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 떠난 자리에 남은 향
산에는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일만 아니라 거기에 시가 있고
음악이 있고, 사상이 있고, 종교가 있다. - 법정 스님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중 - 어릴 적 가끔 큰절 심부름으로 산내 암자에 계시던 법정 스님을 찾아뵐 일이 있
었다. 그때 스님이 주석하시던 당우 곁에 청산별곡이라는 고전 시구가 판각
되어 걸려있었는데 갈 때마다 눈길이 가서 소곤소곤 되새기듯 읽곤 하였다. ‘살어리 살어리랏다/청산에 살어리랏다/멀위랑 다래랑 먹고/청산에 살어리랏다.’ 탈속의 청빈이 담긴 그 시구는 학창 시절, 국어책에서 배웠던 낯익은 구절이었다. 하지만 당신이 사는 처소의 처마 밑에 판각으로 새겨 걸어 놓고서 그 시구
답게 사는 모습은 또 다른 차원에서 무한한...
202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