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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 느낀 가족의 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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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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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법정 스님의 글을 정말 좋아한다. 고달팠던 회사 생활을 5년 넘게 잘 버틸 수 있었던 것도, 크고 작은 고난을 꿋꿋이 이겨냈던 것도 스님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린 덕분이다. 하지만 스님의 지혜로운 수필로도 치유되지 않던 시련이 있었다.

 

얼마 전에 내게 유산이라는 큰 불행이 찾아왔다. 회사에서 극심한 복통을 느껴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던 길, 차가운 간이침대에 누워있는 내내 나는 너무나 무서워 팔다리가 덜덜 떨렸다. 

 

‘내 몸에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거지?’ 

 

그렇게 나는 캄캄한 동굴 같은 잠 속으로 혼곤히 빠져들었다. 회복실에서 눈을 떴을 때 팔에 꽂힌 주삿바늘에서는 투명한 수액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상실의 아픔이 깊은 날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니 뱃속의 아기가 사랑을 주고 떠났다는 느낌이 든다. 나를 위해주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그때만큼 깊이 느낀 적은 없기 때문이다. 난 당시 입원한 병실 침대에 누워 친정엄마가 오기만을 아기처럼 기다렸다. 다 큰 자식 기저귀를 갈아주시는 엄마의 부드러운 손길이 얼마나 편안하던지 ‘평생 기억해야 할 은혜가 내겐 이 손길이겠구나’ 싶었다. 곁에서 함께 주무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일흔 넘으신 아빠와 언제 이렇게 나란히 자볼까’ 생각했던 밤들도 너무 소중하다.

 

결혼한 지 4년이 돼가지만 기다리는 소식을 아직 가져다드리지 못하는 며느리에게 전복죽과 미역국을 한솥 끓여 가져다주신 시부모님, 향긋한 차와 달콤한 간식들 먹으며 힘내라고 멀리서 커다란 선물꾸러미를 보내준 아가씨, 전화기가 닳도록 내 안부를 수시로 물었던 언니들과 형부들, 퇴원한 이모를 말없이 안아주던 사랑스러운 조카의 모습 하나하나가 흰 눈처럼 소복소복 쌓여 반짝인다.

 

나를 지켜준 고마운 이들이 있었기에 내 몸과 마음에 난 상처는 덧나지 않고 잘 아물었다. 시련 속에서 절절히 느낀 참사랑을 오래오래 마음의 등불로 삼으며 살고 싶다.

 

 

이승영 ‘크게 버려야 크게 가질 수 있다’는 법정 스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임신을 준비 중인 30대 주부입니다. 이른 새벽에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건설 현장으로 출근하는 건축감리사 남편과 몸조리에 좋은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보내주시는 친정엄마에게 늘 고맙고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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