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박지영 가끔 산행을 할 때마다 새롭게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산바람이 나뭇잎 사이로만 불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 영혼도 관통해간다는 깨달음 말이다. 봄이 오면 고목나무에 연둣빛 새싹이 나오는 것처럼 숲 속을 거닐 때마다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서 내 영혼의 잎새도 매번 새롭게 피어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산바람을 맞으며 바람은 언제나 나에게 삶의...
생각지도 못했던 수모에 화도 제대로 못 내고 그저 고개 들어 하늘만 보았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날 아침, 무심한 눈길로 낭도들을 살피던 죽지랑은 늘 곁을 지키던 득오의 부재를 깨닫곤 그의 어머니를 불러 아들의 행방을 물었다. 여인을 통해 죽지랑은 득오가 모량리 부산성 창고 책임자로 차출되었으며, 득오를 지명해 부른 이는 익선이라는 사...
그림·용소라 성수대교가 무너진 1994년, 실용실안등록까지 마친 ‘핸드 가라오케’ 생산 계획마저 무산됐다. 노래 반주기능이 내장된 무선 마이크 형태의 핸드 가라오케는 내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러나 사업 파트너의 배신으로 빚더미에 앉은 채 나는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다. 실의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아침, 도마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부엌에서 아내가 칼등으로 도마를 두드...
야구규칙 6조8항 타자는 다음 경우 주자가 되어 아웃될 염려 없이 안전하게 1루에 나간다. 단, 타자가 1루로 가서 베이스에 닿는 것을 전제로 한다.1. 심판원이 4구를 선언하였을 경우 야구의 모든 플레이는 투수의 손끝에서 시작한다. 투수는 마운드에 서서 포수를 향해 공을 던진다. 타자가 공을 제대로 치지 못하게 만들어 아웃을 잡아내는 것이 목표다. 투수와 타자가 벌이는...
2019년 5월에 발표된 아이디의 & NEW(앤 뉴)는 1980~90년대에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댄스 팝을 오마쥬한다. 빈티지 신시사이저(Synthesizer)의 멜로디는 듀란듀란이나 모던 토킹, 데비 깁슨 등의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데, 특히 킴 칸스의 히트곡 처럼 경쾌한 1980년대 팝송과 직관적으로 연결된 인상을 남긴다. 덕분에 경쾌함 속에 조금은 나른한 분위기가 묻어나 ‘뉴트로’나 ‘레트로’ 같은 키워드로도 묶을 수 있다. 이 곡은 일부러 음을 왜곡시켜서 살짝 늘어진 카세트테이프로 듣는 것 같은 분위기를 낸다. 뮤직비디오 뿐 아니라 음원으로만 들어도 그렇다. 비디오에서는 일부러 주사선이 보이는 것 같은 1980년대 비디오테...
노래 럭키 서울이수록된 1949년 음반과 당시 30세였던 가수 현인의 모습. 6월에는 정치적, 사회적 사건과 관련된 기념일이 많다. 그 중 시간이 오래 흘러 자칫 진부한 듯 느껴지지만 가장 중대한 날은 역시 6·25이다. 청천벽력같던 포화 소리가 찾아들기 바로 직전인 1950년 6월의 서울 풍경은 어떠했을까. ‘서울의 거리는 태양의 거리, 태양의 거리에는 희망이 솟네.’ 지금으로 치면 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각 나라마다, 각 사회마다, 각 사람마다 저마다 경험과 생활 환경이 낳은 언어 관습과 생활 양식이 있다. 그 사회가 사용하는 문화 양식과 생활 습관은 그 공동체의 삶과 경험이 빚어낸 결과물이며 각 사회가 사용하는 언어, 행동 방식, 문화 관습은 저마다 같지 않다. 예컨대 우리가 최고라는 표현으로 사용하는 ‘엄지 척’ 손짓은 이란 등의 중동 국가에서는...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우리가 어릴 적 많이 불렀던 옹달샘이란 동요다. 그런데 이 노래가 슈베르트의 교향곡에 나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8번 2악장에는 옹달샘의 익숙한 멜로디가 담겨 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나는 미완성 교향곡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영화 ...
해외출장 중이던 지인이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부고를 받고 정신이 아득했다. 뇌사 판정을 받고 심장과 신장 등의 장기를 기증한 그는 얼마 뒤 한줌의 재가 되어 돌아왔다. 이제 다시 그를 볼 수 없다는 슬픔과 상실감은 안온하던 내 일상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그 뒤 나는 지금껏 허망하게 내 곁을 떠나버린 얼굴들을 종종 떠올리곤 한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사람들. 서른 살도...
구에르치노가 그린 다윗을 공격하는 사울. 악령에 사로잡힌 왕이 있었다. 실성한 왕이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돌아다니자 이를 고치기 위해 신하들이 수금(竪琴)을 잘 타는 사람을 찾게 되었다. 정신병에 음악치료가 유효했던 시대였을 것이다. 불려온 사람은 양치기 소년이었는데 그가 수금을 타자 왕을 괴롭히던 악령이 떠나가고 왕의 머리가 상쾌해졌다. 구약성경의 ‘사무엘 상’에 나오는 이스라엘 왕 사울과 목동 다윗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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