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와 물처럼 지극히 일상적이어서 소중함을 깨닫지 못할 뿐, 집에서 밥을 먹는 행위는 얼마나 숭고한 일인가. 인간의 생존을 책임지는 의식주에서 의(衣)와 주(主), 무려 두 가지나 차지하니 말이다. 유구한 전통을 가진 집밥은 아이러니하게도 2000년대 이전에는 거의 쓰지 않았던 단어다. 집에서 밥을 먹는 것이 당연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나의 유년 시절을 생각하면 매일 ...
오래전 우연히 보았던 TV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어느 드라마의 ‘집밥’ 에피소 드에 나오는 식사 장면이었다. 다양한 반찬, 허겁지겁 먹는 주인공, 맞은편에 앉 아있는 엄마, 따뜻한 음악까지 많은 이의 향수를 자아낼만한 연출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집밥에 대한 따뜻한 기억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때의 난 누군가가 차려준 음식...
연휴를 맞아 친구들과 캠핑을 간 날이었다.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이상하게 생긴 쓰레기통을 발견했다. 입구에 손을 깊숙이 넣어 숨겨진 레버를 밀어서 여는 구조였고 사용방법을 자세히 읽지 않으면 열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여기는 쓰레기통 여는 방법이 특이하네?” 친구에게 묻자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곰이 못 열게 하느라고 그...
이탈리아 산 비토 알티볼레 그해 여름엔 중부 유럽을 차로 도는 긴 여행을 했다. 프랑스 북부에서 남쪽 지중해 쪽으로 수직으로 횡단해 해안가를 따라 이탈리아로 건너갔고, 북부 이탈리아를 돌다가 오스트리아로 넘어갔다. 오스트리아의 서쪽 지방을 따라 국경 너머 독일로 이동, 독일 중부의 오래된 도시들을 둘러보고 스위스를 거쳐 파리로 들어오는 일정이었다. 이 여행엔 ...
콩치노 콘크리트주소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새오리로161번길 17, 2층 운영시간 14:00 ~ 19:00(토·일 12:00 ~ 19:00 / 수·목 휴무) 입장료 2만원 애플 에어팟이 처음 출시됐을 때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마치 세상에 에어팟과 나, 둘만 남은 것 같다며 감탄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으로 주변의 소음이 순식간에 삭제되는 경험은 실로 놀라워 세간의 호들갑...
‘불나방 형’을 처음 만난 것은 10여 년 전, 일본 본섬의 북쪽 끝 아오모리에 있는 하코다 산에서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인생 아웃도어 활동’은 스키다. 그것도 스키장에서 타는 것이 아닌 삼나무를 다 덮고도 남을 만큼 많은 눈이 내리는 산에서 타는 스키다. 이런 산에서는 등산화를 신고 등산하듯 스키를 신고 걸어 올라간다. 경사진 사면에서 뒤로 밀리지 않게 해주는 스킨...
디저트를 논할 때 스페인은 자주 언급되는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스페인의 전통 디저트가 인기 메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향기로운 커피와 유난히 잘 어울리는 바스크 치즈케이크이다. 치즈케이크는 계절을 타지 않는 디저트 중 하나다. 다른 재료들에 비해 값이 비싸기는 해도 슈퍼마켓에 가면 비교적 다양한 치즈를 언제든 쉽게 구할 수 있다. 치즈는 달걀, 설탕과 섞...
삼십 세 혹은 장밋빛 인생(1931, 98×128cm, 빌드파리 현대미술관, 캔버스에 유채) 요즘 나는 프랑스의 화가 라울 뒤피(Raoul Dufy, 1877~1953)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 있다. 아니, ‘이제 쓰기 시작했다’가 더 맞는 표현이다. 벌써 몇 달 째 작품들을 감상하고 짧은 문장만 끄적거렸지 문단으로, 글로, 책으로 꿰매는 일에는 충실히 임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빈티지 컵, 종이책, 필름카메라 같은 옛날 물건을 좋아한다. 오래된 물건을 갖게 되면 내 주머니 속에 동경하는 시대의 한 조각을 간직한 느낌이 든다. 특히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빛바랜 색감의 사진을 편애한다. 자연히 필름카메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날로그 물건. 갖고 있는 필름카메라만 세 개다. 얼마 전부터 캠코더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깨끗...
아내를 뒤따라가는 산책도, 홀로 도시를 거니는 산책도 모두 소중한 일상이다. 하지만 그보다 좋은 건, 마당 정원의 부드러운 흙 위를 걷는 시간이다. 따뜻한 봄의 온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는 정말 다르다고 한다. 나의 경우엔 목욕탕 갈 때마다 느낀다. 단독에 살면서 목욕탕 가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아파트에 살 때는 한겨울에 가끔 갔지만 단독주택으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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