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해오름 전 아궁이 속 숯불을 뒤적거리던 나는 나무 막대기를 들고 닭장으로 향했다. 이미 새까맣게 내려앉은 어둠에 홀린 듯 닭들은 잠들어있었다. 밤눈이 어두운 탓에 고만고만한 닭들 사이에서 오늘 잡기로 한 게 어떤 녀석인지 영 구분이 되지 않았다. 원래 잡으려던 건 새벽 4시 30분마다 요란스럽게 울어대며 새벽잠을 설치게 한 놈이었다. 뒷말을 듣기 싫어 남에게 무엇...
새해 아침이야. 고양이 주제에 새해인 것을 어떻게 아냐고? 여 집사가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여서 왜 그런가 살펴봤더니 해가 바뀌었다고 하잖아. 해가 바뀌었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어.매일 보아온 해가 오늘 아침에도 하늘에 떠있던데? 딱하기도 하지. 과민한 여집사는 오늘의 해가 그동안 봐온 해가 아니라고 단언하고 있어. 내가 여 집사의 무릎에 얼굴을 비비며 흥분하지...
1월의 페어링 그림 · 모조핀 배 아락(증류주)에 청매실과 오매(구운 매실)로 빚은 전통주예요. 오매락이 아니라 오매락 퍽을 사야 토기에 든 술병과 망치를 받을 수 있어요. 소중한 사람들과 번갈아가며 토기를 깨는 재미, 과대 포장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흡족한 맛, 40도라는 도수가 이끄는 마땅한 취기까지! 즐거운 술자리를 보장하는 전통주입니다. 높은 도수에도 알코올...
헬카페뮤직위치 서울 중구 을지로27길 27 1층 시간 매일 오전 10시 - 저녁 8시 시그니처 메뉴 헬라테1936년 3월 24일 동아일보에 실린 정우상의 글 ‘홍차 한 잔의 윤리’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6~7년 전만 해도 서울에 변변한 끽다점이 없어 동경에서 끽다 취미를 즐기고 돌아온 유학생들이 갈 곳이 없어 불만이었는데, 이제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할 만큼 다양해지고 고급...
〈노매드랜드〉의 펀에게펀, 저는 요즘 시간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합니다. 시간이란 무엇일까. 1년은 왜 열두 달일까. 달력이 12에서 13으로 바뀌지 않고 다시 1로 되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합리적으로 설명하자면 못 할 이유도 없겠으나 어쩐지 합리성으로 포획되지 않는 시간의 진짜 속내를 알고 싶다고나 할까요.시인들은 이런 종류의 궁금증을 잘 참지 못하는 사람들인가 봅니다....
-삶은 언제나 답을 찾는다- 기시미 이치로 | 304쪽 | 18,000원흠뻑 땀 흘린 뒤에 하는 찬물 샤워처럼 기분이 남김없이 개운해지는 순간이 있다. 길게 자라 갈라진 손톱을 짧게 깎은 직후, 잘 익은 사과의 과즙이 입 안에서 차갑게 터질 때, 스쳐 지나간 사람에게서 풀잎 향이 풍겨올 때, 그리고 누군가와 알찬 대화를 나눴을 때 나는 그러하다.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
변호사 시험을 마치고 열람실 자리를 정리하기 위해 학교에 들렀다. 전투를 치르기 전 긴박하고 치열했던 최후의 흔적들이 75cm 폭의 내 자리에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법전, 교과서, 문제집, 요약집, 일정표, 가족사진, 포스트잇에 쓴 다짐의 글들….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자리를 치우는 내내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나를 사로잡았다. 지난 3년간 하나의 목표만 보고 달려왔다. ...
"흙은 살아있다. 그래서 흙으로 된 집도 살아 숨 쉰다. 풀과 나무와 귀여운 가축들이 함께 살아가는‘샘물농장’에 터 잡은 황토집은 무슨 꿈을 꾸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잠에 빠져들게 하는 완전한 휴식을 선사한다. 고단한 하루를 보낸 늦은 밤, 지친 발걸음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삭막한 도시를 밝히는 수많은 아파트 불빛 중 하나가 내 안식처. 어쩐지 조금 서...
언제나 오늘 같은 내일을, 내일 같은 오늘을 반복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우리집 강아지다. 이 강아지의 이름은 슈. 나와 함께한 지는 이제 13년 차가 되어간다. 본의 아니게 활동적인 보호자를 만나 이곳저곳을 쏘다니게 되는 날이 많아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스케줄을 고스란히 겪어야 하는 날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 강아지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일정이 정확한 시간에 맞춰 ...
-A Wind Runs Through It and Other Stories- 장소 KT&G상상마당 홍대갤러리 관람료 무료전시 기간 1월 21일까지온갖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왁자지껄한 시장의 옷 가판대. 손님들이 얼마나 집었다 놓았다 했는지 여기저기 헝클어진 옷더미 위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다. 한적한 공원에 놓인 벤치 하나. 방석, 햇빛 가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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