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이 좋다. 특히 코끝이 차갑게 아려오는 추운 계절, 구름 한 점 없는 짙은 밤하늘을 온몸으로 마주하는 그 순간을 정말 사랑한다. 비슷한 듯 묘하게 다른 특징과 색깔로 빛나고 있는 수많은 별을 보고 있으면 현실과 동떨어진 그 풍경에 설레다 못해 가슴이 울렁인다. 서울에서 은하수를 보고 자란 어른 세대도 아니고 시골에서 매일 별을 보며 지내지도 않았지만 나름대로 난 어두...
이지후수의사를 꿈꾸는 애교쟁이 예비 초등학생입니다. 새로운 학교생활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기대하는 마음으로 밝고 씩씩하게 지내려 합니다.
촬영: 임응식 | 제공: 임응식사진아카이브 사진가 임응식이 부산 피난 시절에 찍은 흑백 사진 한 장에는 우리가 궁금해하는 그날의 다방 풍경이 담겨있다. 네 여자가 테이블에 둘러앉아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중앙에 앉은 안경 쓴 여성이 이야기의 중심인 듯하고, 세 사람은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이고 말을 거든다. 어쩐 일인지 망연자실한 표정이지만 이들에게선 자유분방...
3월의 페어링그림 · 모조핀 해창막걸리는 하나뿐인 딸에게 아빠가 매년 생일 선물로 보낼 만큼 맛있는 술이에요.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막걸리답게 감미료 없이 빚어낸 술에서 찹쌀의 고소한 단맛이 배어납니다. 감미료가 첨가된 막걸리는 첫 모금이야 맛있지만 들쩍지근한 단맛 때문에 금세 질려요. 해창막걸리는 쌉싸름하면서도 담백해 잔을 계속 비워도 첫 모금의 감동이 그대로랍니다. 일반...
형제봉, 신선봉 같은 지리산의 높은 봉우리가 삼면을 둘러싸는 경남 하동 악양면에 위치한 악양별서. 선비들이 자연 속에서 사색을 즐기던 ‘별서(別墅)’처럼, 이곳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빼어난 절경에 음악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매력적인 숙소다. 스마트폰 하나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우리는 편리함을 누리는 대신 음악이 주는...
K-디저트연구가서 봄 해전북 부안에서 한국 전통 디저트를 만드는 서봄해 씨의 가게는 요즘 날마다 문전성시다. 2030 세대에서 한식 디저트 열풍이 부는 트렌드 때문만은 아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 가장 행복해지는 그녀가 디저트에 녹여내는 맛은 달콤함이나 고소함으론 부족한 ‘예쁜 맛.’ 한창 진정한 아름다움에 눈을 떠가는 그녀의 디저트 맛은 날이 갈수록 무르익는 중이다.경...
조혜윤 서울 혜화동의 이야기학교에서 2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니어처 만들기와 가족을 가장 좋아합니다. 다른 사람을 도울 때 기분이 제일 좋은 친절한 초등학생입니다.
은행 창구에서 상담해야 할 일이 생겼다. 평일 오후였는데 지점은 사람들로 빼곡했다. 대기표를 들고 있던 이들은 거의 다 노인들이었다. 나는 한참을 기다려 창구 앞에 앉았다. 내 담당 직원은 젊은 여성이었다. 상담하고 승인이 떨어질 때까지 시간이 계속 지체되었다. 멀뚱히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옆 창구의 대화가 들려왔다. 어르신은 적금을 들고 새 통장을 받았다. 직원은 케이스에...
미나토, 누군가 내게 ‘지금껏 당신이 경험한 일들 가운데 가장 용감하다고 여겨지는 일은 무엇입니까?’ 묻는다면 그날이 떠올라. 맨몸으로 하늘을 날았던 순간. 몇 해 전 여름에 패러글라이딩을 한 적이 있거든. 내 대답이 싱겁게 느껴지니? 고작 패러글라이딩 한 번에 용감이라는 단어를 들먹이다니 우습군, 하고. 하지만 미나토, 모든 건 상대적이잖아. 내게는 존재를 걸고 행해야 할...
2화 · 노을 며칠째 수탉이 울지 않고 있었다. 늘 바라왔던 평온한 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또렷한 정신으로 눈만 깜빡거렸다. 시끄럽게 울어도 문제였지만, 늘 울던 놈이 울지 않아도 문제였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 닭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호흡기병이 온 모양이었다. 나는 주섬주섬 항생제를 챙겨 마당으로 나갔다. 청록색 이끼가 낀 담장 너머로 얼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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