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초 펀딩 플랫폼에 근무할 당시, 제조사 미팅을 하러 전국을 돌아다녔다. 내 업무는 국내 제조사에서 만든 퀄리티 높은 제품을 발굴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제조사가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어 이동시간이 길었기에, 들인 시간과 정성을 생각해 반드시 프로젝트가 성사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미팅장소로 향했다. 그러던 중 경기도 시흥의 한 산업단지에서 젊은 여성 사업가가 운영하...
무더운 여름이 점점 가까워 오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올여름은 또 얼마나 강하게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릴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푹푹 찌는 날씨엔 가볍고 편한 옷이 제일. 내가 여름에 가장 먼저 찾는 옷은 반바지다. 매시즌 길이, 핏, 색깔 별로 다양한 반바지가 쏟아져 나온다. 그렇지만 내게는 오로지 하나의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파타고니아’의 배기스 5인치 반바지...
이른 새벽이야. 집사들은 잠들어 있어. 요새 나는 여 집사의 왼쪽 옆구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잠을 자. 원래는 남 집사의 오른 발치에서 잤는데 맘이 바뀌었어. 마음은 수시로 변하니까. 나는 언제나 먼저 깨어나서 집사들을 바라봐. 이 사람들이 언제 일어나서 내게 아침밥을 주려나 생각하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집사들의 얼굴을 관찰해.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게 생겼지? 눈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랑에 빠져있는 음식 중 하나는 바로 ‘빵’이다. 크로플, 버터바, 소금빵 등 매일 새롭게 등장하는 신종 빵도 좋지만, 이은호 씨가 만든 소보로 단팥빵은 특히 더 맛있다. 제빵으로 삶의 새로운 재미를 찾은 그의 손맛 덕에 반죽이 더 쫄깃해졌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추게 되는 것들이 있다. 새 계절을 맞...
“이번 역은 군자, 군자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지하철 안내방송의 낭랑한 목소리에 나는 살짝 풀어진 정신을 부여잡고 서둘러 내릴 준비를 했다. 퇴근 시간과 맞물려 인파로 빽빽했던 전철은 어느새 듬성듬성 비어있었다. 잰걸음으로 역사 밖으로 나오니 기다렸다는 듯 찬바람이 옷 사이로 파고들었다. 나는 저항없이 그 속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마치 전쟁터로 나서는 장수처럼....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을 때 나는 그이가 무얼 좋아하는지 궁금해진다. 특히 그 사람의 에너지가 어디에서 솟아오르는지 알고 싶어지는데, 그때 배달 앱의 주문 목록을 엿보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어도 식생활과 에너지의 원천 정도는 파 악된다. 배달 앱을 애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내 최근 주문 목록을 보면 몇 가지 음식이 순서대로 반복된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음식은 떡볶이다. ...
6월의 페어링 경성과하주+비빔면그림 · 모조핀 술아원의 ‘경성과하주’는 고문헌에 나와 있는 과하주 제조법을 최대한 고증해 가장 충실하게 만든 술입니다. 달짝지근한 화이트 와인 같기도 하고, 꿀에 절인 매실 같기도 한 맛이에요. 달긴 하지만 텁텁하거나 쓰지 않고, 새콤하고 산뜻하게 마무리되니 금세 다음 잔을 채우게 됩니다. 미지근하게 마셔도 맛있지만 차갑게 마시면 과하주의...
‘교감’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서로 접촉하여 따라 움직이는 느낌. 여기서 나는 느낌보다 접촉에 방점을 찍는다. 피부에 닿는 감각은 시각이나 청각보다 생생해서 강렬한 느낌을 만들어 내기에 좋은 원료가 된다. 눈물을 닦아주면 갈비뼈가 저릿하고,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으면 등이 간질간질하고, 맨발로 흙을 밟으면 시야가 밝아지는 기분이 드는 현상만 봐도 알 수 있다. 비실비실 대...
방글라데시 다카 거리에서 만난 아이. 저소득층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여름,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받았다. 제1회 울산지역 대학생 국제개발 협력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것이다. 우리 팀이 제출한 아이디어는 버려지는 장난감으로 키링, 화분, 가방 등을 재탄생시키는 ‘코끼리공장’과 연계해 폐기물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
카페와 대학가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다. ‘개성 넘치는 대학가 간판’이라는 제목으로 1985년의 대학가 다방들을 살펴보는 기사에는 다방, 학사주점, 카페, 식당 등의 상호들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해놓았다. 철학적 명제에서 정치적 이슈, 무의미한 기호에서 고전 작품까지 대학생의 사고가 뚜렷하게 엿보인다는 것이다. 신촌에는 ‘국화 옆에서’ ‘수채화가 있는 풍경’이, 동국대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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