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 되면 나는 16년 전 여름의 기억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처음으로 가족과 휴가다운 휴가를 보낸 해이기 때문이다. 유치원생이었던 딸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떠난 곳은 부산이었다. 태양 빛으로 반짝이는 바닷가에서 딸과 물놀이하는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평소에도 유치원에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를 재밌어...
입대 전부터 군대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나는 배치된 부대에 들어갔을 때도 심하게 긴장했다. 단체생활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남들 앞에 나서는 적극적인 성격도 아니기에 군대라는 낯선 공간에서의 생활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처음 하는 일을 능숙하게 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이 가장 부끄러웠다. 그런 서툰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거란 생각에 ...
밤 10시가 훌쩍 지난 시간, 남자친구와 나는 1호선 용산역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역사는 사람들로 번잡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사람들의 무리를 벗어나 우리가 향한 곳은 밤 10시 50분에 전남 구례구 역으로 향하는 마지막 기차였다. 밤새 기차를 타고 달려 구례구에 도착하면 버스를 타고 성삼재로 가서 지리산 산행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언젠가 TV...
어린 시절에 나는 경기도 청평댐 아래, 큰골이라는 동네에 살았다. 배를 곯진 않았지만 겨우 끼니를 이어가는 형편이었다. 언젠가 한번은 어머니에게 생선을 사자고 얘기했다가 ‘우리 형편에 생선이 웬 말이냐’는 소릴 들은 뒤로, 나는 먹을 것을 사달라고 조르지 못했고 음식집은 부자들이나 가는 곳이라 생각하며 지나다녔다. 그 와중에 먹는 즐거움을 깨달았던 몇 되지 ...
요즘 가장 인기 좋은 여가 활동은 뭐니 뭐니 해도 캠핑이다. 하지만 시간도, 돈도 여력이 없는 우리 부부에게 캠핑은 그저 머릿속으로나 그려보는 취미생활이다. 주말에 특별히 즐길 거리가 없는 우리는 얼마 전 일요일도 늦은 오후까지 낮잠을 잤다. 먼저 일어난 나는 앞치마를 묶고 저녁 준비에 돌입했다. 특별한 찬거리는 없었지만 냉장고에 있던 양배추를 꺼내 다듬어 뽀...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여름이 다가왔다. 훈련을 더 힘들게 만드는 땡볕 더위가 야속해지면 난 칼바람을 맞으며 훈련 받았던 그날 밤의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면 조금쯤은 시원한 공기가 땀을 식혀주는 기분이 든다. 20kg의 군장을 메고 짙푸른 덤불 속을 헤치며 산길을 걷던 어느 겨울이었다. 매서운 한파에도 마스크 속은 콧물로 흥건했고 온몸은 땀범벅이었다. 1시...
도쿄의 최고봉으로 알려진 이곳, 높이 2,017m에 이르는 구모토리야마(雲取山)의 산길에 들어선 지 얼마나 지났을까. 해발 1,500m를 지난 지점, 숙소로 예약해둔 산장까지는 아직 7km가 넘게 남았는데 벌써 오후 5시가 지나고 있었다. 고요한 산중에서 도쿄의 야경과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을 감상하는 여유를 만끽하리란 기대에 부풀어 번잡한 도심을 떠나온 참...
대학교를 졸업한 지 어느덧 30여 년이 지났다. 무상하게 흐른 세월의 무게가 얼마 전 스마트폰으로 전달된 사진 한 장을 보는 순간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생의 끝을 목전에 둔 은사 님의 야윈 모습. 강의실을 가득 채웠던 생기는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마음이 저릿했다. 교수님과는 갓 입학한 대학교의 강의실에서 처음 만났다. 경북 안동의 시골 마을에서 서울로 유학 ...
세상의 자식들은 누구나 그러하듯 나 역시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면 아들로서 후회스러운 점이 많다.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했던 아버지는 휠체어와 부축 없이는 화장실 가는 것조차 힘들어 하셔서 아버지와 여행 다닐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니, 아버지의 건강은 핑계일지 모른다. 직장에서 교대 근무를 하느라 피곤하단 이유가 마음 한편에 항상 깔려 있었...
“근육이 조금 늘었네요. 체지방은 줄었고요!” 뱃살이 쏙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건강해졌단 말을 들으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지난 1년간 나는 매일 아침 집에서 하는 운동으로 하루를 열어왔다. 홈트를 하기 전에는 설거지 거리를 그대로 둔 채 TV를 보는 것이 습관이었으나 지금은 아들이 출근하면 서둘러 집안일을 끝내고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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