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한때에만 취할 수 있는 잠.잠자는 존재는 너무나 연약해 보여서우리의 양팔마저 열어젖힌다.” 최근 잠에 관한 시를 쓰느라 사전에서 관련된 낱말들을 살펴보았다. 꾀잠, 덧잠, 쇠잠, 꽃잠, 그루잠, 노루잠 등 정말 아름답고 귀여운 형태의 잠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나비잠’이라는 말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이처럼 순한 잠이 있다니! 너무 우아하고 순정하고 단정해...
지난해 참으로 큰 상을 받았다. 제19회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것이다. ‘대한민국 해외봉사상’은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봉사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2006년에 제정된 상으로 내가 그 영광의 주인공이 되어 무척 뿌듯했다. 나보다 더 훌륭한 분들이 많지만 글로벌협력의사로서 캄보디아에서 8년 넘게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것에 대한 격려라고 여기며 앞으로 더...
1980년 3월호 1939년 여름, 나는 독일의 ‘슈발쯔발트’ 지방에 갔다가 뮌헨에 들러서 다시 ‘반베르그’의 유명한 성당을 본 후 작은 대학도시로 이름이 있는 ‘마르부르그’를 거쳐 ‘쾰른’ 시로 가는 시골기차를 탔다. 그 기차 안에서 놀랍게도 나는 노동자 옷차림의 나와 같은 연배의 동양청년을 만났다. 그는 사, 오명의 독일 노동자와 같이 탔는데 그런 외딴 시골에서 동양청년...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스(Modern Times)〉에는 하루 종일 공장에서 나사를 돌리던 남자가 밖에 나와서도 스패너를 들고 같은 동작을 되풀이해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산업화와 기계화로 인한 인간 소외를 풍자하는 이 작품은 채플린의 대표적인 사회 비판 코미디다. 영화에 나오는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만들어낸 사람이 자동차왕 헨리 포드다. 대량생산 체제 ‘...
김단희(31) 님의 초대장장소 인천 부평역 근처의 프로방스풍 원룸@yuwooolay수취인 짧지만 진솔한 대화가 필요한 사람이벤트 주인이 그린 아기자기한 작품들 감상하기어서 오세요. 집을 공개하려니 조금 떨리네요. 제가 사는 일곱 평짜리 원룸을 소개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가 좀 필요했어요. 저에게 하나뿐인 소중한 보금자리이지만 상처가 된 집이기도 하거든요. 2년 전에 이 집과 ...
새해가 되면 우리는 앞날을 그려보는 일로 한껏 부푼다. 오늘보다 더 근사할 미래를 상상하는 건 얼마나 달콤한지. 그러나 미래는 오직 오늘의 태도와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오늘에 머무는 마음이 겹겹이 포개져야만 미래로 갈 수 있다. 요즘 나는 매일을 살자고 다짐한다. 주어진 하루에 남김없이 마음을 쏟자고. 그러니까 나는 언젠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인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여기...
경남 통영을 여행하면서 한 줄의 문장도 종이에 쓰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모진 성품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크다. 게스트하우스도, 책방도, 문학기념관도, 심지어 술집도 노트를 활짝 펴둔 채 손님이 글을 쓰고 가길 기다린다. 그 열렬한 권유에 남쪽의 미항에선 누구나 쓰는 감각에 취한다.먼 길을 나아가는 첫걸음은 때때로 사소한 궁금증 하나가 추동한다. 서울에서 버스로 네 시간 넘게 ...
때늦은 감상이나,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부른 아파트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데뷔한 가수가 최고의 팝 싱어송라이터와 협업한 노래가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너머 그 노래에는 한국만의 문화적 특징이 후경화돼 있다 여겨서다. 알려진 바처럼 아파트는 한국의 술자리 게임 ‘아파트’에서 비롯된 노래다. 여럿이 어울려 손과 손을 포개다 술래가 정해지는 이 게임은 더없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탓에 한껏 술에 취해 참여하지 않으면 대체 어째서 그리 즐거운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반복과 단순은 역설적으로, 한국인이 가진 ‘흥’ 혹은 ‘신’이란 무엇인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바로 이 흥 혹은 신의 속성이 ...
‘댕댕이’는 내 맹학교 동기였다. 녀석은 융통성 없는 성격이었지만 성실했고 주어진 삶 속에서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가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했다. 우리는 간혹 전화 통화를 하며 서로의 근황을 묻고 동기들의 안부를 전했다. 어느덧 우리 나이도 마흔이 목전이었다. 언제부턴가 댕댕이는 내게 농담처럼 소개팅을 주선해달라며 졸랐다. 내가 알기로 녀석은 여태껏 제대로 연애를 해본 적이 ...
채식을 하면 살생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순진한 생각이었다. 농사를 지어보니 알겠다. 채소가 수많은 목숨을 잡아먹고 자란다는 걸. 탄소를 마구 뿜어내고 동물을 직접 착취하는 육식보다야 낫지만 대량 재배한 식물을 씹어 삼키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100% 결백하긴 어려운 일이다. 경험해 본 바, 농사의 본질은 잔혹한 편애다. 우선 넓은 땅을 확보한다. 흙을 갈아엎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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