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의 깊은 산골짜기엔 여름이면 앙증맞은 과일이 알알이 맺힌다. ‘소일뜨락’의 주인 손호익(65) 씨가 키운 농작물들은 하나같이 어쩜 그리 신선한지 숙박객들은 과일만큼 달콤한 휴식을 맛본다. 높고 짙푸른 봉우리가 파도를 이루는 풍경을 등에 두르고 산을 올랐다. 소일마을 경로당 앞에 도착하자 마중 나온 ‘소일뜨락’의 주인 손호익(65) 씨가 보였다. 반갑게 ...
목적지로 가는 길에서 커다란 돌을 만났을 때, 약한 사람은 걸림돌이라 여기고 강한 사람은 디딤돌이라 장애를 극복한 엘리트들 여긴다. 장애를 딛고 학구열을 불태운 사람들은 누구보다 강인한 존재다. 이름 윤은호(37) 직업 문화콘텐츠학 박사 특징 자폐 Q. 교수로서 처음 교단에 섰던 소감 학생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기도 했지만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국내 최초 자폐인 ...
내 책상 위엔 다양한 도구들이 있다. 굳이 구분을 해보자면 실용적인 도구와 영감을 주는 도구로 나뉜다. 실용적인 도구들은 글을 쓰거나 일할 때 필요한 도구로 문구나 컴퓨터 기기 같은 것이다. 노트, 포스트잇, 메모지, 펜, 테이프, 가위, 연필깎이, 만년필, 지우개, 연필, 자 등. 반대로 효율적인 기능은 없지만 영감을 주는 도구로서 충분한 것들이 있다. 모빌, ...
뿔을 가진 짐승이 있다. 수놈은 크고 암놈의 것은 작거나 없다. 뿔을 직접 가까이서 본 것은 어릴 적 소에게 여물을 먹일 때였다. 하지만 소가 없어지고 산의 풍경도 달라지자 내게서 보이지 않는 뿔이 생겼다. 주로 싸울 때마다 쓰이는 이 뿔을 나는 아내와의 말싸움에 쓰곤 했다. 말싸움은 짐승이 아닌 사람이 한다. 젊은 시절에 잦았던 아내와의 말싸움은 늙어서는 ...
수수께끼를 하나 낼게. 이것은 우리 집에서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한 거야. 크기는 다양하지만 보통은 깔고 앉으면 딱 좋을 정도의 면적을 갖고 있지. 네모나고 딱딱해. 식탁이나 소파, 침대에도 있고 집사의 화장실에도 있어. 이것은 대체로 뭉텅이로 쌓여있어. 헤세는 쌓여있는 이것을 잘 쓰러뜨리고, 쓰러뜨린 다음엔 혼자 놀라 도망치지. 내 키보다 높이 쌓여있을 땐...
경주에 대한 첫인상은 그다지 감명 깊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수학여행 당시 버스에서 내려 만난 유적지에 나는 퍽 냉소적이었고 그러다 보니 불국사의 정경은 흐릿하게만 기억에 남고 말았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흘러 다시 찾은 경주는 내가 어슴푸레 기억하고 있던 모습이 아니었다. 대릉원의 불룩한 잔디 위로 떠오르는 달에 경탄하고, 새빨갛게 물든 단풍 사이를 걷...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1997년도 서울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의 옷 입는 취향이 명확하게 달랐다. 남쪽의 아이들은 제 발보다 큰 운동화에 통 큰 바지와 상의를 걸쳤으며 헤어스타일은 요즘에도 인기인 ‘투블럭’을 선호했다. 이 스타일을 우리 동네에서는 ‘힙합’이라고 불렀다. 내가 살던 북쪽에서는 숨쉬기 힘들 정도로 몸에 딱 맞는 옷을 즐겨 입었다. 신발은...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우리 동네의 작은 산 정상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침마다 등교가 아니라 등산하는 기분이었다. 딱히 불평하는 건 아니다. 덕분에 다리 근육이 탄탄해졌고 숲에서 매일 같이 길고양이들과 뛰놀 수 있었으니까. 나는 학교 별관과 본관 중간에 있는 작은 전망대를 가장 좋아했다. 전망대에 서면 우리 동네가 한눈에 보이는 건 물론이고 바다까...
예순을 바라보는 남편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머리를 책에 묻고 살았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저녁 식사를 마치면 식탁에 앉아 돋보기안경을 끼고 밤늦도록 공부했다. 새벽에 출근해 온종일 일하느라 피곤할 텐데 잠들기 전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지 아침에 일어나 코피를 흘리는 날도 있어 걱정이 됐다. 늦은 나이에 산림산업기사 시험을 준비하는 ...
1인 가구가 늘면서 ‘혼’ 자가 붙는 단어가 많아졌다. 혼밥, 혼술, 혼영, 혼운…. 그중에서 내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말은 혼코, 즉 혼자 가는 코인노래방이다. 오래전부터 나는 내 노래 실력이 꽝이라고 생각했다. 어릴 적에 성가대 선생님은 내게 한 번도 독창 기회를 준 적이 없었고 연말 발표회에서 모든 친구가 독창 파트를 소화할 때조차 나는 다른 친구와 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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