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 없는 서점지기는 때맞춰 쉬기 어렵다. 평일 내내 한산해도 주말만큼은 다른 업종 부럽지 않은 곳이 서점이요, 서점지기가 더 부지런을 떨어야 할 때가 ‘빨간날’이다. 자연히 나의 휴무일은 평일이다. 언제가 제일 좋을까. 월요일은 주말 동안 팔려나간 책을 주문하고 받아야 해서 어렵다. 화요일은 업무 관련 연락이나 외부 회의가 많고 수요일은 한 주의 복판이므로 도리 없다. ...
직장인 허성필 씨에게는 세 마리의 반려동물이 있다. 두 마리의 강아지와 한 마리의 미니피그다. 사랑스러운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하는 미니피그가 온 날부터 집안에는 웃음꽃이 더 크게 피어났다. 복남(6살, 수컷) 1. 인지 능력이 탁월한 복남이는 강아지 인형과 돼지 인형을 구분할 줄 안다.2. 포근함을 좋아해서 시시때때로 이불 안으로 쏙 들어간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직장인 허...
최애(最愛)란 가장 사랑한다는 뜻으로, 요즘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앞에 많이 붙여 사용한다. 마흔이 넘은 나에게도 최애 가수가 있다. 그를 실제로 처음 본 건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족들과 공원에 봄나들이를 간 날이었다. 야외 클래식 음악회의 초대 가수였던 그는 흰 양복을 입고 금테 안경을 쓴 작은 체구의 청년이었다. 그날 음향 장비에 문제가 있었는지 그는 노래를 부르다가 ...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꼭 고기 맛을 봐야겠나?” 콩고기에 대한 내 첫인상은 그러했다. 고기가 아닌 것에 온갖 솜씨를 부려 고기처럼 만들어놓은 물건을 채식인이 먹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건강 때문에 고기를 못 먹는 경우를 제외하면 본인의 입맛과 체질에 맞거나 동물 복지와 환경보호를 위해 채식을 택한 것 아니었나. 그런 이들이 가짜 고깃덩이를 굳이 먹으려 들다니, 채식의 산뜻...
“할머니, 저고리, 라일락, 강아지, 일주문,모퉁이, 허수경, 막걸리.태풍이 올 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린다.그러고는 가장 사랑하는 것들의 이름을태풍에다 반창고처럼 붙인다.” 풍력(風力)이란 말은 참 신비하다. 생각해보면 바람에게도 분명 힘이 있다. 나뭇잎을 흔들 수 있고 연을 밀어 올리고 육상 선수의 기록을 깎기도 한다. 풍력에는 계급도 존재한다. ‘보퍼트의 풍력계급’에...
연극 진짜, 쏜다?! 기간 2025년 9월 28일까지장소 양화로7길 28 B1 맥거핀씨어터문의 0507-1402-8454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도 배가 고프면 즐길 맛이 나지 않는다. 공연을 보기 전에도 마찬가지다. 일단 배부터 채우는 게 ‘국룰’이어서 뭘 먹을지 궁리하며 식당부터 향하게 된다. 하지만 연극 진짜, 쏜다?!를 보기 전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식사와 공연 관람을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극 ...
이해인 수녀가 오리여인에게 늘 웃음이 넉넉하고 그림이 다정한 오리여인에게 벌써 다섯 번째 편지를 쓰는군요. 지난번 글에서 ‘쉼에만 집중하느라 바쁘다’고 했다는 아픈 친구의 고백도, 제가 소개한 교황 요한 23세의 ‘평온함을 위한 십계명’ 중 1, 2, 6, 9번 네 개를 선택했다는 내용도 기쁨을 주었습니다. 다소곳한 모습으로 향기를 전하는 수녀원 정원의 수많은 백합을 바라보...
아버지, 얼마 전 인쇄소에 갔다가 색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고른 종이에는 별색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보기엔 아름답지만, 조금이라도 부주의하면 얼룩이 지고 쉽게 망가져 버린다고요. 그래서 사람들은 결국 가장 무난하고 안전한 먹색을 고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어쩐지 당신이 생각났습니다. 당신의 옷장에는 회색과 베이지, 흰색 계열의 옷들만이...
외증조할머니는 외할아버지와 다섯 살 차이였다. 그녀는 두 번 상처한 나이 많은 남성과 스물세 살에 혼인했다. 그와의 사이에서 딸 하나를 낳았고 혼인한 지 10년 만에 미망인이 되었다. 의붓아들과 며느리가 한집에 살았는데 첫 번째 종부는 아이를 낳다 죽었다. 두 번째 종부는 시집올 적부터 허약해 아이를 둘 낳고 몇 년간 병석에 누워있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의붓아들은 세 번째 ...
그림 · 손승배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습하고 뜨거운 날이 지속되면 가벼운 외출마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웃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반바지 차림으로 나서고 싶지만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으로 만족한다. 비록 날씨가 의욕을 빼앗는다 해도 멋 내기를 그만둘 수는 없다. 이 무시무시한 여름에 최대한 대항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생각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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