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판 모르는 사람의 집에서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빵을 굽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남의 집 프로젝트’에서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얼굴도 본 적 없는 남의 집으로 놀러 가는 특별한 경험은 남의 집 프로젝트 김성용(39) 대표의 작은 궁금증에서부터 시작해 현실로 이루어졌다.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어서 자연스레 다양...
여름이 지나면 군부대에선 일제히 진지공사가 시작된다. 비바람에 허물어진 진지와 참호를 보수해 유사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이 공사는 부대마다 구획을 나눠 자기 작전구역 안에 있는 진지나 참호를 보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평소에 예비군 훈련을 주로 담당하는 우리 부대는 작전지역에 들어갈 일이 많지 않은 대신 진지공사 기간에 해야 할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
커피 대신 차(茶)를 즐기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국제차문화학회의 연구결과(2017년 기준)에 따르면 한 대학교의 전교생 중 71.6퍼센트가 월 1회 이상 주기적으로 차를 음용하고 있으며, 거의 매일 음용하는 학생도 3.5퍼센트에 달했다. 차에 대한 대학생들의 높은 관심은 자연스레 다도(茶道) 동아리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추세다. 짜릿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이색 문화생활...
www.facebook.com/boven437 모두들 잡지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SNS, 유튜브, 넷플릭스를 보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누가 잡지를 읽겠냐고. 하지만 종이 잡지를 읽는 시간엔 풍요로우면서도 호젓하며 생의 감각이 사방으로 확장된다. 그 시간에는 분명 인터넷에서는 만져지지 않는 또 다른 결이 있다. 종이 잡지에 담긴 글과 사진은 한 주, 한 달, 길게는 한 ...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 강릉에서 서울 가는 길목에 자리한 해발 700미터의 고개마을에는 유독 계수나무가 많이 자랐다. ‘계수나무 계’ 자를 써서 계촌(桂村)이 된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 오래 전 이곳은 계수나무 수만큼이나 아이들이 많은 동네였다. 마을 어귀의 계촌초등학교에는 한때 학생 수가 천여 명에 달했으며, 인근에 세 개의 분교까지 있을 정도로 인구가 많았...
독일의 대학병원 신장내과에서 근무하던 남편이 가정의(Hausarzt) 개인병원을 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모두가 퇴근한 밤 시간, 병원 벨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밖은 이미 어두워 누가 문밖에 서 있는지 보이지도 않고, 진료시간이 한참 지나 들려오는 벨소리에 남편과 나는 긴장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 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에게 한밤중에 도둑이 병원...
천장까지 쌓인 물건들을 치울 때마다 바닥에 시커먼 바퀴벌레들이 흩어졌다. 선반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냉장고 속 반찬통에서는 악취가 진동했고, 허리까지 쌓인 쓰레기 더미 집에서 3년 동안 두문불출했다는 거주자는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것같은 눈으로 봉사자들을 맞았다. 무더운 여름날, 경기도 동두천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로컬드림봉사회’가 마주한 현장은 상상을 초월했다. T...
나는 내가 여울인 줄 알았다. 틈만 나면 노래가 흘러나왔으니 말이다. 바위를 만나면 하얗게 깨어지는 물결이라거나 수면 위로 도약한 은빛 피라미가 텀블링을 마친 뒤 떨어질 때의 출렁임 혹은 아슬아슬하게 징검돌을 건너가는 발목들이 균형을 잡기 위해 얼쑤 어깨를 들어올릴 때의 흥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시골 마을에서 내 노래 솜씨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두...
그림·지은아 유년시절의 나는 동년배 아이들과 달리 눈(雪)을 좋아하지 않았다. 좀 더 면밀히 말하자면 거리에 쌓인 눈을 싫어했다. 하늘에서 하얀 눈송이가 떨어질 때면, 뽀얀 눈결이 온 거리를 소복이 덮는 날이면, 나는 아버지를 따라 거리의 온 눈을 쓸어 담아야 했기 때문이다. 나의 아버지는 일명 ‘백고무신 아저씨’라 불리는, 동네에서 꽤나 유명한 키다리 아저씨였다. 보일...
그림·박지영 나는 요즘 외손녀를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손녀가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예전에는 손자 손녀에 푹 빠진 사람을 보면 어찌 저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을까 하고 의아해 했는데, 막상 내게 손녀가 생기니 누구보다 열정적인 ‘손녀 바보’가 돼버린 것이다. 작년에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를 보며 내 핏줄이 딸을 통해 손녀로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을 신비롭게 느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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