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한윤빈 “야들아, 내가 이제 진정한 자유인이 되었다 안카나. 어매 뫼신다고 신경들 쓰지 말고 느그들은 느그들대로 재미나게 살아봐라. 내는 내대로 신명나기 한번 놀아볼끼다.” 내가 막 시집왔을 때 예순이셨던 우리 시어머니는 막내아들까지 결혼시킨 후 홀가분한 기분을 만끽하고 계셨다. 테니스를 비롯해 가야금 연주를 배우기 시작하셨으며 텔레비전에서 경치 좋은 지역이 나오면...
야구규칙 1조 2항. 각 팀의 목적은 상대팀보다 많이 득점하여 승리하는 데에 있다.(2018 공식야구규칙 p.1)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첫 문장이다. 우리 사는 인생의 행복 기준은 대체로 비슷하게 맞춰지고 있다. 후기 산업사회 이후 행복은 ‘축적’이 되어버렸다. 많이 쌓으...
이게 뭐야 두근거리는 감정이 느껴져한순간도 쉴 틈 없이 너만 생각해 말로 다 설명 못 해 자꾸만 웃게 돼이 감정 어디서 왔는지 알수록 더 미소 짓게 돼 — 워너원, 중에서 작년 봄,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 준비에 착수했다. 그동안 책과 관련된 일에 오랫동안 종사해오며, 출판업이 나와 잘 맞는다는 확신으로 꽤 용감하게 1인 출판사를 시작했다. 역시, 사업은 돈이었다. 그해 여름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오랜 심사를 거쳐 창업 대출을 받았다. 어쩌다 보니 나는 변변한 자본금도 없이 대출금을 잔뜩 낀 ‘사장님’이 되어 있었다. 허울은 좋았지만 ...
신정을 맞아 세배하러 가는 아이들. ©동아일보 설날은 늘 설레지만 설 전야는 특히 분주한 마음을 동반한다. 먼 거리를 달려가고, 가족과 나눌 선물과 음식을 장만하느라 모두가 바쁘다. 그 마음 상태는 지금이나 한 세기 전이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1929년 1월 1일의 신문 기사 몇 토막을 연결해보니 90년 전의 설 풍경이 머릿속에서 수묵화처럼 번져간다. ‘여러 액운을 거...
우정은 관계 가운데 가장 평등한 사귐이다. 상사와 부하, 선배와 후배, 부모와 자식, 어른과 아이, 스승과 제자 등 많은 인간관계는 한쪽이 높은 위치에 있는 수직관계를 이룬다. 그러나 벗과 벗은 동등한 위치에서 만나는 ‘평등’의 윤리를 실현해간다. 우정을 쌓아가면서 인간은 믿음에 대해, 자신에 대해, 존재의 평등정신에 대해 배운다. 하지만 오랫동안 깊이 쌓은 우정도 한순간에...
우리말에 ‘철부지’라는 단어가 있다. 주로 어린애처럼 지각없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말로 ‘철이 없다’라는 표현과 병용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두 단어의 ‘철’자를 같은 의미로 오인하곤 한다. 하지만 철이 없다의 ‘철’자와 철부지의 ‘철’자는 뜻이 다르다. 앞의 경우 사물의 이치를 분별할 줄 아는 힘이나 능력을 뜻하지만 철부지의 철은 계절을 가리킨다. 철부지의 어원을 ...
많은 초등학생들이 동영상 방송진행자인 유튜버(Youtuber)를 장래희망으로 꼽는다. 그뿐인가. 뉴 미디어의 유행 속에서 초중고생은 물론 스튜어디스부터 정신과 의사까지 각양각색의 직업군들이 팟캐스트 시장에 대거 출현 중이다. 유튜브 구독자가 천만 명을 넘고, 단일 팟캐스트 청취자가 300만 명을 오르내리는 시대에 ‘표현의 신대륙’에 깃발을 꽂고 싶은 개척자들이 어디 한둘이겠...
요즘처럼 춥고, 밤이 긴 겨울이면 따뜻한 이불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특히 주말이면 주중에 부족했던 잠을 보충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이불 속에 몸을 더욱 깊이 파묻게 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잠을 많이 자야 피로가 풀린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해가 중천에 뜨도록 침대와 한 몸이 되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휴식의 질을 높이는 교육 준비로 적절한 수면 시간에 대해 서술한 《숙...
그림·김희현 한 달에 한 번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 구매할 목록들이 어느 정도 지워지면 카트를 끌고 느긋하게 가전제품 코너로 이동해 나란히 줄지어 놓인 키보드를 하나씩 두드려본다. ‘오, 새로 나온 제품인가 보다.’ ‘이건 키 감이 쫀득한데? 다음엔 이걸로 바꿔볼까?’ 전자제품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문외한이지만 키보드를 향한 관심만큼은 지대한 편이다. 그래...
이변이 없는 한 축구는 먼 훗날 인류 역사에 가장 범세계적인 대중 스포츠로 기록될 확률이 높다. 월드컵 시즌마다 일상을 뒤흔드는 광적인 응원 열기, 수 조원 대의 천문학적 중계권료를 받으며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유럽 축구리그, 축구공 하나만 있으면 하루 종일 신나게 뛰노는 지구촌 사람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에게도 길거리 응원으로 뜨거웠던 2002년의 추억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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