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김희현 8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지 석 달이 다 돼간다.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생활을 15년이나 했음에도 180도 바뀐 생활에 너무나도 순조롭게 적응해가고 있는 중이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왕복 3시간 30분 넘게 출퇴근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다. 하긴, 새로운 생활이 고단하면 옛날이 그리워질 테지만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요즘이니 적응하지 못할 이유가...
우리가 너무 몰랐던수화(手話)의 세계 수화 배우는 만화핑크복어 지음/ 돌베개 / 13,000원 학창시절 청각장애를 가진 친구와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한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던 저자 핑크복어는 십 년 후 정말 ‘아무 준비 없이’ 수화교실에 등록해 수화를 배웠고, 그 과정을 만화로 옮겼다. 《수화 배우는 만화》는 평범한 학원강사이자 주부인 핑크복어의 좌충우돌 수화 수업을...
그림·권혁일 내 삶에서 죽음에 가장 가까웠던 순간이라면 화생방 훈련을 경험한 날이 아닐까? 입대 전 TV에서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훈련병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더니 입대 후 그 공포가 점점 더 커졌다. 아무리 마음을 다져보아도 운명의 그날이 가까워지자 자신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화생방을 마치고 나오는 선배 훈련병들의 모습을 목격한 것이 화근이었다. 엿가락...
제15회 사계 김장생문학상 수필부문 당선작 엄마가 돌아가신 후 물건 정리를 했다. 부엌 곳곳에 소주병이 숨겨져 있었다. 싱크대 아랫단에서, 양주병과 포도주가 진열된 찬장 구석진 곳에서, 간장병과 식용유 사이에서도 초록색 병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기제사가 끝나고 시누이와 시고모님의 거침없는 입담이 지나간 후에 돌아서서 몰래 찾아들었을 눈물 한 방울 소주 한 모금. 서울에 ...
[인천 미추홀구 문학이용원] “4형제 중 둘째인 내가 제일 믿을 만하셨던지 가게 나와서 일 좀 도우라 하셔서 시작한 일이지요. 어릴 적부터 아버님 옆에서 심부름 해 드리면서 어깨너머로 일을 배웠어요. 열아홉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이발 기술을 배우다 군 제대 후 아버님 돌아가신 1964년부터 가게를 맡은 게 벌써 55년이나 됐네요.” 물이 계곡을 흐르고 바람이 한곳에 머물지...
[서울 가회동·익선동의 한옥] 한옥은 특별한 미감을 가진 우리 가옥의 원류다. 품위 있고 아늑하며 인간적이다. 마당을 둘러싼 네 면의 지붕이 모여 네모난 우물 같은 하늘을 선물한다. 담은 또 어떤가. 각자의 미의식을 뽐내듯 자유롭게 장식하며 동네와 동네를, 집과 집을 개성 있게 만든다. 좁고 춥고 불편하다 한들 한옥집에 대한 감수성은 시대를 초월한다. 그러나 이런 기억의 집...
지난해, 서울의 한 미술관에서 문화인류학자이자 사진작가인 크리스 조던의 전시가 열렸다. 가장 이슈가 되었던 작품은 가장 높이, 멀리, 오래 나는 새로 알려진 앨버트로스의 사진이었다. 북태평양 미드웨이섬의 아름다운 자연에 어울리지 않게 어린 앨버트로스의 사체가 놓여 있었고 부패한 배 속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했다. 작가는 바다 오염으로 죽어가는 생명들을 위한 애도의 작업을...
김복이(74) 할머니의 음식은 한식보다 중국식에 가깝다. 우리가 잘 쓰지 않는 샐러리가 만두소에 들어가고, 고추기름을 사용한 건두부무침도 생소하다. 만주에서 나고 자란 세월은 음식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그녀는 한순간도 고국을 잊은 적이 없었다. 아버지에게 한국말을 배웠고, ‘남북이 통일 되면 꼭 한국에 가리라’는 어머니의 넋두리를 자장가 삼아 매일 잠들었다. 서울 금천구...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세요. 수없이 겪은 우여곡절, 기가 막힌 인연 등 우리 인생이 바로 한 편의 소설이고, 드라마입니다. 때론 굴곡졌던, 때론 햇빛처럼 찬란했던 우리의 삶은 지쳐 쓰러져 있는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될 것입니다. ‘파랑새의 희망수기’는 삶의 희망을 찾아 날갯짓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오른손 새끼손가락 골절상.’ 엑스레이 촬영 결과를 받아든 정신조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올림픽까지 와서 손가락 골절이라니! 접골원까지 따라와 초조한 표정으로 검사 결과를 지켜보던 코치진과 협회 임원들도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만약 부상 사실이 링 닥터에게 알려지는 순간 기권패가 내려질 것이었다. 선수촌으로 돌아온 그들은 일단 부상 얘기가 흘러나가지 않도록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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