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를 다시 가고자 한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 티볼리를 가기 위해서다. 로마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티볼리는 로마라는 대도시와 멀지 않으면서도 번잡함에서 벗어나 있는 돌과 나무의 도시였다. 올리브나무와 사이프러스 같은 지중해 특유의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돌가루 먼지가 발아래에서 바스락거리는 곳. 하나를 더한다면 물이다. 30km나 떨어져 있는 산에서 이어진 수로가 그 ...
윤시내가 사라졌다개봉 2022년 6월 8일감독 김진화출연 이주영, 오민애, 노재원, 김재화 나는 ‘싸이월드 키드’다. 대학시절에 주로 이용했으니 엄밀히 말하면 키드는 아니고 싸이월드 어덜트쯤 되겠다. 선별된 일상만을 공개하는 성격은 그 시절에도 여전해서, 공개 폴더보다 비공개 스크랩 폴더의 게시글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비공개 스크랩 폴더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
우리 서점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이 문장엔 기묘한 부분이 있다. ‘우리 세탁소는 커피를 팔지 않는다’ ‘우리 미용실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처럼 다른 영업장에서라면 커피를 팔지 않는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데 반해 서점은 커피를 팔지 않는 사실에 대해 얼마간의 책임 또는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난다. 커피를 당연히 팔 거라 생각하고 “커피는 어디서...
해외에 사는 기간이 늘어나면 누구라도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이 현지화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성장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아무리 해외에 오래 살아도 쉽사리 변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식습관이다. 내가 바로 그러한데, 한국에서 먹던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국, 반찬 등 한식이 자주 생각난다. 어릴 적 제일 맛있게 먹던 짜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외출했던 딸이 집에 들어오면서 음식을 포장...
이번 육아일기는 바다가 보이는 부산의 어느 카페에서 쓴다. 지난 5월 중순에도 같은 카페에 있었다. 그때는 나 홀로 휴가 중이었고, 이번에는 아이와 함께 내려왔다. 부산 한달살이를 위해서다. 어쩌다 아이와 부산에서, 그것도 감히 단 둘이 한 달을 지낼 생각을 했을까 기억을 되짚어본다. 전업 주부에게도 휴가는 필요하다. 직장인도 이직하면서 일주일 정도는 쉬는데 지난 4월 초까...
Two Women Drinking Coffee(Edouard Vuillard, 1893, 21.5×28.8㎝, 보드에 유화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인식한 이후부터 습관적으로 마셔오는 음료가 커피다. 나는 주로 달지 않은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지금도 집에서 글을 쓰면서 근처 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더 사와야 하나 고민 중이다. 이미 오전에 진하게 한 잔 마셨으므로...
“대표님께서 다시 공간을 꾸민다면 어떻게 꾸미시겠어요?” “공간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소리와 빛으로만 꾸밀 것 같아요.” 몇 년 전 우연히 들었던 팟캐스트에서 카카오 조수용 대표와 패널이 나눈 대화였다. 소리와 빛이면 공간을 채우기에 충분하다는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날 이후 특정 공간을 꾸밀 일이 생길 때마다 그 말이 떠올라 가구를 비롯한 각종 물건들부터 들여놓기보다...
유선관주소 전남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376www.yusungwan.kr / 061-537-7777 땅끝은 해남인 줄로만 알았다. 사람들은 해남을 말하며 자주 땅끝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하지만 해남은 시작이기도 했다. 지도를 뒤집어 남쪽의 바다를 뒤로 하고 한반도를 마주 보면, 해남은 시작이었다. 우리나라 여관의 시작도 그곳 해남에 있었다. 두륜산에 위치한 대흥사의 한편...
바람이 쌀쌀해지는 늦가을, 시나몬롤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갓 구운 따뜻한 시나몬롤은 거칠게 손으로 찢어 호호 불어가며 먹어야 제맛. 뜨거운 롤빵을 찢을 때 떨어지는 설탕과 시나몬 파우더의 필링을 보면 저절로 침이 고인다.가을이 깊어가는 이 무렵, 간절하게 생각나는 디저트가 바로 시나몬롤(cinamon roll)이다. 얼핏 투박해 보이기도 하는 소용돌이 모양의 시나몬롤. 특히...
늦은 오후에, 버스 차창 너머로 비껴드는 노을을 구경하던 중이었다. 길은 막히고 책은 읽기 싫어 졸다 깨기를 반복하다 어느덧 남은 졸음도 가셔가고 있었다. 기사님이 켜둔 라디오에선 디제이 둘이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터지는 웃음소리만 드문드문 들리곤 했다. 어쩌다 이른 퇴근길이고 종일 괴롭히던 업무에 영혼까지 털려서 나는 텅 비어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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