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지은아 내게는 두 살 터울의 형이 있다. 우리는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들이지만 신기하게 형의 마음은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언제나 강하게 느껴졌다. 어린 나는 형이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따라 했다. 부모님은 우리 둘을 똑같이 사랑해주셨지만 나는 욕심이 많았는지 형에 대한 사랑까지 독차지하고 싶었다. 형처럼 행동하면 엄마 아빠가 형의 몫까지 예뻐해줄 것이라는 ...
그림·앵무 쟈니윤 쇼 주병진 쇼 서세원 쇼 같은 토크쇼를 많이 했다는 이유로 “작가님은 옆에서 지켜보셨으니 잘 아시겠죠? 대체 그분들이 갖고 있는 ‘토크의 기술’은 뭐예요?”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서세원 쇼에서 ‘토크박스 왕중왕전’을 하던 때의 일이다. 당시 무명이나 다름없던 개그맨 유재석이 분장실 거울 앞에서 계속 뭔가를 웅얼거리고 있었다. 귀를 기울여보니 준비한 얘기를 더 재밌게 표현하기 위해 대본을 고치고 또 고쳐가며 연습에 매진 중이었다. 카메라울렁증이 있던 그는 대본을 달달 외워놓고도 막상 녹화에 들어가면 긴장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카메라엔 잡히지 않았지만...
그림·이소희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은 라이너 바이스 MIT 명예교수와 배리 배리시 칼텍 교수, 킵손 칼텍 명예교수 세 사람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중력파 검출을 위한 장비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그것을 실제로 건설한 이들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미국의 라이고 검출기(LIGO)는 지난 2015년, 13억 광년이나 떨어진 블랙홀 두 개의 충돌에서 퍼져나간 중력파를 감지함으로써 ...
어린 시절, 돼지저금통에 한 푼 두 푼 동전을 모으던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새 운동화, 최신 게임기 등을 사기 위해 애지중지 모은 동전을 저금통에 넣을 때 들리는 땡그랑 소리가 얼마나 경쾌했던가. 하지만 앞으로 이 같은 돼지저금통의 낭만도 곧 사라질지 모른다. 최근 여러 국가에서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2030년까지 동...
그림·김하나 나는 12월생이다. 추운 겨울에 태어난 터라 생일 선물로 가장 많이 받은 품목은 단연 장갑이다. 어느 해 생일엔 장갑만 열한 개를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런 만큼 나는 지금껏 아주 많은 장갑을 사용해보았다. 목이 길어서 팔꿈치까지 오는 털장갑도 껴봤고 아기 귓불처럼 야들야들하고 값비싼 양가죽 장갑도 껴봤다. 2012년 겨울, 나는 카멜색이라 불리는 라이트 브라운...
그림·이수진 5년간 일하던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그만두고 전 세계 동물들의 삶을 접하고 싶어 세계여행을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간다. 동물 복지를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한국을 떠나왔으나 아직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방황 중이다. 비행기에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 기사를 통해 범고래 ‘틸리쿰’이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슬픈 소식을 접했다....
소박한 시어로 노래하는 세레나데 펴낸곳 푸른길지은이 나태주가격 16,000원 분야 수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그동안 종종 이 시(詩)를 접한 덕에 풀꽃이란 제목은 단번에 떠올랐지만 부끄럽게도 시인이 누구인지는 가물가물했다. 이런 속사정을 간파하기라도 한 듯 나태주 시인은 지난 11월 15일 성북구청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한 가지 바람을 내비쳤다. “먼 훗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시인의 이름보다 시가 남았으면 좋겠어요.” 유명한 시보다 사람의 마음에 유익한 시를 쓰고 싶다는 소망처럼 나태주 시인의 작품은 대중가요처럼 널리 암...
그동안 나는 한 살 터울의 형과 어린 시절 기억을 공유한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머리 쓰는 놀이를 좋아했던 형과 달리 나는 운동 쪽에 취미가 있어 따로 놀았던 데다가 중학교부터는 줄곧 다른 학교여서 학창 시절의 기억도 개별적이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형은 졸업 후 건축설계사무소를 1년 남짓 다니다 영화 공부를 하겠다며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조금 더 멀어진 존재가 됐...
그대는 신령스런 지각과 예민한 깨달음이 있다고 남에게 잘난 척하거나 사물을 업신여기지 말게. 저들이 만약 약간이라도 신령스런 깨달음이 있다면 어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겠으며, 저들이 만약 신령스런 지각이 없다면 잘난 척하고 업신여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는 냄새나는 가죽 부대 속에 문자를 갖고 있는 것이 남들보다 조금 많은 데 불과하다네. 저기 나무에서 매미가 시끄...
그림·박지영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음 해를 준비하는 연말이 되면 평상시보다 더 긴장되고 스트레스가 심하다. 더구나 한 해의 첫 사역인 신년특별집회 준비는 심적 부담이 매우 크다. 성도들이 기도와 말씀으로 새로운 해를 시작하도록 돕는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문득 남한산성에 가고 싶어졌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과감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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