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페어링 두견주+두릅그림 · 모조핀 다른 봄꽃에 비해 이르게 피는 진달래는 그만큼 빨리 지기도 해서, ‘진’ 달래란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어요. 어렸을 땐 길거리에 핀 진달래를 따다 쪽쪽 빨아 보기도 했는데, 어느새 진달래를 넣은 술을 마시는 어른이 돼버렸네요. 고려시대부터 한국의 대표적인 계절주였다는 두견주를 맛보려면, 고려의 개국 공신 복지겸에 대한 설화가 깃...
레디투킥 수영장 문이 열리는 시간만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10살 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수영은 나에게 그만큼 크나큰 즐거움이었다. 몸을 움직여 물살을 가르는 보람, 첨벙 빠지는 찰나를 기대하며 다이빙할 때의 짜릿함은 나에게 청량감을 안겨주었다. 13살이 되었을 때, 나는 어느새 모든 영법을 배우고 오리발까지 착용할 정도로 수영 실력이 늘었고 또 좋아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산을 오를 때 난 겉옷 주머니에 립밤과 안경닦이, 손바닥만 한 수첩 그리고 볼펜 한 자루를 넣는다. 식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그러고는 버릇처럼 주머니 속을 뒤적거리며 산에 오른다. 내가 사는 도시의 낮은 산은 보통 보도블록으로 시작된다. 초입에 들어서면 주변 카페에서 샷 내리는 기계음, 자동차의 엔진소리 등 삶의 소리로 가득 차 있다. ...
친구 ‘솔’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솔은 올해 5살 된 딸을 내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 낯가림이 심하다는 아이는 내가 팔을 벌리자 살포시 품에 안겼다. 아이 특유의 보드라운 볼이 내 뺨을 스쳤다. 아이는 금세 내 품에서 빠져나갔다. 솔 부부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이다. 잔존 시력이 남아 있다고 해도 생활의 불편함은 있다. 그녀는 다른 엄마들에 비해 아이에게 신경을 못 써주는 ...
“오늘 어디로 놀러 간다고 했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아이가 물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목소리였다. 나는 버스를 타고 경복궁에 갈 거라고 대답하면서 그곳에 가면 옛날 왕이 살았던 집을 구경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아이는 아직 왕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지금은 없는 옛 사람들이 살던 곳을 볼 수 있다는 말에 눈을 반짝였다. 〈한국을 빛낸 백 명의...
매일 글 쓰러 가는 카페가 집 앞에 있어서 감사하다. 글을 쓰다가 막히면 잠을 자야 하기 때문이다. 악몽을 꿀 수 있음에 감사하다. 지독한 꿈이 없다면 글을 쓰다가 길을 잃은 당황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 오늘 나는 열기구로 세계를 여행하는 열기구의 선장이었다. 그런데 열기구에 탄 사람 중 나를 포함한 누구 한 명도 운전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뜨거운 공기를...
돌체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때, 여기! JBL 스피커와 매킨토시 앰프가 놓인 작고 아름다운 음악 카페. 차분하게 울리는 재즈가 모던한 취향을 보여준다.콰이어트라이트 위치 경기도 파주시 가람로 21번길 61-16시간 11:00~22:00(화요일 정기휴무, 매월 첫번째 월요일 휴무)시그니처 메뉴 필터커피 | 제공: 백영수미술관 다방의 첫째는 커피요, 둘째는 음악이다....
평화로운 주말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밥을 차려 먹고 시들어가는 화분에 물을 주었다. 집안을 둘러보며 오랜만에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쯤 문득 깨달았다. 내가 아끼는 모든 물건은 누군가의 정성스런 손길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 둥그런 접시, 박음질이 꼼꼼한 이불, 주홍빛 도자기 화분 등 이름 모를 이들의 노고가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생활용품을 내 손으로 직접 ...
예로부터 귀한 식재료로 꼽혀왔던 표고버섯은 한귀영 씨에게도 귀중한 음식이다. 영양가가 풍부해서도, 맛이 좋아서도 아니다. 그가 가장으로서, 농부로서 그리고 버스 기사로서 자생하도록 원기를 돋우는 특별한 작물이기 때문이다.“구불구불한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자연 풍경 덕에 눈요기가 되었지요?” 드높은 담 대신 이웃들이 맘껏 드나들도록 경계 없이 잔디밭을 펼쳐놓은...
매일 수많은 인파에 둘러싸여 지내다 보면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해진다. 강원도 춘천의 ‘썸원스페이지 숲’은 그럴 때 찾으면 좋은 곳이다. 한적한 산길 언덕에 자리한 숲속의 작은 방에서 오롯이 혼자 하루를 보내고 나면 다시금 일상으로 나아갈 용기가 생긴다. 어느 소설의 첫 문장처럼 터널을 지나니 설국이었다. 빗줄기는 어느새 진눈깨비로 바뀌더니 흰 눈이 되어 펑펑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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