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임일제강점기 시절,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전남 영암 용산리 산골마을로 시집가 시골생활을 했습니다. 없는 살림에 4남매를 키우느라 온갖 고생을 하다 인생의 황혼기인 망백에 이르러 지난 세월의 자취들을 회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김그린충남 서산에 있는 해미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벼농사 짓는 아빠와 엄마, 할머니, 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집에 있는 날이면 엄마, 아빠에게 ‘놀아줘’를 염불처럼 외는 활발한 아이입니다. 장래희망은 유튜버가 되는 것입니다.
내가 가장 활기찬 순간은 아이들을 만날 때다. 민들레꽃 흩날리듯이 투명하고 맑게 웃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시름이 절로 잊힌다. 그래서일까. 오랜 시간 가까이서 나를 봐온 사람들은 말한다. “선생님은 어쩜 이렇게 10년 전과 똑같으세요? 아이들과 지내서 그런가 봐요.” 그동안 나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자극적인 쪽으로 자기도 모르게 관심이 쏠리는 현상을, 또 그런 자극에만 자꾸 반응하는 현상을 사람들이 ‘도파민 중독’이라고 익숙하게 부를 무렵 나는 그 말이 싫어졌다. 나는 언제나 그랬다. 사람들이 힘들이지 않고 패스해서 주고, 받아서 다시 가볍게 패스하고, 그래서 널리 사용되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폭력이 난무하는 복수극, 모욕이 가득한 치정극, 수치심이 넘쳐흐르는 연애...
두 손에서 땀이 났다.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컴퓨터 앞에 앉은 나는 온몸의 촉각이 곤두섰다. 디지털시계가 정확히 오후 2시로 바뀌는 순간, 버튼을 클릭했지만 대기자 수는 이미 3,654명. 염불 외듯 ‘제발, 제발’을 속으로 반복하며 숫자가 줄어드는 모니터 화면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탄식. 오늘도 회전문을 열고 입장하는 데 실패했다. 이미 본 뮤지컬을 보고 또 보...
듀이, 저는 요즘 사는 게 지겹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어요. 손바닥을 뒤집으면 아침이 오고, 다시 손바닥을 뒤집으면 저녁이 오는 삶. 사람들은 이 지루한 인생을 어떻게들 견디며 사는 걸까요. 어느 날의 퇴근길에는 심지아 시인의 시 외출 직전이 불현듯 떠올랐는데요. 이 시의 화자는 사방에서 접시가 날아와도 피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사랑하는 이로부터 날아든 접시에 복사뼈와 종아리가 부딪히는데도, 오른쪽 광대뼈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데도 “알고 있잖아 캐롤린, 숨을 수 있는 곳은 너무 빤해”라거나 “나는 네가 겨냥하는 곳에 서서 깨지고 싶었어”라고 담담히 말할 뿐. 고통에 무감한 화자의 상태가 현실의 저에게도 전이된...
모임에서 인사만 주고받았던 이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 부탁을 해왔다. 함께 안마 교육을 받는 동기 아가씨가 있는데 실용 안마를 배우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나이 어린 청년의 열정이 기특해 내게 도움을 청해 본다고 했다. 정중한 말투 속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나는 단번에 좋다고 허락했다. 보잘것없는 능력이나마 필요하다면 언제든 요청해도 괜찮단 말도 덧...
세탁기 앞에서 빨랫감을 정리하는데 무언가가 손에 잡혔다. 보통은 사탕 껍질이나 아이들이 소장하는 애니메이션 카드 같은 것들인데, 비닐도 종이도 아니었다. 손끝에 닿는 느낌이 물체라고 할 수 없는 질감이었다.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꺼내어 봤더니 꽃이었다. 보통 유채화에 쓰이는 유약한 파스텔색이 아니라 제법 강렬한 분홍을 띈 진달래였다. ‘하얀 티셔츠에 진달래 물이 들 뻔했잖아’...
#만인의작은휴양지뜨거운 햇빛이 쏟아지는 여름이 되면, 저는 그리스 산토리니의 하얀 담벼락에 기대어 바다를 바라보고 싶어져요. 그럴 때마다 찾아가는 곳이 인천 북성동에 있는 카페 ‘블루하라’예요. 카페로 가는 길에 보이는 인천항 바다를 눈에 담으며, 누군가의 정성 어린 손길이 닿은 벽화와 아기자기한 우체통을 지나면 꿈에 그리던 산토리니 속으로 성큼 들어온 기분이 들어요. 블루...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가라앉지?’ 싶을 때가 있다.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특별히 나쁜 일이 없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무겁다 싶을 땐 무작정 운동화를 신고 현관문을 나선다. 나가서 걷거나 살살 달리면 심박수가 올라가며 혈액의 흐름이 빨라지고, 햇볕을 쬐면 비타민 D, 세로토닌, 도파민이 생성된다. ‘나’라는 존재는 지극히 단순해서 몸에 열이 나면 마음마저 뜨끈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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