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DIARY
나는 어려서부터 ‘몸치’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몸을 움직이는 일에는 영 소질이 없었다. 학창 시절에 달리기를 하면 친구들의 뒤통수만 보며 달렸고, 체육시간에 실기 시험을 볼 때도 긴장감으로 몸이 더 굳어져 낮은 점수를 받았다. 성인이 돼서도 스포츠나 활동적인 취미에는 그다지 재능이 없었다. 그보다는 주로 정적인 독서나 음악 감상을 즐겼다.
그러다가 우연히 일본 영화감독 스오 마사유키의 <쉘 위 댄스>를 보게 되었다. 영화는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던 중년 남성이 사교댄스를 배우면서 인생의 활력을 되찾는 내용이었다. 스크린 속 주인공의 춤사위에 빠져드는 동안 내 마음속에는 나도 춤을 배워서 인생을 낭만적으로 즐기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그런데 몸치인 내가 과연 가능할지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배워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 근처 사교 무도학원에 등록했다. 역시나 각오했던 것보다 더 어려웠다. 여러 달을 배워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다른 수강생들은 춤 실력이 눈에 띄게 느는데 난 제자리걸음이었다.
‘역시 몸치인 나에게는 불가능한 도전이었나?’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이왕 시작한 것 끝까지 해보자고 다짐했다.
특단의 조치로 노련한 연습 상대를 찾아 나섰다. 둘이 함께 추는 사교춤은 파트너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알음알음 알게 된 오랜 경력의 상대를 만나 꾸준히 연습했다. 일대일 개인 레슨인 셈이었다. 교습비를 낸 건 아니었지만 만날 때마다 커피나 식사를 대접하며 감사를 전했다.
그 덕에 실력이 조금씩 늘었다. 확실히 스텝과 동작이 부드러워지는 것이 스스로 느껴졌다. 나날이 느는 실력에 흐뭇해하며 3년 정도 사교춤에 푹 빠져 지낸 결과 이제는 음악에 맞춰 지르박, 블루스, 탱고 등을 능숙하게 출 수 있게 되었다. 파트너와 함께 춤을 추고,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내 일상은 즐겁게 채워지고 있다.
몸치라는 이유로 중도에 포기했다면 아마 지금의 행복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이든 도전하고 노력하는 자에게 값진 열매가 주어지는 법이다.
박정도 부산에서 지방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정년퇴직한 60대 초반의 가장입니다. 지금은 노인주간보호센터에 재취업해 12인승 승합차에 어르신들을 태우고 아침저녁으로 모셔다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사교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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