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2025년 2월 28일까지 장소 서울 송파구 송파나루길 166, 석촌호수점등 시간 저녁 5시 30분 ~ 밤 10시 30분 호숫가는 누군가와 함께 걷기에 좋은 길이다. 파도 소리가 귀를 막지도 않고, 가파른 언덕이 발길을 가로막지도 않아 옆 사람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보폭을 맞추기가 좋다. 석촌호수는 서울 시민에게 유난히 사랑받는 산책 명소다.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 놀...
재미있는 일이지. 아등바등해서 모은 돈이나 재산은 누구의 마음에도 남질 않아. 하지만 숨어서 베푼 것이나 진실된 충고, 따뜻한 격려의 한마디는 영원히 남게 되거든. 미우라 아야코 《빙점》~ 한 가지 질문에도 백 가지다른 답이 있는 게 이 세상이란다.그러니 내가 정확한답을 주기는 어렵지.손원평 《아몬드》~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
1997년, 온 국민을 힘들게 했던 외환 위기의 여파로 나는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었다. 앞날이 막막했지만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경력을 살려 곧바로 한 기업체의 영업직에 이력서를 넣어 면접을 보았다. 그때 만났던 면접관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전 직장에서 어떤 제품을 영업했나요?” 그 뒤에 이어진 질문은 순식간에 내 허를 찔렀다. “그동안 영업하며 만난 사람들...
그림 · 손승배 어린 시절의 나에겐 생일이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근사한 축하의 말을 듣는 것도 아니었고, 케이크나 선물은 더욱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저 미역국 정도가 밥상에 올라온다면 ‘엄마가 나름 신경을 쓰셨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부모님이 생업 전선에서 고군분투를 벌였지만 집안 형편은 항상 넉넉하지 못했기에 생일이라 해서 무언가를 요구하기가 어려웠다. 장난감을 사...
창으로 들이치는 가을을 감상한다. 바람은 서늘한 입술처럼 내 뺨에 슬쩍 입을 맞추고 이내 부스스 흩어져 버린다. 늙은 까마귀가 쇳소리로 칵칵 가래 뱉는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 도시의 냄새가 밀려온다. 매연과 먼지와 마른 풀냄새가 담배 연기처럼 매캐하다. 나는 마른 입술을 손가락으로 쓸며 지나간 계절을 그리워한다. 지난 여름, 나는 쉬지 않고 원고를 썼다. 내 안에 그토록 많...
이해인 수녀가 오리여인에게 1 《꽃잎 한 장처럼》이라는 나의 산문집에 멋진 그림을 그려준 ‘오리여인’이란 이름의 화가, 한 아이의 엄마에게 첫 편지를 씁니다. 사랑스러운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인 2021년도에 초판을 낸 그대의 책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를 나는 평소에 가까이 두고 본답니다. 오른쪽의 그림 있는 페이지로 한번 보고, 왼쪽의 글자 있는 페이지로 한번 보고 ...
1985년 10월호 태풍이 몰려오던 지난 여름의 어느 날 저녁, 뿌리째 뽑힌 나무와 방파제에 부딪쳐 무섭게 치솟아 오르는 물기둥 등 제주도에서 전하는 TV뉴스를 보다가 문득 언젠가 들었던 한 토막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섬이 생긴 이래로 거센 바람을 쉴새없이 받아왔을 제주도에서는 예부터 사람들이 돌을 얼기설기 쌓아 울타리 담을 치고 바람을 막으면서 살아왔다. 시멘트와 벽돌 등...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와 세종문화회관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 여름방학 특별상영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러 갔는데 전 세계 동물의 신비한 생활이 생생한 감동을 주었다. 개체수가 너무 많아지면 스스로 물로 뛰어들어 자살한다는 레밍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어서 일기장에 감상문을 적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또 한번은 어머니가 피카소 미술 전시회를 한다고 덕수궁에 나를 데려갔던 적이 있다. 어...
“이런 눈은 밟으면 결정(結晶) 밟는 소리가 난다. 사랑했던 이들은 그렇게 온다.” 조금 이상한 표현이지만 눈이 온 날에는 눈을 보기도 전에 창밖에서 눈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커튼 안으로 들이치는 빛이 묘하게 한 톤 더 환해져 있다면, 볼에 닿는 공기가 선득하다면, 무엇보다도 세상이 고요하다면 바로 그때 우리 안에서 천진난만한 어린이가 깨어난다. 커튼을 걷는데 웃음...
아빠의 트럭에서는 항상 올드팝이 흘러나왔다. 어릴 적 나는 운전석에 앉은 아빠와 조수석에 앉은 엄마 사이 애매하게 솟은 가운데 자리에 앉아 오래된 음악을 들었다. 아빠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모든 노래를 따라 불렀다. 바닥에 닿지 않는 샌들을 허공에서 달랑거릴 때에도 나는 어렴풋이 그게 영혼의 허밍이라는 것을 알았다. 무심한 얼굴 뒤로 지난 세월을 되짚는 흥얼거림은 낭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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