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소를 새롭게 인식하게 될 때는 연약하지만 분명한 목소리가 들려올 때다. 꺼질 듯 안타까운 목소리들이 나를 그 장소에 멈춰 세운다. 한 소설가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으로 장충단공원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설가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소설을 집필하며 시대가 강요한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김복동 할머니의 증언...
남자들은 대개 머리 손질을 어려워한다. 미용실에서 손질법을 자세히 물어보기가 왠지 쑥스러워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 헤어스타일로 고민하던 수많은 남성들도 2016년 헤어뷰티 BJ ‘금강연화’가 등장하면서 손쉽게 헤어 미용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인천에서 ‘어벤져스’ 헤어숍을 운영하는 헤어디자이너 안성준(27) 씨는 남성들의 든든한 헤어 미용 멘토로...
ⓒwww.fosterandpartners.com 모두를 위한 디자인에서 ‘모두’는 과연 누구일까. 덴마크에서는 그 범주를 인간으로만 한정짓지 않는다. 코끼리가 하루에 받아야 하는 적정 일조량까지 고려해 만든 코펜하겐 동물원 ‘엘리펀트 하우스(Elephant House)’의 이야기다. 사실 동물원 자체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공간이다. 자연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인간의 목적에...
허름한 나무 전봇대 옆에서 60년 넘는 세월을 보내고 있는 대창이용원은 대전역 동광장 끝에 위치한 소제동의 터줏대감이다. 빨랫줄에 걸린 수건들이 연탄난로 위에서 까슬까슬 말라가는 고색창연한 풍경 뒤로 모든 것이 1964년 문을 열었을 때 모습 그대로다. 깨지고 갈라진 타일 세면대 위 찌그러진 물뿌리개, 색 바랜 면도통과 비누거품 솔, 손때 묻어 반들반들해진 이발 가위 등 은...
스위스에서의 쇼핑은 확실히 다르고,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상점 문을 열고 들어가 자유롭게 구경한 뒤 원하는 물건을 골라 값을 지불하는 것까지는 만국 공통의 소비 행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오직 스위스에만 존재할 법한 특별함이 있다. 바로 이 같은 소비가 무인 상점에서 행해진다는 사실이다. 스위스에서는 무인 상점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무인 상점에는 사람 대신 거스름돈을 ...
마음은 있지만 쉽사리 실천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봉사다. 더불어 사는 세상,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베풀고 낮은 곳을 향해 사랑을 전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뒷전이 되기 일쑤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단체가 바로 ‘어떤버스’다. “저뿐만 아니라 어떻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호텔을 한 채 지었다. 이름하여 ‘백봉호텔’이다. 지난가을부터 어머니는 백봉오골계가 사는 집이 좁다며 닭장을 하나 지어달라고 하셨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입춘이 지나자마자 “아들, 날도 풀렸는데 닭장은 언제 지을랑가?” 하고 물으며 닭장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사셨다. 닭장을 짓지 않고는 올봄을 지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열한 마리 닭이 살고 있는 우리가 작기는 ...
그림·김보통 대학에 다닐 적, 벚꽃이 필 무렵이면 감사원길을 따라 삼청공원까지 걷곤 했다. 오가는 이 없이 한적한 그 길을 걷는 것을 좋아했다. 당시 나는 학교 옆 고시원에 살았다. 언론고시를 준비하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그럴 마음은 전혀 없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과외 아르바이트만을 꼬박꼬박 했을 뿐, 남는 시간은 학교 도서관에서 아무 책이나 손에 잡히는 대로...
그림·지은아 가정의 달임을 증명하듯 다가오는 5월 달력에는 늘 개인적인 스케줄이 빼곡히 적힌다. 그 분주한 일정 한가운데를 지나는 스승의 날은 내게 묘한 불편함을 안겨주는 날이었다. 사춘기 시절에 만났던 한 선생님과의 기억이 좋지 않게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그 선생님에게 실망한 뒤로 학창 시절 내내 사제지간에 선을 긋고 지내온 내게 스승을 향한 존경심은 낯선 감정이었다....
가수 이선희 씨를 만나는 날을 앞두고 수일 전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교인들 집을 방문해 기도를 해주는데도 그녀의 노래가 스쳐갔다. 책상에 앉아 설교 준비를 해도 그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잠을 자려다가도 환영이 떠올랐다. ‘이게 현실일까, 꿈일까, 진짜 만날 수 있을까? 만남을 주선한 분이 갑자기 장난이었다고 이야기하거나 이선희 씨가 급작스런 스케줄로 인해 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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