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시체를 만나는 남자’라고 불리는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부검을 한다. 그동안 수많은 시신과 마주하며 아득하고 생경한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봤지만 그는 역설적이게도 ‘삶’에 대해 말한다. 법의학자 유성호 대부분 병을 고치기 위해 의사를 찾아가지만 반대로 죽어야만 만날 수 있는 의사가 있다. 바로 죽은 자의 몸을 들여다보는 법의학자...
그림 · 모조핀 3월의 페어링 이화주 + 크래커 배꽃이 필 무렵에 술을 빚었다고 해서 ‘이화(梨花)’라는 이름이 붙은 술입니다. 꽃이 필 무렵 술을 빚고 마신다니, 참 낭만적인 일이지요. 덩달아 봄을 닮은 포근한 술상이 떠오릅니다. 이화주를 물이나 탄산에 타서 막걸리처럼 마셔도 좋지만, 저는 이왕이면 있는 그대로의 이화주를 즐겨보기를 추천합니다. 떠먹는 술이라니 어색하기도...
“우리 아기 예뻐? 별일 없는 거지?” 남편 팔에 의지한 채, 아직 불편한 걸음걸이로 느릿느릿 신생아실을 향하며 물었다. 남편은 “가서 보면 되지” 하고 말꼬리를 희미하게 감추는 낌새가 보였다. 불안했다. 자연분만을 했으니 원래는 분만실에서 “응애응애” 하며 울음을 터뜨린 아기와 감격스런 첫 만남을 가졌어야 했다. 허나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아기는 울지 않고 캑캑거렸다. 엄마...
구정아 - 오도라마 시티 기간 2025년 3월 23일까지장소 서울 종로구 동숭길 3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관람료 무료 때로는 눈으로 본 장면보다 냄새로 느낀 순간이 기억에 더 선명하게 남는다. 나에게는 빗물에 젖은 낙엽 냄새가 그렇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설 때 밤새 내린 비에 녹진해진 낙엽 냄새가 콧속으로 훅 스며들면 그리운 추억 하나가 또렷이 떠오른다. 3년 전...
인연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빨간 실’로 연결돼 있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내게도 빨간 실로 이어진 듯한 귀한 인연이 있다. Y와의 첫 만남은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Y는 내가 6학년 봄에 전학 간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 몇 달 뒤 전학 온 아이였다. 담임 선생님은 독일에서 온 Y가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도우라며 그 아이를 내 옆자리에 앉...
“너무 좋아서 가짜 같아.” 너무 좋으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올림픽 중계진은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의 턴을 보면 “믿기 힘들 만큼 완벽하다”라고 찬탄하고, 연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이렇게 좋을 수 있다니 마치 꿈만 같아”라고 속삭인다. 현실이 꿈처럼 느껴질 때 사실임을 재차 확인하는 호들갑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급의 표현이다. 때때로 감격에 휩싸이면 나는 리처드 샌더슨...
“머리를 맞대고 꽃과 잎을 들여다본다. 가장 아름다운 것 앞에서 한번 심술도 부리고 가장 귀한 사람을 한번 끌어안는다.” 나는 우리나라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특히 아름다운 우리 낱말들은 나를 완전히 무릎 꿇린다. 어떻게 옛사람들은 이런 말을 상상했을까. 세상에 이처럼 무해한 질투가 어디에 있을까. 게다가 ‘꽃샘 + 잎샘’이라니, 이처럼 연거푸 거듭되는 시샘이라니. 꽃샘잎...
경북 칠곡에서는 무엇이든 진하다. 시에 담긴 정서의 농도가 짙고, 길에 감도는 적막감의 밀도가 높으며, 팔팔 끓인 뼈해장국조차 국물 맛이 깊다. 이곳을 거닐면 이것들을 대하는 마음 역시 진실해진다. 쇠잔해진 시간은 왜 그리 빨리 달아나려고 하는 걸까. 시간도 고단한 생을 어서 마감하고 안식에 들고 싶은 걸까. 주인이 삶의 마지막 장에서 발견한 기쁨까지 충분히 누리도록 늑장을...
튀니지의 하늘은 오늘도 새파랗다.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지중해, 다채로운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북아프리카의 진주, 튀니지가 나의 일터이자 삶의 터전이다. 나는 현재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아시안 레스토랑 ‘르밤부’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어로 대나무를 의미하는 르밤부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생각하다 떠올린 이름이다. 르밤부에는 동북아시아부터 동남아시아까지 아우르는 다...
동물을 무서워했던 류경희 씨에게 4년 전부터 함께 지내온 반려 도마뱀 ‘여름이’는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 존재다. 동물에 대한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꿔주고, 인생에 거센 파도가 밀려왔을 때 헤쳐 나갈 힘을 주었기 때문이다. 여름(만 3세, 수컷) 종크레스티드 게코 특징1. ‘속눈썹 도마뱀붙이’라고 불릴 정도로 눈썹이 길고 예쁘다.2. 장대높이뛰기 선수 못지않은 점프 실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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