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입학금 딱 한 번만 내주면 안 돼? 응?” 교사가 꿈이었던 딸이 서울교대에 합격했지만 우리 살림에 대학은 사치였다. “사정도 안 좋으면서…”“그 형편에 대학까지 보내려고?” 누구 하나 용기를 주는 사람이 없었다. 행여 돈 빌려 달랠까 꺼리는 눈치였다. 남들은 가고 싶어도 못가는 교대에 합격한 딸아이한테 차마 포기하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렀고...
기분 전환도 할 겸 평소 들고 다니던 가방 대신 다른 가방을 메고 출근길에 나섰다. 그런데 버스정류장에 다다라서야 버스카드가 든 지갑을 이전 가방에 넣어둔 게 생각났다. 집에 다시 갔다 오면 지각할 게 뻔했다. 다행히 휴대 전화 케이스에 비상금으로 꽂아둔 만 원이 있어 일단 버스에 올라탔다. 하지만 만 원을 들고 머뭇거리는 나를 바라보는 기사 아저씨의 시선이 따가웠다. 하는...
“오빠는 별똥별 보면서 무슨 소원 빌었어?” “음, 비밀이야.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해줄게.” “알겠어. 그럼 지금은 행복해?”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에서 쏟아지는 별들 사이로 하나둘 떨어지는 별똥별이 아름답게 빛나는 밤이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처음 만난 동행들과 빙 둘러앉아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던 아내가 내게 행복하냐고 물었다. 옆에 앉아 보석을 박아놓은 것처럼 반짝이는 밤...
“부피가 커서 가져가지 못할 것 같아. 네가 입버릇처럼 기타 배우고 싶다고 말했잖아. 낡긴 했지만 소리가 나쁘진 않을 거야.” 지난봄, 미국으로 파견 근무를 가는 선배가 내게 기타 하나를 주었다. 꿈에 그리던 기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들뜬 나는 그날로 기타 학원에 등록했다. 다섯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해도 아픈 줄도 몰랐다. 간단한 곡은 칠 정...
시인 윌리엄 워스워드는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볼 때 내 가슴은 설렌다”라고 말했다. 지금 내 삶에도 무지갯빛 희망이 비추고 있다. 비록 몸은 차가운 철창에 가로막혀 있지만 말이다. 지인의 권유로 납골당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밝은 미래를 꿈꿨다. 경기도 지역에 1만 평도 넘는 토지를 매입했다. 내가 땅을 사고 그가 건축비를 부담한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공사가 반도 ...
초등학교 4학년 때였으니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의 일이다. “멀쩡한 양말을 누가 자르래?” 엄마가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나무랐다. 헤지거나 구멍 난 양말을 잘라 제기를 만들어 놀긴 했지만 새 양말은 건드리지도 않았던 나는 억울했다. 오빠가 의심됐지만 증거가 없었다. 아니라고 말해도 엄마는 믿어주지 않았고 빗자루로 흠씬 매를 때렸다. 분한 마음에 엄마의 지갑에서 천 원을 꺼...
십오 년 만에 새 차를 샀다. 아이 둘을 입히고 가르치다 보니 형편은 늘 여유롭지 못했고 코앞에 닥친 일부터 해결하느라 목돈이 들어가는 일은 차일피일 뒤로 미루게 된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 쉬지 않고 달려온 남편의 차는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창문이 세월아 네월아 올라간다거나 좌석의 시트는 헤지고 갈라진 지 오래였다. 남편은 첫 차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고 긴 세월 ...
십 년 전 어느 날, 퇴근길에 잠깐 들르라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본가로 향했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어머니는 신문지로 꽁꽁 싸맨 순금 행운의 열쇠 두 개를 들고 나오셨다. 어머니 칠순 날, 내 직장 동료들이 준비한 선물을 몇 년 간 애지중지 보관하다가 다시 내게 건네신 것이었다. “이거 팔아서 큰애 등록금에 보태거라.” 당시 첫째 딸아이가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공...
체코의 수도 프라하. 아내는 이미 2년 전 친구와 프라하를 방문한 적이 있었기에 그날은 카를교 위에서 만나기로 시간 약속을 한 뒤 나 혼자 도시 곳곳을 둘러보았다. 붉은 지붕이 도시 전체를 물들이고 있는 프라하의 매력에 빠져 거닐다 카를교 근처 ‘존 레논 벽’에 다다른 나는 큰 감명을 받고 말았다. 온갖 낙서와 희망에 가득 찬 문구들이 수많은 여행자를 맞이하는 곳에 내가 서...
재호 씨와 영은 씨와 나는 입사 동기다. 다정한 재호 씨는 동기끼리 허물없이 지내자며 나와 영은 씨를 잘 챙겨주었다. 하지만 뭘 해도 화가 난 표정으로 뽀로통해 있는 영은 씨와는 친해지기가 힘들었다. 한번은 휴대전화를 받으러 복도에 나갔다가 영은 씨와 재호 씨가 심각하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목격했다. 영은 씨가 눈물을 훔치는 듯했다. ‘혹시 둘이 사귀나?’ 그동안 내가...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