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0대 초반의 전업주부다. 가족 뒷바라지를 비롯해 빨래, 청소, 설거지 등 집안일을 책임지는 게 내 본분이다. 날마다 같은 일을 되풀이하다 보니 이따금씩 삶이 권태로울 때가 많았다. 어떻게 하면 일상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웃사촌과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나를 포함해 총 네 명의 이웃들은 자녀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 얼굴을 익힌 적이 있는 학부모로 이젠 ...
올해 장마는 기간도 길었지만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거의 한 달 이상 지속된 장마 탓인지 온 집안이 습기로 눅눅해졌다. 급기야 벽지에 곰팡이가 피고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심란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원인은 장마가 아니라 윗집 화장실에서 물이 새는 것 때문이었다. 누수가 어찌나 심하던지 벽지가 뜯어지고 옷까지 젖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등교하지 못한 세 아이를 돌보는 딸아이가 안타까워 종종 택배를 보낸다. 김치, 멸치볶음, 호박, 가지, 풋고추 등 작은 것이라도 보내주면 살림하기 조금 수월하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세 끼 밥은 물론 혼자서 1학년, 4학년, 6학년 세 아이 온라인 수업까지 봐주려니 얼마나 고될까 걱정이 된다. 직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육아가 더 힘들다는 딸아이는 내게 ...
최근 친구 및 가족들과의 대화 내용들을 떠올려보면 십중팔구는 하소연이요, 넋두리다. 코로나 블루에 빠져있는 친구들과 가족들을 위해 나만의 작은 ‘위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이른바 포춘 쿠키 배송 대작전. 대학교 시절 좋아하는 선배에게 선물한답시고 딱 한 번 시도해보았던 베이킹의 기억을 되살려보기로 한 것이다. 먼저 포춘 쿠키 안에 넣을 예쁜 말들부터 정리해보았다....
가벼운 바람에도 살랑살랑 낙엽비가 내리는 늦가을이 되니 40여 년 전의 추억이 떠오른다. 교사 1년 차로 시골 중학교 1학년 남학생반 담임이던 나는 그날도 까까머리에 커다란 교복을 입은 60여 명의 중학생들에게 운동장 낙엽 줍기를 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은 운동장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보며 한숨 섞인 탄성을 쏟았다. 그 넓은 운동장을 청소해야 할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
어린 시절 우리 집은 농사를 짓고 살았다. 당시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부업거리 작물을 경작했는데 주로 산간지역의 특성을 살려서 산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송이버섯을 따서 팔기도 하였고, 토종벌을 키우거나, 잣나무와 밤나무에 열매를 수확하여 가계에 보탰다. 우리 집은 다른 집과는 달리 닥나무를 키웠는데 아버지는 남들처럼 닥나무를 가져다 팔지 않고 돈 대신 한지로 바꿔오셨다. ...
워킹홀리데이로 뉴질랜드 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그간 뉴질랜드에서 생활하며 놀라웠던 건 이곳에는 새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또 한국에서는 새를 보고 ‘지저귄다’고 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우짖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힘차게 운다. 특히나 새벽에 우렁차게 우는 새 때문에 잠에서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새소리만큼이나 뉴질랜드의 거친 비바람도 나의 새벽 단잠을 깨우...
얼마 전, 여느 때처럼 남편과 함께 동네 마트에 장을 보러 간 길이었다. 그동안 장마에, 태풍에, 채소 가격이 오를 때로 올랐다는 뉴스가 새삼 실감이 났다. 가격표를 보고 들었다 놓았다 하는 야채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격이 많이 오른 건 파였다. 잘 다듬어진 파 두 뿌리가 긴 비닐봉지 옷을 입고 1200원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누워 있었다. 뒤집어 다시 세어 봐도 두 뿌리뿐...
얼마 전 군 복무 중인 아들 시화가 휴가를 다녀갔다. 의젓하게 상병 계급장을 달고 나온 아들을 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 시화는 내가 40대 중반쯤 가슴으로 낳아 키우고 있는 막둥이 아들이다. 평소 우리와 ‘형님, 동생’ 하며 친하게 지내던 시화의 친부모가 생후 7개월 된 갓난아이의 양육을 부탁해온 건 21년 전이었다. “집안 형편 때문에 애엄마가 시내에서 식당을 ...
딩동! 누군가 우리 집 벨을 눌렀다. 인터폰을 보니 사람은 제대로 보이질 않고 급하게 위층으로 후다닥 올라가는 택배기사의 발자국 소리만 들렸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원칙을 지켜야 하기에 벨만 눌러 택배가 온 것을 알리고 서둘러 위층으로 다시 배달을 가는 것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야 할 때다. 조용히 현관문을 닫고 상자를 열었다. 상자에는 경남 하동에서 과수원을 하는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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