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지하철 -장소 서울 역사박물관(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55)관람료 무료전시기간 11월 3일까지ㅡ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서 미처 고마움을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뺨을 스치는 바람, 평범했던 하루, 엄마의 잔소리…. 지하철도 그중 하나다. 사시사철 우리의 발이 되어주는 고마운 지하철이지만 매일 경험하는 출퇴근길의 ‘지옥철’ 기억 때문일까. 애석하게도 지하철을 떠올리...
무의 제철은 가을이라던데 어찌 된 일인지 내 종아리에 달린 무는 사시사철 오동통해 늘 제철이다. 다행히 요즘, 통이 넓은 바지가 유행이어서 튼실한 다리를 감출 수 있지만 교복 치마를 입어야 했던 학창 시절에는 맥주병으로 열심히 종아리를 문지르며 조금이라도 다리를 가늘게 만들려고 애썼다. 그때 내가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은 좋은 대학의 합격 통지서도 멋진 남자친구도 아닌, 바로...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동물원은 다치고 병든 야생동물들의 보호소로 기능하는 특별한 동물원이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일하며 동물복지와 동물권을 위해 앞장서온 김정호 수의사는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시선과 판단에만 집중한다. 응당 살펴야 할 것을 똑똑히 보고 냉철하게 결론 내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동물과 인간, 현실과 이상을 공생 관계에 놓는 그의 방식...
카운터를 보는 접수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내가 접수대에 앉아 마사지숍에 걸려 오는 예약 전화를 대신 받고 있었다. 누군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지 문에 달린 종이 딸랑 소리를 냈다. 나는 전화를 급하게 끊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 방향으로 시선을 두고 인사를 했다. 손님에게 접수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웠으니 응접 소파에 앉아 기다려 달라 양해의 말을 건넸다. 상...
Q. 야근하고 밤늦게 귀가한 날,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어떤 노래를 들으면 좋을까요?♪ 작업실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밤 11시다. 땅을 뚫어버릴 기세로 비를 뿌리던 장마도 물러났건만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찐득한 습도에 곧바로 에어컨을 켠다. 한낮의 열기가 쉬이 사그라지지 않는 여름밤. 자연스레 냉장고에 있는 350ml 맥주 한 캔이 간절해진다. ‘...
전 세계적으로 폭염, 가뭄, 홍수 등 이상기후로 고통받는 요즘, 중앙아메리카의 과테말라도 예외는 아니다. 2000년대부터 중미 지역에 가뭄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이상기후가 나타났는데 가뭄에 콩이 말라버리고, 평년보다 두 배나 퍼부은 비로 옥수수는 물에 잠겼다. 밭이 망가지고 자식 같은 콩과 옥수수를 잃은 농민들이 향한 곳은 산이었다. 산에 있는 나무를 베고 밭을 만들어 농사...
〈우리도 사랑일까〉의 마고에게 마고, 저는 사랑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사랑 이야기는 흔하지만 당신의 이야기는 놀라운 특별함을 품고 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우리는 당신 사랑의 탄생과 종말을 천천히 따라가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 당신은 두 사람과 사랑의 왈츠를 춥니다. 결혼 5년 차인 남편 루와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존재 대니얼이 그들이지요. 루와 추는 왈츠에 있어...
“아이들 방학하면 한 달 동안 발리에 다녀오기로 했어.” 한국에 있는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를 하며 친구가 전하는 소식에 부럽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훌쩍 떠나고 싶어도 현실에 발목 잡혀 사는 내 처지에 괜히 맘이 싱숭생숭해졌다. 이곳에 오기 전 나도 부럽다는 소리를 적잖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자신도 외국에서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고,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삶에 도전해보고...
때로는 내 집보다 더 포근하고 안식을 주는 곳이 있다. 인적 드문 작은 시골 마을에 자리한 아담한 이층집. 정성껏 만든 목재 가구와 퀼트 소품이 반기고, 마당의 꽃과 나무들이 조용히 위로를 건네는 경기도 포천의 작은 숙소 ‘내집이려니’다. 무릇 여행을 계획하면 먼 곳부터 떠올리기 쉽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소를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맛보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
오래된 골목 냄새 종로의 한 카페에 가던 길이었다. 대로를 벗어나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자 철물점과 조명 가게, 음식점의 냄새가 한데 섞여 친숙한 냄새를 풍겼다. ‘이 냄새를 어디서 맡았더라?’ 서울시 동대문구 휘경동, 내가 태어난 곳이자 조부모님이 40여 년 넘게 사셨던 동네가 기억났다. 어릴 적 나는 매년 설날마다 할머니와 자매처럼 지내던 한 쌀집 주인 할머니에게 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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