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좋아하는 나는 집 앞 보문산 동편자락에 70평 규모의 화원을 가꾸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이웃들에게 개방해 볼거리도 제공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무료로 꽃을 나눠주기도 하는 기쁨이 무척 크다. 서툰 손길에도 꽃들이 예쁘게 자라준 덕분에 꽃동산은 봄이면 유치원생들의 소풍지로, 가을이면 주민들의 단풍놀이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2년 전만 해도 많은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져...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내가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꿈은 교사라는 직업이었다. 대학시절 중등교사자격증까지 취득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곧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정년퇴직 후 늦게나마 꿈을 이루었으니 나만큼 늦복이 많은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얼마 전부터 나는 지역 내 초중등학교에서 학교지킴이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공...
남편의 정년퇴직과 함께 내 고향으로 돌아와 인생 이모작을 시작한 지 4년이 흘렀다. 맑고 푸른 금호강이 흐르는 대구 동구의 이 아담한 기찻길 마을은 지금도 나를 행복했던 추억의 강으로 풍덩 빠져들게 한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1972년 어느 여름날, 부모님은 여느 때처럼 이른 아침부터 장사 보따리를 챙겨 동생들을 잘 돌보라고 신신당부하신 후 장터로 향하셨다. 하루가 유난...
얼마 전 시골에 계신 팔순 넘은 아버지가 전화를 끓으시면서 “사랑한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저도 사랑해요”라고 대답했으면 좋았으련만 나는 “왜 생전 안하시던 소리를…. 들어가세요”라는 말로 얼버무리며 그대로 전화를 끊고 말았다. 잠시 후 옆에서 남자친구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딸의 목소리를 듣다보니 지금 한창 좋은 감정을 나눌 연인 사이로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우와, 애기 고양이다!”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도착해 정문 앞 계단을 오르는데 아들이 계단 옆 풀밭으로 신나게 달려 가며 환호성을 질렀다. 웬 고양이인가 싶어 뒤따라 가보니 어미로 보이는 고양이와 태어난 지 얼마 안돼 보이는 아기 고양이가 있었다. 우리처럼 모자지간이 사이좋게 나들이를 나온 모양이었다. 엄마의 마음으로 흐뭇하게 아기 고양이를 살펴보고 있는데 경사진...
지난달, 옆 부서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전 직원이 코로나 검사를 받은 결과 몇 명의 추가 확진자가 더 나왔다. 검사 결과, 다행히 나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당분간 자가격리를 하며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화장실이 딸려있는 안방을 차지한 나는 졸지에 거실로 쫓겨난 남편에게 삼시 세끼를 포함해 극진한 보살핌을 받게 되었다. 맞벌이라 평소 가사일도 ...
얼마 전이었던 23주년 결혼기념일까지 흐지부지 넘기기에 남편에게 참 미안한 게 많았다. 시간 여유가 없어 올 초 남편 생일도 생일 밥만 차려주고 넘어간 터라 결혼기념일만이라도 특별하게 챙겨주고 싶었다. 양말 한 켤레라도 사주고 싶은 마음에 오랜만에 백화점에 나선 길에 남편이 애지중지 아끼느라 잘 신지 못하는 신발 하나가 떠올랐다. ‘그래, 양말 대신 돈 좀 더 써서 편하게 ...
나도 어느덧 오십대에 접어들었다. 청춘이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렀을까. 치열하게 살았던 20, 30대에 비해 삶의 여유가 생긴 지금이 만족스럽다가도 부쩍 병원과 친해진 친구들이나 먼저 하늘로 떠나간 얼굴들을 떠올리면 세월 가는 게 서러워지곤 한다. 8살배기 늦둥이 딸아이의 눈에도 엄마의 나이가 보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늘어 요즘 내 ...
무더위가 기승인 한여름에는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가 너무 힘겹다. 특히 코로나 방역수칙이 강화된 요즘은 밀폐된 카페 대신 가급적 야외에서 촬영하느라 더 금방 지치는 것 같다. 열심히 돈을 모아 머잖아 직접 남성의류 쇼핑몰을 운영하겠다는 꿈을 떠올리며 의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올 여름은 좀처럼 힘이 나지 않는다. 상품MD, 포토그래퍼 등 여러 사람과 협력해야 하는 직업이...
‘여행은 사람을 겸손해지게 만든다’고 말한 프랑스의 어느 작가도 나처럼 여행길에서 자책하는 경험을 여러 번 해봤음이 틀림없다. 애초에 세운 계획들이 여러 난관에 부딪히느라 기를 펴지 못했던 이번 제주 여행. 4박 5일간의 나 홀로 여행은 내게 모든 일에 대해 잘 안다고 확신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일기예보에서 여행기간 내내 ‘맑음’으로 표시되던 날씨만 해도 그렇다. 깜...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