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에는 손맛이란 게 있다. 같은 재료, 같은 방식이라도 그 손맛만큼은 어느 누구라도 쉽게 재현해낼 수가 없다. 광주광역시 서구 농성동에 사는 송영자(76) 할머니의 고추장도 예외가 아니다. 한번 맛본 사람은 너도나도 엄지를 치켜들지만 그 맛을 따라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할머니의 고추장에는 ‘손맛고추장’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나가 옛날에 요 고치장 배울 적에 ...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어느덧 세월을 마주합니다. 하지만 꿈꾸고, 도전하고다시 시작하는 마음들을 간직하고 있는 한우리는 언제까지나 청춘입니다. 청춘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니까요. 01프랑스어에 바친 스물아홉 대학 졸업 후 주류 업계에서 일해 온 나는 1년 전 프랑스 와인을 주로 수입하는 회사로 이직을 했다. 그곳에서도 프랑스 바이어들과는 대부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지난해 잠시 귀국했을 때의 일이다. 공항 입국심사 줄이 좀처럼 줄지 않기에 지문과 얼굴 인식으로 통과하는 자동출입국심사대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엄지손가락 지문을 갖다대도 지문 인식이 잘 되지 않았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내가 뭘 잘못했겠지 싶어 왼손 엄지손가락을 갖다대도 통과 신호가 나오질 않았다. 기계가 고장 난 것인가 싶어 이 손가락 저 손가락을 차례대로 다 대보...
바둑은 361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바둑판 위에서 두 선수가 흰 돌과 검은 돌을 번갈아 놓은 뒤 많은 집을 확보한 쪽이 승리하는 경기다. 제주 출신 바둑기사 오정아(27) 4단은 이 치열한 승부 속에서 매번 새롭고 무궁무진한 수(手)를 고민하는 바둑을 둘 때가 제일 행복하다. “일곱 살 때 바둑을 좋아하던 아버지를 따라 기원에 다니면서 바둑을 처음 접했어요. 저보다 먼저 ...
그림·류주영 행간을 지나온 말들이 밥처럼 따뜻하다한 마디 말이 한 그릇 밥이 될 때 마음의 쌀 씻는 소리가 세상을 씻는다글자들의 숨 쉬는 소리가 피 속을 지날 때글자들은 제 뼈를 녹여 마음의 단백이 된다서서 읽는 사람아 내가 의자가 되어줄게 내 위에 앉아라우리 눈이 닿을 때까지 참고 기다린 글자들말들이 마음의 건반 위를 뛰어 다니는 것은세계의 잠을 깨우는 언어의 발자국 소...
경북 봉화 청량산 ©고규홍 언 땅을 뚫고 여린 풀꽃이 새초롬히 피었다. 복수초, 노루귀, 얼레지, 제비꽃, 별꽃…. 어디선가 날아드는 새들의 지저귐이 풀꽃이 불러온 봄의 교향악에 정점을 찍는다. 어느 봄, 아주 특별한 딱따구리 소리를 들었다. 경북 봉화 청량산 기슭의 조붓한 산길에서였다. 천지신명을 감동시킬 만큼의 깊은 울림이 있는 소리였다. 소리의 근원을 찾아 산길을 ...
그림 노석미 기록해두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할 일이 많아진다. 술자리에서마다 ‘역사를 기록하지 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을 일삼아 하는 후배 세이, 친구 이지와 함께 여행을 갔을 때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 바 있기에 내 기억이 황폐해지기 전에 적어두려 한다. 홍콩 국제공항 출국장은 악명 높을 정도로 혼잡스러웠다. 특히 점심시간 무렵에 그랬는데, 물론 그 혼란의 ...
종이 잡지의 부활을꿈꾸는 책방 부쿠M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7길 23 2층02-722-5554ㅡ종이잡지클럽서울시 마포구 양화로8길 31-5 010-6550-9833 많은 사람들이 잡지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최근 국내외 유수 잡지의 폐간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손쉽게 정보를 접하는 요즘, 종이 잡지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게 사실이다. 과연...
청주 연초제조창 돌이켜보니 근대건축 답사를 다닌 지 올해로 십 년이 되었다. 고택, 양관, 관공서, 학교, 성당 등 수많은 건축물을 보았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대구 연초제조창이다. 도시에 좌초된 항공모함 같은 담배공장은 취재 허가를 받아 안내자와 함께 들어갔었다. 공장은 자신감이 넘치고 열렬했던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독특한 기계미학과 무색무취의 ...
초고층 주상복합건물들이 즐비한 서울 합정동에 다소 이질적이게도 2층 양옥집을 개조한 ‘취향관’이 1년 전 문을 열었다. 담장을 허물어 마당과 주택이 훤히 들여다보여 지나가는 이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이곳의 정체는 무엇일까. 카페? 술집?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사람들이 커피나 술을 마시며 매일 다채로운 대화의 장을 펼치니 카페나 술집이라 부를 수도 있지만 취향관의 ...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