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숲주소 서울 광진구 광장동 401-14 건축이라는 단어는 무겁다. 얼마나 무겁냐면, 건축이라는 글자를 써넣는 순간 머릿속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나 나올 법한 신전 기둥이 떠오를 정도로 무겁다. 멀리 그리스까지 갈 것 없이 주변을 둘러보기만 해도 우리는 이미 두꺼운 콘크리트 기둥으로 떠받치고 있는 높은 빌딩들에 익숙해져 있다. 현대 건축물은...
2023년 계묘년(癸卯年)의 새해가 밝았다. 신년엔 어떤 디저트를 소개할지 고민하다 ‘빅토리아 케이크’를 골랐다. 우울하고 슬펐던 영국 빅토리아 여왕을 위로해준 특별한 디저트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한 지도 3개월이 넘었다. 노환으로 숨을 거둔 여왕은 고조모인 빅토리아 여왕의 재임 기간(1837~1901)보다 오래 왕위를 유지한 최장수 국왕이란 기...
최근 제주에 다녀왔다. 잦은 야근으로 과부하된 머리도 식힐 겸 도시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푹 쉬고 싶었다. 나는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지역만큼 숙소를 심사숙고해 선택한다. 얼마나 쾌적한 숙소인지에 따라 여행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어마어마하게 많은 숙소들 중에서 이번에는 여행의 테마를 ‘쉼’으로 정한 만큼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곳을 정했다...
계절이 겨울의 문턱을 서성대던 지난 어느 날, 강연이 있어 제주도에 들렀다. 서귀포에 사는, 보고 싶었던 친구에게 연락을 했더니 고맙게도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주었다. 덕분에 친구 차의 조수석에 앉아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편안하게 감상했다. 유리창 너머로 길게 펼쳐진 수평선과 초록 풀 사이로 꼬리를 흔드는 말을 바라보니 마음이 제주의 상쾌한 바람을 타고 나풀...
10월에 첫 얼음이 얼면 이듬해 4월은 지나야 녹을 만큼 겨울이 길고 깊은 곳, 강원도 평창. 살을 에는 추위 덕에 평창 임야에는 당도 높고 싱싱한 산채와 최고 품질의 산양삼이 넉넉히 자란다. 하지만 이 농산물들이 그냥 버려진다면? 아마 단향토끼 대표 임윤회 씨가 그것을 거둬 빵을 만들고 술을 빚는 요술을 부릴 것이다. 강원도 평창의 베이커리 카페 ‘단향토...
혜화동로터리, 나의 일터인 서점 앞에는 공용자전거 거치대가 있다. 덕분에 자전거 구경만큼은 실컷 한다. 텅 비었다 어느새 가득 찼다가를 반복하는 자전거 거치대. 나는 그것으로부터 시민들의 건강함을 엿보기도 한다. 한국의 도로 사정이 자전거를 이용하기에 적당치 않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전거 도로는커녕, 관련 법규나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것 같으니 누가 자전거를 ...
우리집개봉 2019년 8월 22일 감독 윤가은출연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나의 유년은 이사의 연속이었다. 바로 옆 골목일 때도 있었고 버스로 세 정거장 이상 떨어진 곳일 때도 있었지만, 그게 몇 킬로미터든 상관없이 어딘가로 떠밀려가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가난의 파도가 나를 자꾸 평균의 삶 밖으로 밀어내는 것 같았다. “이사 많이 다녔어?”“한 여섯 번? 일...
새해가 되면 올해의 다짐을 적으며 시작한다. 새 다이어리 맨 뒷장을 펼쳐 이루고자 하는 일을 적었다. 작년에 처음으로 다이어리에 적었던 일들을 다 이루고 나니 올해는 조금 더 신중하게 마지막 장을 채우게 되었다. 작년 다이어리에 적은 계획 중 하나는 아침에 차 마시는 시간을 갖는 일이었다. 항상 지켜오던 습관이었는데 작년엔 일이 바빠 놓치는 날들이 많아져 따로 적어두었다. ...
나는 기억한다. 서른을 한 달 앞둔 11월, 그 추웠던 겨울을. 돈도 없고 직업도 없고 이룬 것도 없고 심지어 그럴듯한 목표도 없던, 스스로 쓸모 없다 여겼던 처참한 잉여의 마음을. 경주에서 진 것 같았고 경쟁에서 도태된 것 같았다. 제대로 링에 올라보지도 못했는데 넉다운된 내 귀에 들리는 건 응원과 격려가 아닌 야유 뿐이었다. 또 나는 기억한다. 마흔이 되고 처음으로 ...
캠핑장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해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서둘러야 했다. 겨울은 해가 짧다. 어영부영하면 금방 서산으로 해가 진다. 여름철에는 늦은 밤에 텐트를 쳐도 괜찮지만 겨울은 다르다. 추위에 곱은 손으로 텐트를 치고 사이트를 설치하는 일은 아주 고역이다. 그래서 해가 넉넉할 때 텐트를 쳐놓고 텐트 속에서 따끈한 밤을 맞는 게 겨울캠핑의 정석이다. 그 겨울날에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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