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의 한 초등학교 앞에는 특별한 빵집이 있다. 매일 아침마다 가게 앞 가판대에는 빵과 주스가 수북이 쌓인다. 주인이 무료로 나눠주는 먹음직스러운 빵을 하나씩 집어 든 동네 꼬마들은 모두 싱글벙글이다. 그 순박한 웃음이 주인 아재의 얼굴에 그대로 깃든다. 제빵사 김 쌍 식 1984년, 경남 사천시의 한 시골 마을에 세간살이를 잔뜩 실은 손수레가 덜커덕대며 들어섰다. 으...
엄금란 자상한 남편과 아들, 딸 낳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74세 할머니입니다.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어려운 살림에 학교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첫눈 오는 날, 첫사랑인 남편과 눈사람도 만들고 사박사박 눈 밟던 순간을 추억으로 간직합니다.
하늘에선 별이 빛나고, 도서관에선 말이 빛난다. 토요일 오전의 도서관은 책 속으로 빛을 감춘 ‘말(言)’들을 채집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한가하고 여유롭다. 평일 내내 이어지던 직장에서의 긴장과 분주가 주말 도서관에선 완벽하게 사라진다. 이른 아침, 일찌감치 집을 나와 남산을 아래쪽으로 길게 두른 3㎞의 순환 산책로를 걷고 도심을 순환하는 버스를 타고 내려와 ‘서울도서관’으로...
2017년 아프가니스탄 독일대사관 테러 모습. 나는 지난 2월 코이카 이라크 아르빌분사무소에 부임해 현재 사무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르빌은 이라크 북부에 위치한 쿠르드족 자치정부인 쿠르디스탄의 수도로 최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지역이다. 2017년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현재 이라크에서 근무하는 나를 남들은 ‘격오지 전문가’라고 부른다. 내가 아프가니스탄에 첫발을 내디딘 ...
점심을 먹을까 하여 서점을 나선 것은 대략 열한 시 반쯤. 거리는 음식 냄새로 가득하다. 곳곳의 식당들이 본격적으로 점심 영업을 시작하는 모양이다. 잠시 후면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원하는 식당에서 원하는 식사를 정해진 시간에 마치기 위해 잰걸음으로 걷는 사람들은 조금 화난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도 회사에 다녔을 적엔 저와 같은 모습이었겠지. 아닌가. 오해가...
Q. 스트레스로 인한 충동구매를 막아주는 음악이 있나요?♪ 하나, 둘, 셋, 넷, …, 쉰하나, 쉰둘. 헉 소리가 절로 난다. 카카오톡에서 구매한 이모티콘의 개수를 세어보니 50개가 넘는다. 하나당 2500원인 이모티콘을 결제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순간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던 걸까. 평소에 나는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다. 스스로 낙관적인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짜 고백의 진실중학교 때 만우절만 되면 친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곤 했다. “오늘은 4교시까지만 수업한대.” “누구랑 누가 사귄대.” 학교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열띤 거짓말이 시작됐다. 그중 친구들이 서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은 ‘고백’이었다. 좋아한다는 문자를 보낸 뒤 상대의 반응을 보며 재미를 느끼는 일이 나는 어쩐지 이해가지 않았다. 그런데...
학창 시절 좋아하는 과목은 국어였지만 국어시간을 마냥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 순 없었다. 교과서 속 지문을 낭독해야 할 차례가 되면 어찌나 떨리는지 가슴속이 심하게 요동쳤다.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춰보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글을 소리 내 읽으라는 것인데 왜 그리 긴장이 되었을까. 내 목소리에 모두가 주목하는 상황이 내성적인 성격인 내게 큰 부담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더 이...
최인순(62) 씨의 동네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우리 동네 명소구미동 맨발 황톳길 #산책중독하지정맥류를 앓고 있는 저는 오래 서있으면 다리가 탱탱 붓거나 쥐가 나곤 했어요. 나이 들수록 다리 근육까지 점점 약해져 걷다가 균형을 못 잡고 넘어질 뻔한 적이 여러 번이고요. 그런데 작년 가을, 제가 자주 가는 탄천에 ‘맨발 황톳길’이 생긴 거예요. 그렇잖아도 요즘 유행하는 맨발 걷...
그림 · 손승배 작은누나가 결혼하던 날, 양복 한 벌을 근사하게 차려입고 싶었다. 점잖게 보이는 짙은 회색 수트에 깔끔한 갈색 정장 구두, 폭 넓은 타이로 누가 봐도 격식 있는 수트 차림이길 바랐다. 작은누나가 결혼하기 몇 해 전, 큰누나가 먼저 식을 올렸다. 그날은 정장 대신 최신 유행하는 스타일로 빼입고 식장으로 향했다. 당시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으나 나중에 사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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