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말
마음을 쉬고 보면 새들이 날아간 자국까지 보인다
미루나무를 따라 안성에 온 지 그새 여섯 해다. 까치집 같은 시골집을 하나 사서 깃들었다. 백 살이 넘은 집을 쓸고 닦으니 참한 결이 드러났다. 질경이가 예뻐 가만 두었더니 마당은 온통 질경이밭이 되었다. 어린 나무 한 아이를 데려와 해 뜨는 쪽에 심었다. 새순이 사랑니처럼 돋아나면 덩달아 내 몸도 근지러웠다. 꽃이 피면 새들이 아침 일찍 축하하러 왔다. 햇살 좋은 날 마루에 앉아 새들이 날아간 자국을 그렸다. 직박구리가 푸른 물결을 그리면 호두나무가 갈필로 대답했다. 감나무를 안고 사랑을 나누던 딱따구리는 아주 빨리 크로키를 했다. 바람 부는 날 잎차를 마시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찻잔에 담아두었다. 저물 무렵 물길을 따라 걷다 서다 했다. 낮에는 그림을 그리고 밤에는 글을 썼다. 마음을 쉬고 보아야 보이는 미미한 것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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