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3대 작가 중 한 사람인 카렐 차페크(Karel Capek)는 《정원가의 열두 달》이라는 책에서 ‘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딛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작은 화단 하나는 가꾸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실내에서 식물과 함께 살면 정원을 가꾸는 것과 다름없다. 실내 공기를 깨끗하고 신선하게 관리할 목적으로 나 또한 식물 200여 개와...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도심 곳곳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다. 공짜라서가 아니라 한 잔에 담긴 누군가의 배려가 아름다워 더 아늑하게 느껴지는 곳들이다. ◦ 동네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차 한 잔 쉬어가는 곳 서울 가회동 주민 이종선 씨는 ‘쉬어가는 곳’이란 푯말을 걸어두고 항상 집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지낸다. 화분으로 가득한 예쁜 앞마당을 모든 사람에게 개방...
어느덧 입동이다. 겨울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다. 겨울이 다가오면 추위에 유독 약한 나는 서둘러 겨울나기를 준비한다. 두꺼운 코트와 니트, 양말 그리고 핫팩을 미리 챙기고 겨울용 텀블러도 꺼내놓는다. 추운 날엔 실내에서도 차가 빨리 식어서 차를 우려 텀블러에 담아 마시면 좋다. 집 밖을 나설 때도 티백으로 만든 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텀블러를 챙긴다. 언제 어디서든 추운...
아까 내어준 드립커피가 아마 지금쯤이면 다 식었을지도 모른다. 빈티지 웨지우드에 커피를 마시면서도 아름다운 잔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모니터만 바라보는 단골 작가 선생이 키보드로 소리치고 있다. ‘마감의 신이시여, 정녕 자비는 없습니까?’ 카페 사장인 나는 속으로 답한다. ‘걱정하지 말라 작가여, 나는 어스름이 지나 밤 10시까지 이곳의 불을 끄지 않을 터이니….’ 기관총...
어느새 가을이다. 무덥고 습한 여름에 지쳐 더는 시원함을 기대하지 않을 때 계절은 바퀴를 굴려 가을로 우리 곁에 온다. 그러나 그 가을은 설악산 상상봉을 붉게 수놓는 단풍처럼 화려하게 오지 않는다. 불타는 단풍이란 표현은 그저 풍문으로만 떠돌 뿐 우리가 사는 곳까지 단풍이 물들려면 달포는 더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고 가을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가...
첫 번째 편지 - 여사님의 은밀한 소원 몇 년 전, 화장품회사 경리로 잠시 일할 때의 일이다. 소도시 한적한 동네를 무대로 방판 영업을 하는 우리 사무실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67세. 전국 124개 지점 중에서 꼴찌를 면하지 못하던 것도 직원 대부분이 주변 인맥 위주로만 영업을 하는 데다 대부분 이 일을 소일거리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던 탓이다. 그래도 특판이나...
천성이 수줍고 내향적인 사람은 편지를 사랑하게 되어 있다. 어떻게 아느냐고?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이 있으면 하루 전날부터 외출시 발생할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부지런히 돌리며 마음을 다독여야 하는 나, MBTI 유형 중 이른바 I형 인간인 내 경험담이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새 학기인 3월이 되면 내 가방에는 예쁘게 잘 뜯기면서 부드러운 재질의 노트와 ...
흔히들 농촌은 정적(靜的)이라고 말한다. 주로 고령의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는 하루하루가 늘 똑같고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이다. 하지만 농업회사법인 ‘촌스런’의 안재은 대표는 충북 청주 문의면에서 어느 곳보다 다채롭고 활동적인 삶의 모습을 발견하고 직접 경험한 농촌 문화를 널리 전하고 있다. ‘내륙의 바다’라고 불릴 정도로 넓고 아름다운...
요즘 크루아상의 확장세가 심상치 않다. 진한 버터의 풍미가 향긋하여 아침식사로 자주 먹던 크루아상이 최근 들어 식후에 별미 삼아 먹는 디저트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크루아상과 각종 크림의 조화가 놀랍기만 하다. 예전에는 빵과 디저트의 기준이 명확했다. 프랑스 빵과 디저트의 역사도 구분되었고, 베이커(baker, 빵 굽는 사람)와 파티시에(patissier, 제과류를 만드...
가족끼리 늦은 여름휴가를 떠났다. 송이와 함께하는 두 번째 여행이다. 이번에는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동행했다. 장소는 강원도 속초시, 숙소는 설악산국립공원 끝자락에 있는 어느 오래된 호텔이었다. 처서가 지나면서 바람도 제법 선선해진 터라 한여름보다 여행하기가 좋았다. 물론 모든 건 송이의 컨디션에 달려 있지만. 첫날은 시장 근처 생선구이 집에서 점심을 먹고 숙소로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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