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무주 삼공리 반송 ©고규홍 한 잎 두 잎…. 꽃 진다. 꽃과 함께 속절없이 봄날이 간다. ‘봄날은 간다’는 장탄식에는 ‘세월이 간다’는 속내가 담겼다. 세월 가는 걸 굳이 봄날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건 봄이 유난히 아름다웠기 때문이리라. 그건 붙들고 싶으나 붙들 수 없는 아름답던 시절이 하릴없이 지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거개의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
열네 살 때부터 자동차정비를 시작한 박병일은 국내 최고의 자동차정비 기능인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2018년 4월말 현재 대한민국 전체 산업 분야에서 명장 자격증을 취득한 이는 22개 분야 29개 직종을 통틀어 불과 627명. 박병일은 그중에서도 여섯 명밖에 없는 자동차정비 분야에서 국내1호로 자격증을 취득한 장본인이다. 기능인이 대우받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그...
그림·박정인 나는 본업 외에도 하루에 10분, 혹은 일주일에 한 시간은 다른 직업을 갖는다. 내 다른 직업은 정원사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베란다 정원사. 언젠가부터 마당 있는 집에 살면서 이런저런 꽃나무를 심고 나무 평상을 만들어, 계절별로 그 꽃그늘 아래서 좋아하는 단편소설을 읽거나 음반을 듣는 것이 소원이었다. 하지만 도시의 삶이라는 게 마당 몇 평 마련하는 것이 어려...
그림 노석미 제이는 정상의 헬기장 표시가 있는 편편한 자리에 앉아서 도시락을 먹었다. 정상에서 먼 곳은 희뿌옇게나마 내다보였지만 가까운 등산로는 바위와 나무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지도에 나와 있는 대로라면 제이가 올라온 남쪽 등산로는 중반 이후가 가파른 대신 시간이 적게 걸렸다. 북쪽 등산로는 경사가 느린 대신 길고 꼬불거렸다. 제이에게는 한 번 왔던 길을 되짚어갈...
책 읽는 재미를 더하는 독립출판물 독립 서점 ‘책방 비행’에 진열돼 있는 다양한 독립출판물. 회사원 이근수(32) 씨는 요즘, 퇴근길에 종종 집 근처 책방에 들르곤 한다. 대형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색다른 책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2년 전만 해도 독서에 흥미가 없었던 그는 독립출판물에 관심이 생긴 뒤로 책 읽는 시간이 많아졌다. “독립서적들은 소재가 굉장히 세분화되어서 골라...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고속열차와 시외버스를 갈아타며 여섯 시간을 달린 후에야 소록도가 바라보이는 녹동항에 이르렀다. 거금대교가 놓여서 배를 타는 수고를 덜었지만 소록도에는 아직도 개방되지 않은 지역이 많다. 한센병 환우들이 사는 마을은 여전히 외지인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다. 소록도 프리패스를 가진 사람과 동행하는 수밖에 없어서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소록도에는...
제4회 군인·군인가족 생활수기 공모전 ‘샘터특별상’ 수상작 현역 육군 대위의 아내인 나는 20대 중반에 얻게 된 크론병(Crohn’s disease) 때문에 세상의 편견과 힘겹게 싸우는 중이다. 한창 아름다워야 할 20대 중반에 얻게 된 병은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고 그 뒤로는 남들만큼만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게 간절한 꿈이 되었다. 남편과의 결혼 얘기를 꺼냈을 땐 ...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던 장희진(25) 씨가 졸업 작품으로 무대에 올린 발라드 곡은 조금 독특했다. 제목은 ‘이세연.’ 바로 엄마의 이름이다. 자신이 만든 노래의 제목으로 엄마의 이름을 택했을 정도로 엄마를 향한 딸의 애정은 남다르게 깊고 또 넓다. “얼마 전에도 남자친구랑 엄마랑 여동생 커플까지 다섯이서 여행을 다녀왔어요” 하며 즐겁게 웃는 장희진 씨와 엄마 이세연(46)...
한 사람을 키워내는 일만큼 숭고한 게 또 있을까. 그만큼 육아는 크나큰 정성과 사랑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버겁기만 한 육아에 두 손 두 발 들고 싶을 때가 적지 않다. 오늘도 치열한 육아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 어플에 구원의 손길을 요청해보자. 크라잉베베 아기가 울어도 속수무책일 때, ‘크라잉베베’에 아기 울음소리를 녹음하면 졸림, 배고픔, 트림, 가스 ...
경북 안동 조탑마을 겨울이 되면 아랫목에 생쥐들이 와서 이불 속에 들어와 잤다. 자다 보면 발가락을 깨물기도 하고 옷 속으로 비집고 겨드랑이까지 파고들어오기도 했다. 처음 몇 번은 놀라기도 하고 귀찮기도 했지만, 지내다 보니 그것들과 정이 들어 아예 발치에다 먹을 것을 놓아두고 기다렸다.- 《우리들의 하느님》 중에서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속으로 들어와야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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