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자(70) 할머니는 평생 울산 앞바다를 벗 삼아 살아왔다. 마로도스의 딸로 태어나 바닷가를 뛰어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옆 동네 일산진마을로 시집와서도 항상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를 보며 살았다. 풍성한 먹거리를 나눠주는 바다는 항상 고마운 존재였다. 바다에서 나는 온갖 먹거리가 그녀의 손을 거치면 맛깔스런 요리가 되었다. 특히 가족을 위해 그녀는 힘 좋은 바닷장어를 보...
해가 바뀌면 우리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변하기 마련입니다.하지만 힘들었던 시절,지친 어깨를 다독여준 고마운 분들은마음속에서 영원히 빛나고 있습니다.01장밋빛 유년을 선물해주신 선생님나는 매우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초가집에서 남포등을 켜고 오 남매가 어둠을 밝히며 공부를 하곤 했다. 찢어질 듯 가난한 형편을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
3년 전 한국에서 열린 전시회에 찾아와준 옛 시누이가 점심이라도 사드시라며 촌지를 내밀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봉투 하나를 더 꺼내놓았다. 얼핏 보아도 꽤 두툼해 뵈는 봉투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던 그녀는 겨우 말을 이어나갔다. “언니, 이걸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뭔데요?” “편지예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유품으로 남겨주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언니 앞...
‘아버지의 나라는 어떤 곳일까?’ 젊은 시절 스페인으로 이민 간 한국인 아버지와 스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유럽, 태국, 미국 등에서 활동하던 모델 장민(28)이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나라에 대해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페인 남부, 지중해와 마주한 작은 소도시 엘체에서 나고 자랐다. 모델 일을 시작한 것은 5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트레이너로...
그림·류주영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저는 시를 통해 참 많은 기쁨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시를 쓰는 기쁨도 크지만 시를 읽는 기쁨이야말로 언제나 저의 평상심과 환희를 채워주는 부담 없는 선물로 다가오곤 합니다. 지난 수십 년 간 발표한 제 시들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닌데도 책 속의 어느 시 한 편을 보고 희망과 위로를 얻었다면서 편지를 보내 온 수많은 독자들의 정성과 사랑을 ...
제주시 아라동 산천단 곰솔군 ©고규홍 고스란히 사람의 몫이었던 고행을 나무가 나눠 짊어졌다. 제주 산천단의 곰솔 여덟 그루다. 제주도에서는 오래전부터 한라산의 기운을 따라 살아가는 일이 중요했으리라. 섬마을에서 자연재해를 당하지 않고 살려면 한라산신께 제사를 올리며 사람살이의 평안을 기원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해마다 정월이면 한라산신이...
그림 노석미 음식과 관련된 책을 두 권씩이나 내고, 그 외의 산문집이며 소설에서 음식 하나만큼은 뻔질나게 언급하다 보니 어느새 이런 전화를 받는 상황이 되었다. “야, 나 너랑 같은 학교 나온 조명기라고 한다. 너 상명 25회 졸업 맞지?”“저는 상명 나온 적 없는데요. 상상초교 나왔어요. 거기 18회 졸업….” “이 자식이, 나이도 얼마 안 처먹었으면서 벌써 총기가 ...
마음을 노래하는마을 오케스트라 세계적인 연주자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무대를 선보이는 별빛오케스트라(좌).충남 보령시 천북면에 클래식의 향기를 전하는 천북들꽃오케스트라(우). 대형 오케스트라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진심이 담긴 연주로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마을 오케스트라.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평범한 주민들이 첼로, 플루트 등을 들고 클래식을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적막했던 ...
마포 석유비축기지 진수 씨는 지금도 시커먼 탱크를 떠올리면 까마득해지곤 한다. 국방색으로 칠해진 석유탱크 다섯 개를 매일같이 오르내리는 일을 꼬박 이십 년 동안 했다. 공기업에 취직했다는 기쁨도 잠시, 외딴섬 같은 곳으로 발령이 났다. 서울 같지 않은 서울이었고 출입 통제된 일급 보안구역이었다. 바로 앞은 난지도였다. 하루가 다르게 쌓여가는 쓰레기 산만이 살아 있는 것 같았...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끌림 리어카. 리어카에 부착한 광고를 통해 어르신들은 월 7만 원의 부가 수익을 얻는다. ©끌림 길을 걷다 보면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어르신들을 쉽게 마주치곤 한다. 왜소한 몸으로 폐지가 잔뜩 쌓인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가시는 모습에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가 떠올라 리어카도 밀어드리고, 떨어진 폐지를 주워드린 적도 있다. 전국고물상협회의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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