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 집에는 친척들이 주무시고 가시는 일이 꽤 많았다. 누구보다도 외할머니가 자주 오셔서 주무셨다.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날이면 할머니는 이불 속에 누워있는 내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다. 어느 날 밤, 할머니께서 “할머니가 노래 하나 가르쳐줄까?” 하셨다. 내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네! 가르쳐 주세요”라고 외치자 할머니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
머리에 흰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아내와 내가 단둘이 사는 우리 집은 늘 조용하다. 조금 소란스러워지는 유일한 순간은 아내가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다. 얼마 전에도 갑자기 우왕좌왕하는 아내의 모습이 수상했다. “휴대전화 벨 소리 들리는 것 맞죠? 조그맣게 들리잖아요.” 휴대전화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아내가 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보면서 하는 말이었다. 가끔 있는...
임지우 6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 행복한 기억이 많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높빛희망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늦깎이 학생으로, 공부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예순 두 살 할머니입니다.
중학생 때였다. 전근 가는 영어 선생님이 아침 조회 시간에 마지막 고별인사를 했다. 그녀는 1,500명의 제자를 앞에 두고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는 여러분이 꿈돌이, 꿈순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당장의 진로나 인문계니, 실업계니 하는 선택사항은 꿈이 아니라고 했다. 그땐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여자는 오랜 시간 유리문 앞에 서있다가...
겨울이다. 한낮의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며칠 있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날씨가 봄 같아졌다. 털모자를 쓰고 밖에 나갔다가 금세 벗어 주머니에 쑤셔넣을 만큼. 나는 겨울이라는 계절이 즐겁다. 식물과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기다림 때문이다. 아무리 춥고 긴 계절이라 해도, 때가 되면 추위는 슬슬 기가 죽는다. 그걸 알기에 나는 긴 겨울 동안...
초등학교 1학년쯤으로 기억한다. 창밖의 계절은 막 가을의 문턱을 넘어섰고 나는 집에서 등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날 밤 엄마가 준비해둔 옷들을 주섬주섬 입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분명 한여름에 입고 다녔던 반바지가 놓여있었다. 상의는 초가을에 맞는 긴팔 티셔츠인데 어째서 하의만 여름용 반바지인지 의아했다. 이리저리 방바닥을 살펴보다가 하얀 무언가를 추가로 발견했다. 조심스...
〈노매드랜드〉의 펀에게 펀, 저는 요즘 시간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합니다. 시간이란 무엇일까. 1년은 왜 열두 달일까. 달력이 12에서 13으로 바뀌지 않고 다시 1로 되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합리적으로 설명하자면 못 할 이유도 없겠으나 어쩐지 합리성으로 포획되지 않는 시간의 진짜 속내를 알고 싶다고나 할까요. 시인들은 이런 종류의 궁금증을 잘 참지 못하는 사람들인가 봅...
민시우 제주 장전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며 아빠와 함께 영화 및 동시집을 구상하며 생활합니다.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담긴 동시집 《약속》을 출간했고 다큐멘터리 영화 〈약속〉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몸이 불편하거나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어른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숨겨진돈가스맛집‘튀기면 신발도 맛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튀김 요리는 웬만하면 다 맛있잖아요. 그래서인지 지인들에게 돈가스 맛집을 추천해주면 새로워하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사는 평택 합정동의 ‘무진돈’은 특별해요. 하루에 100개만 판매할 만큼 주인아저씨가 돈가스 하나하나에 큰 공을 들이는, 2대째 영업 중인 수제 돈가스집이거든요. 이미 주민들 사이에선 모르...
‘우린 맛있는 것을 사랑해!’를 외치며 정성 가득한 수제 쿠키와 휘낭시에, 그리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각종 스튜를 만드는 경상남도 양산의 작은 가게가 있다. 맛있는 것이라면 고기와 채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밋앤베(MEAT&VEGGIE)’다. 밋앤베지 날씨가 꽤 쌀쌀했던 지난해 1월, 제품 촬영을 핑계 삼아 밋앤베지 음식도 맛볼 겸 무작정 양산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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