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박지영 제주도는 내 마음속에 머나먼, 근원의 고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리산 자락에서 태어나 산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어느 산이든 다 좋지만 제주도의 자연 휴양림을 가면 무언가 이국에 있는 어머니의 품에 안긴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모처럼 제주도에 가면 옥빛 바다가 펼쳐지는 바닷가보다 푸른 숲부터 찾는다. 절물휴양림, 한라산휴양림, 사려니숲길도 좋지만 내가 다녀본...
시흥 관곡지 ©고규홍 생명의 한계는 얼마나 될까. 대관절 한 생명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백 년도 채 살지 못하는 사람으로 천 년 넘게 살아가는 나무 앞에 서면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여전히 싱그러운 잎과 화려한 꽃 피우고 열매까지 넉넉히 맺는 늙은 나무의 생명력은 신비롭다. 생명의 신비를 이야기할 때마다 떠올려야 할 꽃이 있다. 여름 들어서며 피어나 절정의 더위를...
오랜 시간 ‘좋은 집은 어떤 것일까?’를 고민하던 건축가 정영한은 지난 2013년부터 서른 명의 동료 건축가들과 함께 ‘최소의 집’이란 장기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말 여덟 번째 전시를 마친 그에겐 그만큼의 새로운 해법이 쌓였다.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좋은 집에 대한 시대적 정의도 달라진다. 그 필요성을 예측해 새로운 주거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 그가 하...
그림·동그란씨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6·25 전쟁 중에 몸을 다쳐 여생을 병마에 시달리던 아버지가 그해 가을 어느 날 내게 이렇게 물으셨다.“상재 너는 소나무 말고 또 어떤 나무가 좋으냐?” “소나무가 으뜸이지만, 언제나 푸르고 곧게 자라나는 대나무도 좋아요.” 얼마 전 아랫마을 친구 집에 가서 보았던 대숲 풍경이 인상적이었던 터라 내 입에선 스스럼없이 대나무라는 대답...
그림 노석미 나는 빵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밀가루를 재료로 하는 대부분의 음식을 좋아하면서도 빵만 좋아하지 않게 된 이유는 물론 따로 있다. 어린 시절 읍내 곳곳의 번듯한 담벽에는 어김없이 성조기와 태극기 아래 두 개의 손이 악수를 나누는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다. 이른바 미국 공법 480조(PL 480조)에 의한 미국 본토의 잉여 농산물 원조를 한미 두 나라의 우호의 ...
마음의 쉼표를 찾아 떠나는 독서 여행 도심 한복판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우거진 숲에 자리한 숲속도서관. 무더위와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되찾고 싶은 여름날. 휴양지도 좋고, 해수욕도 좋지만 북적이는 인파를 피해 진정한 쉼을 누리고 싶을 땐 책만 한 것이 없다. “책은 사람들의 영혼을 번거롭게 하고 마음을 노하게 만드는 모든 것으로부터 도피시켜 준다”는 소설가 ...
원주 박경리 옛집 마음이 허허로울 때면 원주에 가고 싶다. 단구동 박경리 선생의 옛집 마당이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선생의 옛집은 문학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시민에게 열려 있다. 이렇듯 허허로울 때 훌쩍 가볼 수 있으니 지금처럼 모두의 집이 된 것이 참 다행이다. 소설을 읽은 것 말고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데도 소설가의 집을 찾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구성진 입...
문해교실, 도예, 연극치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너른마당’. 저는 서울 구로구에 살고 있는 김지혜(가명, 37)라고 합니다. 첫돌을 보내기도 전에 고열 과 함께 뇌병변 장애가 찾아왔습니다. 그 뒤로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게 되었지요. 이런 제가 일주일에 네 번이나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향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성북구 동선동에...
제4회 군인·군인가족 생활수기 공모전 ‘장려상’ 수상작 7년 전 군에서 선후배 사이로 만난 아내는 나보다 선배인데다 나이도 네 살이나 많아 왠지 모르게 다가가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재입대자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나는 육군에서 병사로, 그녀는 장교로 근무를 하다 전역 후 다시 공군으로 재입대한 상태였다. 재입대자로서의 고충이나 과거 군복무 시절의 얘기를 하며 친해...
수업 시간에 쫓기고, 각종 자격증 준비로 바쁜 하루를 보내는 대학생들. 그들은 밥 먹는 시간조차 아끼기 위해 빠르고 간편한 패스트푸드를 선호해온 지 오래다. 최근 대학생들의 식사 문화가 점점 바뀌고 있다. 간편한 것은 물론 건강까지 생각하는 식사를 찾게 된 것이다. 이제 그들은 햄버거나 라면 대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으면서도 마시는 타입이라 간편한 ‘쉐이크형 식사’, 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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