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DIARY
매일 어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드린 지 어느덧 2년이 넘었다. 뇌졸중으로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계신 어머니가 외로우실 것 같아 하루 한 번 아들 목소리라도 들려드리자는 결심으로 시작한 ‘전화 데이트’였다. 처음엔 어색했다. “오늘 뭐 하셨어요?”라는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했지만 뒤이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할 때가 많았다.
물이 바위를 뚫는 건 힘이 아니라 바위를 두드린 횟수라고 했던가. 어색함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통화하다 보니 우리의 대화는 조금씩 길어졌다. 처음엔 무뚝뚝했던 어머니도 아들과의 통화가 많이 편해지셨는지 서서히 속마음을 털어놓으셨다. 먼저 떠난 아버지를 떠올리며 “나만 두고 왜 그렇게 가버렸을까” 하시던 말은 언뜻 서운함처럼 들렸지만 그립다는 뜻이란 걸 나는 알았다.
어머니는 종종 과거 이야기도 꺼내셨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태권도장 등록비가 비싸 못 보내준 일, 중학교 소풍날 비가 왔는데 새벽 일찍 일하러 나가느라 우비를 챙겨주지 못한 일 등 나에 대한 뒤늦은 미안함을 전하셨다. 남자 형제만 넷인 우리 집에서 부모님은 늘 장남인 큰 형이 우선이었다. 막내였던 나는 형들의 눈치를 보느라 조용했고 자연히 부모님의 우선순위에서 자주 밀려났다.
“내가 그땐 네 마음을 너무 몰랐어. 바쁘다는 핑계로 정작 필요한 것을 못 챙겨줬어.”
후회 섞인 어머니의 말을 들으며 어머니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듣고만 있었지만 어머니에 대한 원망은 없었다. 완벽한 인생이란 없고, 누구나 한평생 배우고, 돌아보고, 반성하며 산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도 어머니 나이가 되면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며 ‘그땐 왜 그랬을까’ 하고 중얼거리게 될지 모를 일이다.
고단한 퇴근길, 나는 어김없이 어머니께 전화를 건다. “오늘은 뭐 하셨어요?” 그 한마디로 어머니와 나는 또다시 연결되고,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다정히 이어진다.
양석만 식품회사에서 품질관리를 담당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전라도 광주에서 아내와 대학생 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저녁 산책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주말에는 자전거와 수영으로 건강을 챙기면서 활기차게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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