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이렇게 살면 좋겠어.마음껏 꽃 보고 웃고 촌스러운 사진 찍고화려한 등산복 입고 고양이 만나서그 고양이 안고 집으로 오면 좋겠어.” 봄은 1년 중에서 해찰하기 가장 좋은 때다. ‘해찰’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물건을 이것저것 집적이며 해치는 행동’을 일컫기도 하고 ‘일에는 마음을 쓰지 않고 쓸데없이 다른 짓을 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중 시인들...
언젠가 나만의 작은 뜰을 갖고 싶다는 소원이 미국에 오면서 현실로 이뤄졌다. 지난 늦여름, 흙과 맞닿은 아늑한 공간이 딸린 안식처에 새로운 항해의 이정표를 내리게 된 덕이다. 모든 게 서먹해 발걸음을 머뭇거리는 내게 열렬한 환영 인사를 건네는 마당과 친해지고픈 초록빛 욕심은 좀 과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것이 이삿짐 정리를 마치고 한숨 고를 새도 없이 흙때 낀 손을 자처한 ...
새해가 되자 작년에 힘든 이별을 겪은 C에게서 문자가 왔다. 새로 만난 남자를 소개해줄 겸 만나자고 했다. 이별 후 네 달 만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발견하자마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친구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자신을 약간 민망해하며 나의 반응을 기다렸다. 차분했던 생머리는 파마머리로, 추리닝은 섹시한 검은 원피스와 반투명 스타킹으로, 슬리퍼는 벨벳 롱부츠로 바뀌어 있었다....
눈을 내리뜨고 입가를 최대한 끌어 올리며 선량한 표정을 만들었다. 독자들에게 최대한 예의 바르고 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그게 나를 보기 위해 모인 이들에 대한 알맞은 보답이라 여겼다. 내 의도는 거의 성공이었다. 그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북토크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사회자는 무려 내 책을 내준 출판사 대표님이었다. 나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더 ...
이름 박영수(82), 최동순(75)가게 백광세탁폐점 예정일 6월 초 안녕하세요. 이곳은 남편과 제가 운영하는 세탁소예요. 겉보기엔 좀 누추해도 남편 다림질 솜씨가 좋다고 입소문이 났답니다. 예전보다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마냥 손을 놀리기가 섭섭해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문을 열어둬요. 그러면 단골들이 하나둘 문을 열고 들어오죠. 우린 손님이 친구고, 친구가 손...
1980년 4월호 내가 샘터를 마음으로 깨달아 만나게 된 것은 1972년 4월의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고 나서부터이다. 나는 그 당시 춘천에서 군대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가 마침 군인교회의 군종사병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부활절 예배는 새벽 촛불예배로 춘천 시청 앞마당에서 군관민 합동으로 열렸었다. 나는 내가 소속된 부대의 기독교 신자들과 함께 잠을 설치고 새벽 일찍 춘...
〈샘터〉가 반백 년 넘게 애착해온 화두는 행복입니다. 아마 누구에게나 평생의 관심사일 테지요. ‘어떻게 살면 행복해질까?’ 정답도, 방법도 없습니다. 그저 나만의 결론을 찾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어쩌면 그 여정 자체가 행복일지 모르겠어요. 그렇기에 故 김재순 발행인은 ‘평범한 사람끼리 모여 가벼운 마음으로 의견을 나누며 행복에의 길을 찾아보자’는 뜻에서 〈샘터〉를 창간했...
거창하게 말해볼까? 중년 이후의 내 ‘사유의 거처’인 서울도서관에 가려면 시청역에 내려야 한다. 옛 서울특별시청 건물을 개조해 재탄생했기 때문에 지하철역과 아주 인접하다. 1호선을 탔다면 역 계단을 올라가는 것으로 도서관 가는 여정은 끝난다. 적당한 출구를 찾아 지상에 발을 딛는 순간, 세월의 향기 품어 아득한 옛 서울시청 청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유럽풍 건축스타일에 일...
강원도 태백은 청정하다. 투명한 물과 맑은 바람결에 마음을 비춰보면 그 깊은 곳에서 남몰래 솟아 나오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용기다. 운동화에 아이젠을 단단히 채우고 눈길을 오르는 길, 임상춘(74) 씨는 연신 “원더풀”을 외쳤다. 그는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공직 생활을 시작하면서 강원도 태백에 터를 잡은 지 40년 된 터줏대감이다....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제주도로 한달살이하러 올래?” “무슨 얘기야?” “내가 지금 가파도에 와있는데 고양이를 돌봐주는 조건으로 공짜로 집을 얻어 살고 있거든.” “공짜로?” “응. 그냥 몸만 오면 돼.” 마침 할 일도 없어 집에서 빈둥대던 차, 꿈 같은 제안이었다. 가족과 상의를 했더니 정말 좋은 기회라며 푹 쉬다 오라고 환영해줬다. 그리하여 친구의 반가운 연락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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