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김희현 신혼 때 무조건 사야할 것 같은 아이템 중 하나가 앞치마였다. 남편과 둘만 있으니 집에서 만들어 먹기보다 외식이 더 잦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앞치마를 숟가락보다 먼저 샀다. 신혼의 상징처럼 주방 벽 한쪽에 앞치마를 걸어놓고 괜히 뿌듯해했다. 하지만 내 몸에 걸치는 시간보다 벽에 걸려 있는 시간이 더 많아 자연스럽게 앞치마는 내 생활 속에서 잊혀졌다. 처음 앞치마...
보일 듯 말 듯 수줍은 미소, 옥석을 고르듯 신중하게 할 말을 가리는 조심성, 잊고 싶은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순간에도 상대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는 매너. 가수 김혁건(39)은 대체로 감정에 대한 절제와 진중함이 몸에 배있다. 그런 그에게도 대학원 입학 이후 13년 만에 받은 박사학위는 감추기 힘든 기쁨인 듯 했다. 학위취득 이후 가족들 사이에서 ‘김 박사’로 호칭이 바뀌었...
무더운 한여름에 만나는 시원한 토마토 열무냉면과 통밀만두. 더위에 잃어버린 입맛도 금방 되돌아올 것 같은 반가운 차림이다.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냉면과 만두는 입맛 까다로운 이들의 호불호도 가뿐히 피해가는 찰떡궁합 메뉴다. 거기에 허연옥(83) 할머니의 토마토 열무냉면은 한 번 맛 본 사람의 입맛까지 사로잡는 ‘인생메뉴’가 된다. “내가 만든 냉면을 드신 분이 자기가 ...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내 곁에서 같이 웃고 힘을 북돋아 준 든든한 친구들이 있어 여행이 더 찬란하게 빛날 수 있었습니다. 01 전대 차고 세계 속으로!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유럽 배낭여행으로 처음 해외 땅을 밟게 되었다. 가까운 일본, 동남아를 놔두고 멀고 먼 유럽으로 떠난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어머니 혼자 사시는 시골집 안방 벽에는 오남매 자식들의 빛바랜 전화번호부가 붙어있다. 굵은 사인펜으로 꾹꾹 눌러 쓴 삐뚤빼뚤한 어머니의 손글씨엔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 배어 있다. 언젠가 그 전화번호부를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더니 ‘좋아요’ 와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놀라운 것은 우리 어머니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부모들이 그렇게 자식들의 전화번호를 손글씨로 써서 간직하고 있...
제가 착석을 하고도 좀처럼 말문을 열지 못한 건 뜻밖에도 그녀가 인터뷰 첫마디부터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었습니다. 행복을 알고, 행복과 가까워지기 위해 걸어온 눈물 어린 여정이 살짝이나마 엿보이는 듯했습니다.’ 프리랜서 영어통역사로 유명한 안현모(37)가 한 종교잡지에 기고한 기사의 진정성 있는 문장에 눈길이 머물렀다. 마음치유를 위한 그림을 그리는 김현정 화가를 인터뷰하고 ...
그림·류주영 깨끗이 세수를 하고 거울을 들여다본다.단정한내 앞모습이거기 있다.그러나그때마다 마음에걸리는 것은거울 속에 뵈지 않는내 뒷모습이다.외로울 때 나의 뒤에서 뒷힘이 되어주던 뒷모습거기 혼자 있는뒷모습이 보고 싶다.거울을 볼 때마다권영상 뒷모습 사랑하는 벗, 임채엽 수녀님. 이 동시를 읽고 나니 새삼 뒷모습의 아름다움을 묵상하고 싶어서 어떤 유명한 사진가가 여러 사람들의 뒷모습만 찍어서 만든 사진집을 방에 갖다 두고 보는 중이에요. 침방에서 성당으로, 성당에서 식당으로 움직일 때, 그리고 정원에서 산책할 때 요즘은 더 유심히 우리 수녀님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곤 합니다. 뒷모습이 곧은 수녀들도 있지만 노년의 아픔으...
부산 양정동 화지공원 나무는 장마가 오기 전에 서두른다. 부지런히 햇살 한 가득 움켜쥐고 양분을 짓는다. 먹구름에 햇살 숨으면 꽃 한 송이 피울 양분을 짓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두 송이도 아니고, 여름내 붉은 꽃을 수굿이 피워야 하는 나무라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재우쳐야 한다. 살아있다는 건 바로 이 안간힘이 낳은 결과다. 그 여름 폭풍에도 ...
그림 노석미 그 여자와는 애초부터 기분 나쁘게 마주친 셈이었다. 서울에 살고 있는 在京 낙양초등학교 동창들의 모임이 열리는 식당 입구는 커다란 유리문 두 쪽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안에 들어와 있던 이영호가 잠깐 밖에 다녀오려고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 그 여자가 바깥에서 문을 향해 걸어왔다. 오른손잡이인 이영호는 오른쪽 유리문 손잡이를 잡았는데 하필 그 여자가 자신의 왼쪽에...
소신을 택한 ‘요즘 것들’ 탐구생활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박정훈 지음빨간소금13,000원ㅡDirectory직방, 볼드피리어드 지음볼드피리어드16,000원ㅡ요즘 것들의 사생활:결혼 생활 탐구이혜민 지음900KM15,000원 386세대, X세대, N세대 등 언제나 신세대는 존재했고, 그들은 남달랐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88만원세대, 삼포세대 등 그들이 처한 처지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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