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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로서 새겼던 첫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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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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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아침 일찍 기차에 올랐다. 부장으로 승진하면 1년 동안 지방 근무를 해야 하는 회사 관행에 따라 포항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그토록 원했던 승진이건만 막상 열차에 오르니 고민이 많아졌다. 부서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함께 일할 팀원들과 원활히 합심할 수 있을지 생각할수록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 순간, 얼마 전에 신문에서 읽은 문유석 판사의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이라는 칼럼이 생각났다. 

 

‘저녁 회식하지 마라. 젊은 직원들도 밥 먹고 술 먹을 돈 있다. 친구도 있다. 없는 건 당신이 뺏고 있는 시간뿐이다.’

 

나는 사회생활을 위해 감내해야 했던 지난날들을 떠올렸다. 퇴근 후 상사와 술자리를 가지며 실수하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언젠가 내가 부장이 되면 팀원들에게 술자리로 부담 주지 말아야지.’ 

 

좋은 상사가 되기란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후배들이 불편해하는 선배는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첫걸음이 바로 공적인 회식 외에 사적인 술자리를 제안하지 않는 것이었다.

 

부임 첫날, 나를 환영하는 부서 회식이 있었다. 모두가 잔을 들고 내가 어떤 말을 할지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환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지만, 저를 위한 술자리는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입니다”라고 운을 떼자 팀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서울에서 부임한 부장의 첫 인사가 ‘술자리 사절’이라니! 사회성이 없다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서둘러 나의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자 이내 팀원들은 웃으면서 술잔을 부딪쳤다.

 

다행히 부서에서 술을 즐기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팀원들 대부분은 점심식사 후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훨씬 좋아했다. 처음에는 ‘업무로 쌓인 감정을 풀거나 깊은 대화를 나누려면 술의 힘을 빌려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맑은 정신으로 대화할 때 오히려 선을 지키면서도 진지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 결심이 흔들릴 때도 있었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다보니 외로움이 불쑥불쑥 찾아와 친한 팀원에게 “저녁 먹자”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럴 때면 가족들과 통화하며 적적함을 달랬다. 주말에는 아무 버스를 타고 창밖을 구경하거나 구룡포 앞바다를 산책하며 혼자서도 무료하지 않게 하루를 보냈다. 

 

포항에서의 1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부장의 무게를 실감했고, 술잔 대신 커피잔을 사이에 두고도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배운 시간이었다. 마지막 출근날에 팀원 한 명이 해준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제가 술 좋아하는 부장님은 많이 봤어도 팀원들 배려한다고 술자리 안 만들겠다는 부장님은 처음 봤어요. 더 놀랐던 건 매달 손글씨로 기분 좋은 인사말을 나눠주신 거예요. 부장님을 보면서 저도 배려와 다정함을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어느덧 나는 퇴직을 2년 앞둔 예비 은퇴자가 되었다. 까마득한 후배들이 많아지면서 이뤄내야 할 것보다 남겨둬야 할 것을 생각하게 된다. 포항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부장으로서 다진 첫 결심을 매일 가슴속에 새긴다.

 

 

오동희 바다가 보이는 인천에서 농부의 꿈을 꾸며 사는 50대 후반의 직장인입니다. 지난여름에 자주 걷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로 회사에서 점심시간마다 소나무 오솔길을 걷고, 주말에는 집 근처 호수공원을 산책하곤 합니다. 산책로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과 내적 친밀감이 생긴 것 같아 걷는 재미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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