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내 자리 곁엔 작은 은빛 트레이가 있고 그 위에는 노란 오리가 있다. 어른 손 한 뼘 남짓한 크기의, 실리콘 재질로 말랑말랑한 감촉을 가진 인형이다. 아마도 어린아이들 물놀이용 장난감일 것이다. 그저 짐작인 까닭은 이 오리 인형이 처음부터 내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2년 전 여름이었나. 출근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이 오리 인형을 보았다. 필경 아이가 ...
영상으로 접하는 음식은 언제나 강하게 오감을 자극한다. 먹음직스런 집밥 요리로 무던히도 우리의 입맛을 돋우었던 영화들 중 특별한 감동을 준 장면들을 샘터 편집부의 취향으로 선별했다. 한 기자의 Pick차별 없는 마음으로 차린 한 끼, 헬프 영화 헬프의 ‘셀리아’는 상냥한 말투와 꽃무늬 원피스로 러닝타임 내내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미모의 인물이다. 그 중에서도 주방에서 음식을 차리는 모습이 제일 예쁘다. 열 가지가 넘는 미국 가정식 요리를 그릇에 정성껏 담아 진열하는 장면을 보면 레이스 달린 흰색 테이블보처럼 기분이 산뜻해진다. 밥상의 주인은 다름 아닌 셀리아 집의 가정부 ‘미니’. 동네 주부들은 화장실을 따로 쓰고, 겸...
아들은 어릴 때 자동차를 좋아했다. 돌 무렵, ‘붕붕카’가 시작이었다. 의자에 올라앉아 웰시코기 같은 두 다리를 앞뒤로 움직여 속도를 냈다. 그게 시들해질 즈음엔 유치원 통원버스를 닮은 자동차로, 여섯 살 무렵엔 한 손에 들어오는 미니카로 ‘애착 자동차’가 달라졌다. 장난감 자동차를 손에 쥔 채 앞뒤로 밀며 입으로 부릉부릉 소리를 냈고, 거실 창문 앞에서 식...
독자들은 에세이작가 은유를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사랑한다. 고단한 현실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내는 혜안, 깊은 공감을 일으키는 유려한 필력이다. 글쓰기 정규교육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책의 바다를 유영해온 그에겐 독서가 배움의 길이자 지혜의 원천이다. 문해력 저하가 세간의 이슈인 요즘, 그의 탐독생활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은유 세상에는 거친 환경에 놓여야...
평범한 찌개부터 고급 양식 요리까지, 직접 밥상을 차리는 남자들의 솜씨가 날로 늘고 있다. 이제 ‘아빠는 요리에 서툴다’는 편견은 지우는 게 좋다. 아빠가 만들어서 더 특별한 집밥 레시피로 가득한 유튜브 채널을 모았다. 1. 쿡잇파파 @CEPP ■ 닭곰탕 “아빠가 해준 요리가 제일 맛있는데, 이 제 아빠가 밥해주면 안 돼?” 큰딸의 솔직한 말에 밥상을 ...
출가한 승려의 집은 절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곳을 절집이라고 부른다. 절집에서는 식사를 공양이라고 한다.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의 공양 시간에 맞춰 공양 간에 가면 늘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그냥 공(空)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신도님의 시주와 공양주 보살님의 노고가 담겨있는 정성스러운 음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음식이 상에 오르기까지 거쳐온 수많은 인연이...
매일 새로운 만남이 반복되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어떤 만남은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만큼 결정적이다. 어업인 한승우(41) 씨는 10년 전 전북 전주에서 고창으로 내려와 하전마을 주민들을 만난 후 ‘바지락총각’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전북 고창의 곰소만 갯벌은 두꺼운 퇴적층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202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갯벌이다...
쁘띠 제네빌리에 근처의 센 강둑에 있는 리차드 갤로와 그의 개 딕(1884, 89×116cm, 개인 소장, 캔버스에 유화) 20대 내내 내가 가진 소망이 하나 있었다면 한강을 걸어 나갈 수 있는 장소에 사는 것이었다. 간절히 바란 덕분인지 지금의 나는 5분만 걸으면 한강 공원이 있는 집에서 매일 아침저녁, 거실 창밖 너머로 한강의 풍경과 인사하며 살고 있다. 별다른 일이...
우연과 상상 국내 개봉 2022년 5월 4일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출연 후루카와 코토네, 현리, 나카지마 아유무 아무런 인과관계 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 우연. 영화에서 우연이 반복되면 개연성이 없는 스토리가 되지만 현실에서 우연은 수시로 등장한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처럼 불쑥 찾아와 초인종을 누른다. 딩동. “계세요? 저 우연인데요. 지나가다 잠깐 들렀어요. 왜냐고...
여느 달보다 일수가 짧아 시간에 가속도가 붙는 2월. 보다 달콤한 발렌타인데이를 보내고 싶다면 티라미수를 추천한다. 향긋하고 진한 에스프레소만 있다면 베이킹 초보자라고 해도 ‘사랑의 묘약’ 티라미수를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크림치즈와 카카오파우더가 들어가 보기도 좋고 커피와 맛이 잘 어울려 많은 카페들이 티라미수를 대표 메뉴로 내놓는다. 하지만 맛있는 티라미수를 만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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