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는 안 하고 싶은데 말이지. 고양이들의 행복지수를 위해 나, 당주가 한마디 해야겠어. 오늘은 고양이가 싫어하는 것을 말해줄 테니 주의 깊게 들어주길 바라. 내 말이 정답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고양이는 나와 비슷한 생각일 거라 믿어. 한 가지 당부할게. 싫어하는 것을 길게 읊으며 묘생을 낭비하는 철부지라고 나를 오해하지 말아줘. 나는 비린내 풍기는 ...
때로는 말로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감정이 있다. 애틋함, 반가움, 설렘…. 그럴 때 박중기 씨는 마당에 알알이 맺힌 채소들로 만든, 보기만 해도 든든한 요리를 한 상 내온다. 21년 차 농부인 그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농부 박중기(71) 씨가 사는 통나무집은 깊은 산속의 냇물이 흐르고, 가을 햇살을 머금은 밭을 바라보고 있는 곳이다. 경남 함양군 ...
이렇게 추운 날이면, 아버지는 어김없이 찬바람이 스며든 붕어빵 봉지를 품속에서 꺼내어 식탁에 놓아두곤 하십니다. 저는 조금 이른 저녁잠을 자다가도 기름이 묻은 고소한 밀가루 반죽 냄새가 희미하게 풍겨오면 부스스 일어나 식탁에 앉곤 합니다. 밤늦게 간식 먹지 말라며 꾸중하던 어머니도 어느새 부엌에서 접시와 포크를 세 개씩 슬그머니 챙겨 오십니다. 이웃집은 벌써 ...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내 꿈은 작가였다. 누군가가 미래에 갖고 싶은 직업을 물으면 망설임없이 작가라고 했다. 그렇지만 과거의 내게 그것은 그저 꿈이었고, 작가는 성인이 돼야 이룰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했다. 그저 하루빨리 어른이 되어 첫 책을 내는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중학교 1학년 때 국어 선생님의 권유로 백일장에 참가했다. 그때 제시받은 키워드가 ...
17년 차 초등교사 이현길은 두 얼굴의 사나이다. 오전엔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 오후엔 춤을 추는 댄서다. 유일한 공통점은 그의 곁엔 늘 제자들이 함께한다는 것. 초등생 제자들과 K팝 춤을 추는 교사로 유명한 그에겐 수학 공식 하나, 영어 단어 한 개보다 더 중요하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 있다. 이현길학교 수업이 6교시까지 모두 끝난 오후 ...
이제 MBTI는 한때의 유행을 넘어 개인을 평가하는 일반적인 지표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책, 노래, 만화 등 MBTI를 소재로 한 콘텐츠는 더 이상 신선하지도 않고, 신입사원 채용에 MBTI를 참고한다는 기업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그 덕분에 많은 사람과 MBTI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이 검사가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이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용의주...
나는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 택배기사다. 20년 넘게 이 직업에 종사하며 하루에 300개가 넘는 물건을 배달한다. 택배기사라고 하면 백이면 백 “힘든 일 하시네요” 하고 말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물건을 배송하는 일은 사실 혼자 한다. 그렇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다. 이 일은 다른 어떤 일보다도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이 넘쳐나는 직종이다. 비록 사무실에 앉아...
어제는 직속 상사인 부장님과 대화하며 여러 번 울었다. 나는 곧 정들었던 현재 부서를 떠나 다른 부서로 발령받게 된다. 이유인즉, 현재 부서에서 2년 연속 승진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조직에서는 내 역량의 문제라기보다 직무의 문제로 보고, 강점을 살려 타 부서로 전환 배치를 제안했다. 그런데 말이 쉽지, 여태 공고히 쌓아왔던 모든 경험을 놓고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다는 ...
거친 잡음이 남긴 여운 ‘일을 즐겁게 하고 공동체 의식을 높여서 능률을 높이기 위해 부르는 노래.’ 일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음악을 농경사회에서는 ‘노동요(勞動謠)’란 단어로 이렇게 정의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로파이(Low-fi)’라고 명명한다. ‘저음질(Low Fidelity)’의 약자로, 잡음을 제거하지 않은 저품질의 소리를 일컫는다. 녹음 기술이 크게 발달한 요즘은 얼...
10년 전, 나는 전북 전주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다. 한 달여의 신혼 생활 끝에 첫째가 생긴 후로 2년 터울로 나란히 삼 남매를 낳았다.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 어느덧 막내가 여섯 살이 된 요즘, 여전히 아이들 양육으로 바쁘지만 한숨 돌릴 여유쯤은 허락된다. 여유 시간이 생기자 결혼의 달콤함보다 생활의 치열함을 더 많이 느끼며 지낸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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