매일 챙겨 먹는 해초샐러드야말로 결정적인 건강비결. 그녀는 해초샐러드 덕분에 피부도 맑아지고 몸도 가뿐해져 자신감과 활력을 얻었다. 지인들 사이에서...
가을비가 내려 온갖 냇물이 황하로 흘러들어 장관을 이루었다. 황하의 신 하백이 굽어보니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흐뭇했다. 기쁜 마음에 물을 따라 동쪽으로 가다가 북해에 이르렀는데, 그곳은 물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장관이었다. 하백은 두리번거리다가 북해의 신 북해약에게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속담에 ‘백 가지 이치를 듣고 나서 자기를 따라올 자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출난 재능이 아니어도 작은 장점 하나로 내 스스로 대견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남들에겐 별 것 아닐지 몰라도 내 자신이 반짝이는 별처럼 생각되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삶의 권태를 극복한 비결 지인들 사이에서 나는 선물 잘 하는 ‘산타 주부’로 통한다. 최근 선물한 것만 세어 봐도 열 손가락이 금세 접힌다. 시어머니께는 화장품, 친정엄마에게는 갈비, 동서에게는 라면 한 상...
진주(晋州)라는 도시를 생각하면 머릿속에 잔물결이 남실댄다. 가을이면 강 위에 찬란한 유등을 띄우는 진주 남강, 그리고 강을 굽어보는 진주성 남쪽 벼랑 위에 날개를 펼친 새처럼 우뚝 솟은 촉석루의 기억이 영롱하게 빛난다. 단짝과 함께 촉석루에 찾아간 것은 1998년 2월,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친 오후였다. 진주성에서 버스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여고에 다녔던 우리는 그동안...
그림·용소라 ○ 파랑새의 희망수기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없이 겪은 우여곡절, 기가 막힌 인연 등 우리 인생이 바로 한 편의 소설이고, 드라마입니다. ‘파랑새의 희망수기’에서는 2020년 샘터상 생활수기 부문 최종심에 올랐던 원고를 필자 동의 아래 소개하고 있습니다. 화가 난 마음에 발로 땅을 툭툭 차며 발걸음을 옮기고는 있지만 신발 밑으로 느껴지...
노란 금계국을 만난 곳은 경기도 연천군에 자리한 연강나룻길이었다. 금계국 주위로 연두색과 녹색의 풀들이 번져 있었고 초록의 가장자리는 땅과 나무가 감싸고 있었다. 완만하게 구불거리는 능선길이 저 멀리 옥녀봉까지 이어졌다. 옥녀봉 정상에서 높이 10m의 거대한 ‘그리팅맨’ 조각상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 왔다. 왼편으로 강이 반짝이고 눈앞으로는 낮고 부드러운 둔덕...
사회적 기업 ‘모아스토리’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은 서울 연남동 지도에는 요즘 인기 높은 식당과 카페들이 꼼꼼히 표시돼 있다. 겉으로는 평범한 동네 지도처럼 보이지만 이 지도는 조금 특별하다. 지도에 표시된 40여 곳의 ‘핫플’은 모두 입구에 문턱이 없거나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바퀴 달린 이동수단으로도 편하게 진입할 수 있는 장소들이다. 모아스토리는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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